어둠이 나를 밀어낸다면

by 서이

기억이 시작되는 5살. 이때부터 나는 곧잘 혼자 있었다. 유치원을 다녀와서는 아무도 없는 빈 집에서 TV를 켜고, 항상 같은 시간 전설의 고향 재방송을 하는 kbs채널을 삭제한 뒤 의미 없이 채널을 넘기고는 했다. 그러다 또래 친구들과 약속한 것처럼 놀이터로 가 놀고, 해가 지고 돌아온 부모님과 식사를 하고 잠이 들었다. 조금 더 커서도 역시나 혼자였다. 이때에는 다양한 만화영화를 방영하던 시기라 혼자 있어도 무섭거나 외롭지 않았다. 다만 자려고 누워도 반드시 거실 불과 TV를 켜고, 방문을 열어놨다.


사춘기에 접어들 무렵부터 불을 끄고 방문을 닫았다. 이때부터는 어둠이 좋았다. 현실을 외면하고자 시작했던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위해서는 조용한 환경이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성인이 된 지금도 어둠에 잠식되어야 잠이 들고는 한다. 아무도 없는, 조용하고 캄캄한 방구석에서 나는 편안함을 느낀다. 이곳이야말로 내가 있어야 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충분한 휴식, 나만의 시간 등 온전히 나를 위한 공간이다. 그런 공간이 나를 밀어낸다.


나는 보통의 사람보다 교감, 부교감 신경이 평균 이하로 작용한다. 자율신경계 기능 이상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들보다 우울하고, 텐션이 낮고, 감정의 변화가 없다. 쉽게 우울에 빠지다 보니 약을 통해 보통의 사람처럼 활동한다. 하지만 가끔은 약으로 기능을 끌어올릴 수 없는 때가 온다.


어두운 방구석에서 충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낸 뒤 잠이 들어야만 완벽한 하루를 보낸 것으로 친다. 하지만 최근엔 어둠이 나를 밀어낸다. 잠이 들지 못하고, 부정적인 생각만 떠오른다. 잠에 빠지고 싶어 억지고 눈을 감지만 쉽지 않다. 그렇게 수면 부족 등으로 평소의 생활에 이상이 생겼다.


물론 텐션이 낮아 우울함이 있지만 우울증까지는 아니다. 그저 남들보다 어두운 사람이 되는 것뿐이다. 이전에는 이런 상태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 우울에 우울을 더하는 느낌이었지만 지금은 이런 나도 나라는 생각이다. 그저 내가 편안함을 느껴야 하는 방구석이 불편해졌기 때문이 마음이 안 좋은 것이다. 하물며 이전에 내 행복은 방구석에 있다고 했는데 그 행복이 사라져 버린 게 아닐까 하는 허망함이 있다.


그럼에도 어둠은 다시 내 편이 될 거다. 어떠한 미운 짓을 했길래 나를 밀어낼까 생각한다. 평소보다 무리했고, 식사를 거르고, 몸을 혹사시켜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래서 신경기능에 이상이 심해지고 불면까지 온 것이다. 결국 어둠은 잘 못이 없었다. 내가 나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둠이 밀려난 거다.


나를 탓하는 건 아니지만 어떠한 행위에 있어 어느 정도 자신을 챙겨야 된다는 걸 알았다. 내가 조금 더 힘을 써야 하는 상황에서 나를 갈아내지만 말고 어느 정도 채비를 하라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인 것은 맞지만 그럼에도 나는 나를 소중히 해야 한다. 그래야만 내가 원하는 어둠을 다시 만날 수 있을 테니까.


나는 캄캄한 환경이 좋다. 그 안에서 잠이 들던, 게임을 하던, 생각을 하던. 물속에 잠긴 것과 같은 무거움이 좋다. 이 환경을 소중히 하기 위해서 나의 심신이 안정되야 함을 깨달았다. 나를 밀어낸다면 내가 다시 만날 준비를 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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