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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소예 Sep 28. 2022

장군이는 전주비빔밥맛 사료를 원해!

창작 기록 - 키워드 동화

- 일곱 살 아이, 늦은 밤, 소원, 비빔밥, 텔레비전, 강아지 -




마침내, 인공지능의 기술은 인간과 반려동물의 소통을 가능하게 했다. 

미국 G사는 연구를 끝내고 한국에 가장 먼저 방문하여 개와 고양이를 기르는 

각각 한 가족만 선정하여 반려동물과 대화를 나누는 기회를 주기로 했다. 


이에 전국에서 신청자가 쇄도하였으나!


반려견 가족으로 전주 한옥마을에 사는 일곱 살 아이 ‘똘이’와 진도견 강아지 ‘장군이’, 

반려묘 가족으로 제주도에 사는 해녀 할머니와 페르시안묘 3대 가족이 

각각 선정되었다. 


두 가족이 선정된 이유는 신청 사진에서 반려동물 가족의 행복감이 고스란히 드러났으며, 

더불어 한국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 G사는 선정 이후, 한국에 와서 반려동물 가족들과 만나 여러 번 모의실험을 거쳤으며 

그 과정이 매우 순탄하여 이미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였다. 


1월 28일 늦은 밤 11시에는 전국적으로 텔레비전 생방송을 진행하여 두 가족의 마지막 대화를 방영한다.     


<ON AIR - 똘이 & 장군>    

 

똘이와 장군이가 방송국에 나와 있고, 장군이의 이마에는 작은 스티커가 부착되어있다. 

대화를 인식하는 강아지 로봇이 장군이 옆에 나란히 앉아 있고, 

전국의 사람들은 모두 텔레비전 앞에 모여 있다. 

시청률은 사상 최고치이다.     


똘이 : 오늘은 우리가 이렇게 대화하는 마지막 날이야.

         오늘처럼 쉽게 대화하려면 어른들이 몇 년은 기다려야 한대.

         그러니까 오늘은 특별히 너의 소원을 말해봐.     


장군 : 저번에 방송국 사람들이 집에 왔을 때, 내가 파란색을 좋아한다고 말했잖아. 

         그래서 내 집 지붕을 파란색으로 칠해줘서 너무 고마웠어. 

         그래서 특별히 소원이 없는데..     

     

똘이 : 그래도 마지막으로 대화하는 날이니까, 먹고 싶은 거라도 말해.     


장군이 : (눈이 번쩍) 먹고 싶은 거? 아! 생각났다. 

            아줌마가 식당에서 팔던 비빔밥 재료가 남으면 가져와서 너 먹으라고 챙겨주잖아. 

            그때 옆에서 봤는데 고슬고슬한 밥에 소고기랑 계란에 풀도 넣고 기름을 막 비벼주잖아. 

            근데 그 냄새가 너무 좋아서 맛이 궁금해. 하지만, 나는 강아지 사료만 주잖아. 

            그래서 인간들이 비빔밥맛 사료를 만들어주면 좋겠어. 

            나도 명색이 한국 강아지인데, 비빔밥을 먹을 자격이 있다고! 

            그런데, 그 무시무시한 빨간색 젤리는 빼고 만들어줘.     


똘이 : 장군이도 비빔밥이 먹고 싶었구나! 넌 역시 식탐이 최고야!

         한국 강아지! 알았어! 또 부탁할 건 없어?     


장군 : 그리고 사실은 이 말을 할까 말까 고민이 되는데..     


똘이 : 뭐야, 뭐야? 시간이 없어. 빨리 말해봐!     


장군 : 내가 가끔 늦은 밤에 늑대처럼 “아오~” 하고 우는 소리를 내면, 

         아저씨가 “시끄러워!”라고 혼내잖아.           

         내가 그러는 건 무지개 건너에 있는 엄마가 생각날 때 잠깐 우는 거야. 

         혹시 나도 모르게 “아오~” 소리를 내면, 똘이가 아빠한테 말해서 

         “장군이가 엄마를 그리워하고 있어요.”라고 꼭 얘기해줘. 

         그러면 나도 조금만 울다가 금방 잘게. 

         나도 가끔은 엄마가 그리워.     


똘이 : 장군이가 엄마가 보고 싶었구나. 알았어! 

         내가 아빠한테 혼내지 말라고 꼭 얘기할게.     


장군 : 고마워. 똘아! 대화를 쉽게 하려면 몇 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게 아쉽지만 

         내 표정만 봐도 똘이가 다 아니까 나는 괜찮아.

         우리 집으로 가서 또 재미나게 놀자.     


똘이 : 그래 장군아! 너 이제 전 세계 슈퍼스타 강아지다.

        스타 됐다고 나 깔보면 안 돼!     


장군 : 왈왈왈!     


- 속보 : 전주 한옥마을 강아지 장군이의 소원은 비빔밥맛 사료 개발 -     




이야기 짓기를 마치면서.     


나만의 재밌는 놀이. 엉뚱한 상상. 

키워드를 조합하며 이야기를 만들어 보기. 생각보다 몰입도와 속도가 대박이다. 

내가 하면서도 재미있는 놀이. 나 동화작가 해야겠다는 망상이 피어오른다. 


‘이거, 이거 계속 연재해야겠는데!’ 이러면서 말이다. 

너무 재미있었고, 사람은 경험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걸 느꼈다.   

   

최근에 EBS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여 고인이 된 ‘터틀맨’과 함께한 그룹 ‘거북이’의 합동 공연 영상을 보았다. 고인의 콘서트를 지켜보는 ‘터틀맨’의 어머니와 형님의 눈물을 보며 저분들이 인공지능 기술로 

슬픔이 조금이라도 해소되셨을까? 아니면, 한동안 더 사무칠까? 

둘 다 일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하면서 방송을 보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 


아마도 그 경험이 이 이야기에 영향을 많이 미친 듯하다.      


오늘의 작업은 여러모로 기억에 남을 듯하고 신선하다. 


비빔밥맛 사료가 개발되어 CF모델로 발탁되는 장군이의 모습을 흐뭇하게 상상해본다. 

동물농장 출연 섭외도 당연히 1순위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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