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성실하게
조카가 태어난 해에 엄마는 늦은 김장을 했다. 식구가 많지도 않고 손도 많이 가서 김치 사먹은 지 꽤 된터라 새삼스러웠다. 게다가 조카는 김치는 커녕 제 엄마 젖만 물고 있으니, 이 김치는 내가 가장 많이 먹을 것이 뻔해서 이걸 미안하다고 해야할런지 고맙다고 해야하런지… 하여튼 집 안에 기쁜 일이 있으니 해야하는 거라며 특별히 속이 투명한 팔닥거리는 생새우도 넣었다. 조카가 태어난 덕분에 김장에게도 마음이 있음을 알게 됐다.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