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
와, 이걸 지칭하는 단어가 있었다니. 게다가 단어의 느낌에서 이미 그 의미가 느껴지기까지. 너무 예쁜 단어다.
'윤슬'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고 처음 했던 생각이다.
'윤슬'을 알기 전에도 이리저리로 물결에 바삐 반사되던 빛을 볼 때마다 늘 내 마음은 황홀했지만,
알게 된 후에는 그 빛이 더욱더 마음 깊이 꽂혀들었다.
'반짝거린다'로 다 표현하기엔 부족했기에
굳이 '반짝반짝 예쁘다'고 말하기보다는 속으로 말을 삼키게 된 적이 더 많았지만,
이제는 이 아름다운 물의 모습을 더 표현하고 공유한다.
그렇게 나는
더 많은 윤슬의 사진을 찍게 되었다.
아래는 내 갤러리 속 수많은 윤슬 사진들 중 가장 아끼는 사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던 중 하루 시간을 내어 들렀던 산세바스티안에서 만난 윤슬이다.
비슷한 단어로 '물비늘'이 있다고 한다.
반짝이는 물결의 모양이 직관적으로 설명되는 단어다.
하지만 '윤슬'에서 느껴지는 부드럽고 반짝거리는 느낌은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
마치 같은 주제를 담은 비문학 vs. 소설/시의 차이 같달까.
'윤기'(반질반질하고 매끄러운 기운) 할 때의 그 윤택할 윤 潤에서 오는 반짝거리는 느낌.
그리고 ㅇ, ㅠ, ㄴ이 주는 부드러운 느낌.
슬의 발음에서 느껴지는 흐르는 물의 느낌.
이 모든 것이 윤슬이라는 단어의 의미 이상을 만들어주는 것 같다.
궁금해서 Chat GPT에게 외국어에도 윤슬 같은 단어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의 답변은 아래와 같다.
모두 반짝인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말들이지만,
윤슬과 같이 자연의 특정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단어는 아닌듯하다.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된 윤슬.
이것이 바로 언어가 주는 또 다른 재미다.
달리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는 것들에 대해,
자연이든 인간사든 섬세한 어떤 대상에 대해
표현하고 전달하며 삶을 더 깊이 느끼게 해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