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처음 맞이하는 파리의 가을과 겨울

by 박소연

10월부터 본격적으로 나는 불어 수업을 다니며, 처음으로 파리의 가을과 겨울 날씨를 겪게 되었을 때 당시를 회상하면 매일 흐린 날씨에 오늘도 비가 오네... 또 비야? 수업이 끝나고 나면 아... 또 비오네...이런 날의 연속이었다. 그것도 매일 가랑비에 속옷 젖을 만큼 스물 스물 스프레이 뿌리듯이 비가 오더라는 것. 처음엔 우산을 엄청 챙겨 다녔지만 몇 달이 지나자 나는 왜 파리사람들이 그냥 비를 맞고 다니는지 알게 됐다. 딱히 엄청나게 쏟아 붓는 비가 아니니까 우산이 너무 귀찮아서 그냥 뭐 맞지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2012년의 겨울, 13년 초의 겨울엔 특히 파리에 눈과 비가 많이 왔다. 그야말로 우울증 걸리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사실 매일 매일 흐리고 엉망인 날씨가 적응이 안 되어 프랑스에서의 첫 겨울나기가 쉽지 않았다. 내가 매일 너무 추워하자 어느 날 올리비에는 나를 위한 전용 온열기를 사들고 와 나를 감동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하도 춥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서 인지 그가 제일 먼저 이해한 한국어가 추워가 되 버렸다. 그래서 나에게 춥냐고 물을 때마다 춰춰라고 발음을 해 나를 웃겨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절친이 전기장판을 보내주었고, 그것을 받아들고 뼛속까지 시린 차가운 몸을 전기장판 위에 누워 달래니...행복의 눈물이 글썽일 정도였다. 사실 온도 상으로 파리는 한국보다 훨씬 덜 춥다. 하지만 라지에이터로 하는 난방은 집안에서 아 완전 따뜻하다 정도의 온기가 감돌게 하려면 전기요금 폭탄을 맞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팍팍 사용할 수도 없고 그저 무릎만 따뜻한 정도로 사용한다. 그러니 뭐 집이나 밖이나 거의 같은 온도로 사는 셈이 되는 거다. 집에 와서 편하게 움츠린 몸을 풀고 쉬어야 하는데... 집에 오면 겉옷은 일단 벗으니 더 추운 것이다. 그때부터 극세사 소재로 위, 아래 잠옷은 물론 가운까지 모두 한국에서 공수해와 극세사 홈웨어 세트는 나의 실내용 교복이 되어버렸다. 지금도 겨울마다 그렇게 입고 있으면 늘 올리비에는 나를 할머니라고 놀린다. 옛날에 유럽 영화들 보면 집안에서도 할머니들이 가디건에 뭐에 뭐에 엄청 껴입고 있던데 알고보니 다 추워서 그런거 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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