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급 인사를 만나 생생히 들을 수 있어 다소 진지한 시에라리온 출장기
아프리카 서쪽 툭 튀어나온 연안에 오밀조밀 모여있는 작은 나라들, 그 중에 시에라 리온 (Sierra Leone)이 있다. 우리나라와는 직항이 없어 파리나 두바이를 경유하면 약 20시간이 소모된다. (환승시간을 포함하면 더 길어지지요^^) 과거 영국 식민지였으나 독립 후 민주주의를 꽃피웠고, 1960-70년대에는 아프리카에서 매우 발달한 나라가 되었다. 아프리카 대륙을 통틀어 첫 대학이 시에라 리온 수도인 프리타운 (Freetown)에 위치하고 있다. (Fourah Bay College, 1827년 설립) 도착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서아프리카 특유의 자긍심과 (사람들은 고집이 세고 잘 웃지 않으며 기개?를 가졌다) 무더위 (서아프리카의 더위는 또 다른 차원이다. 정수리 바로 위에 태양이 쫓아다니는 듯 하다) 가 강타한다.
아프리카에 와서 새롭게 알게된 것 하나는 생각보다 중국인이 많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자원이 많고 인프라가 부족한 아프리카 대륙으로 차이나머니와 함께 중국의 산업자본이 콸콸콸 쏟아들어 오는 현실. 시진핑의 '아프리카 공들이기' 외교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거대 중국자본은 아프리카 여기저기 길과 다리를 짓고 헌 자동차와 물품을 들여와 시장을 장악한다. 대표적인 국영기업이 중국교통건설 (CCCC)인데 많은 아프리카 국가에 진출해 있으며 [관련기사: '아프리카 교통허브' 점령한 중국…에티오피아 도로 건설 70% 주도/ 2015.12.29 한국경제 보도] 하도 중국 회사들이 활발히 진출해 우리는 어디가나 중국인 (Chinese)이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5살, 6살 되보이는 아이들이 우리를 보고 "니 하오, 차이니즈!"라고 할 때 어찌나 기가 차던지...
다시 시에라 리온으로 돌아와서... 교역과 선진국의 투자, 문화와 교육이 꽃을 피우던 70년대를 지나고 80년대로 들어서면서 정치적 갈등이 고조되었다. 영화 <다이아몬드 블러드>로도 제작된 것처럼 다이아몬드 사업이 많은 부와 동시에 정치적 갈등을 불러와 정부군과 반군이 끊임없이 세력다툼을 시작했다. 90년대부터 2000년도 초반까지 심한 내전을 겪으면서 시에라 리온은 날개가 꺾였다. 아스팔트가 깔려 매끈했던 길은 여기저기 불타고 끊겨 울퉁불퉁하게 변해버렸고 번듯했던 다리도 손실됐다. 사람들은 인접국인 라이베리아, 기니, 말리 등으로 피난을 갔다.
가장 최근 시에라 리온을 다치게 한 이슈는 에볼라 (Ebola)다. 공항에서부터 손세정제를 나눠주는 모습, 위생과 접촉에 특히 민감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014년 시에라 리온에서 첫 에볼라 환자가 발생하였고 1년 반여간의 긴 싸움 끝에 겨우 지난 11월 세계보건기구가 종식을 선언했다. 감염자의 분비물을 통해 확산되는 에볼라는 전통적으로 시체를 씻기는 풍습이 있고 마실 물이 부족해 식수와 생활 용수의 구분이 없는 시에라 리온에서 빠르게 퍼져나갔다. 현지에서는 체감도가 낮았지만 우리는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늘 조심했다. 질병이 덮친 마을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마을도 있었다. 한 마을에서는 이런 일례도 있었다고 한다.어떤 택시기사가 다른 마을에서 손님을 태우고 왔는데 손님이 차에서 토를 해 그걸 손으로 치우고 돌봐주었다는 것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손님은 에볼라 감염자였고... 증상도 겉으로 티가 나지 않고 고열과 같은 감기증상으로 시작해 구토, 설사로 이어지는 것이니 우리도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우려와 달리 시에라 리온 분위기는 밝았다. 에볼라와 내전을 딛고 일어나 앞으로 재비상을 준비하는 시에라 리온은 매우 바쁘고, 시끌시끌하다. 언젠가 바닥이 날 수 밖에 없는 광물 채취에 의존하기보다 제조업을 육성하는 데 주력하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에볼라 사태 당시 시에라 리온에 원조를 제공했으며 지난 11월 에볼라 종식 후 시에라 리온 부통령이 우리나라에 다녀가기도 했다. 시에라 리온이 지난 시절의 황금기, 그 이상을 위해 멋지게 날아가기를 응원해본다.
*출장 중 기간이었던 2016년 1월 16일 다시 북쪽 지역에서 22세 여성이 에볼라 양성반응과 함께 사망하면서 세계보건기구의 시에라리온 에볼라 종식 선언은 철회됐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긴긴 싸움, 이것은 결국 희망과의 싸움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