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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 모르는 서울 한복판 숲세상

<걷기의 여왕> 0차 안산 자락길 후기

by 소율


안녕하세요?

강소율여행연구소 대표,

여행작가 소율입니다.



하루 전날 공지하여 번갯불처럼 <걷기의 여왕 0차> 안산 자락길을 걸었습니다.

월요일 일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한 분도 안 오실 줄 알았어요.

저 혼자 걸어도 괜찮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웬걸!

하룻밤에 3명이나 신청을 하신 거예요.


그리하여 ‘번갯불 팀’ 넷이 가을의 숲 안산 자락길을 누리고 왔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1차 ‘남산순환 나들길’은 현재 10명이 신청과 입금을 완료하셨어요.

이것도 어제 아침까지 일이에요.

결론은 마감되었다는 말씀입니다.


어제 시험 삼아 0차를 진행하며 정리한 것들을 먼저 이야기할게요.







<걷기의 여왕> 모임은 이렇습니다.


1. 딱 10명만 받습니다.


이유는 잘 아시다시피 코로나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단체로 몰려다니는 거, 서로의 안전을 위해서 지양합니다.

10명도 사실은 좀 많은 편이에요.

5명씩 끊어서 걸어야 할 듯해요.

저는 작고 오붓한 모임을 상상했거든요.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받아서 놀라는 중입니다.^^


2. 10분만 기다립니다.


집결지에 9시 30분, 시간에 맞춰 오세요.

오래 기다리진 않을 거예요,

정확히 10분만 기다립니다.

너무 허기지기 전에 점심 먹으려면 제시간에 출발해야 하니까요.

만약 10분 이상 늦으면 따로 혼자 걸어오셔야 해요.

안 기다렸다고 원망하지는 마시고요.


3. 소율이 주도하지 않습니다.


어떤 길을 걸을지 찾아보고 정하는 건 제 몫이지만,

제가 미리 답사를 하거나 길을 안내하지는 않아요.

왜냐면 저도 처음 가는 길이거든요.

저 역시 단순 참여자나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모일 수 있게 판만 깔아드리는 거예요.


4. 자발적, 적극적인 동참을 부탁드려요.


저는 서울 시민이 아니어서 시내 지리를 잘 모릅니다.

여행 작가라고 만능은 아니거든요.

서울에서 오래 사셨던 분들이 훨씬 잘 아셔요.

그런 분들이 자발적으로 알려 주시면 좋겠어요.

그저께도 독립문 근처를 잘 아는 분이 앞장서 걸으셨어요.

1차 길인 남산순환 나들길도 그녀는 잘 알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집결지인 서울역 11번 출구에서 길 입구까지 가는 안내를 그녀에게 일임했습니다.

자발적이고 적극적이어야 오래가고 진짜 재미집니다.

수동적인 인생은 재미없어요.


5. 가볍게 준비합니다.


등산한다고 하면 보통 먹을 걸 바리바리 싸들고 가시잖아요.

여기서는 그럴 필요 없습니다.

중간에 간식 먹으면 살만 쪄요, 쓰레기도 나오구요.

게다가 바쁜 아침에 준비하느라 출발 전부터 진 빠집니다.

늦어도 1시에는 마치고 점심을 먹을 거예요.

가볍게 물만 들고 오셔요.

운동화 역시 필수겠지요.


6. 맛집을 찾아가지 않습니다.

맛집 탐방이 아니구요,

걷기에 집중하는 모임입니다.

걷기를 마치고 그때그때 눈에 띄는 식당에서 먹을 예정입니다.

혹시 누가 미리 맛집을 알아 오시면 몰라도, 일부러 맛집을 찾아가지는 않습니다.


7. 공식적인 식후 커피 타임은 없습니다.

걷기가 끝나면 밥만 먹을 거예요.

식후 커피는 (공식적으로) 안 마셔요.

커피까지 마시면 친목도모를 하기에는 좋겠지요,

하지만 수다가 길어지고 시간이 늘어집니다.


물론 함께하고 싶은 분들끼리 소수가 따로 커피 타임을 가지는 것까지 막을 순 없겠죠.

단, 저는 일찍 가서 쉴게요.

보기보다 제 체력이 강하지 않습니다. ㅋㅋ




아유~ 도입부가 너무 길었네요.

그러면 <걷기의 여왕> 0차 안산 자락길을 소개할게요.


번갯불 팀은 독립문역 5번 출구에서 만났어요.

언덕길을 올라 안산 자락길 입구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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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를 굽어보는 전망대.



이 동네가 고 박완서 작가님이 사시던 곳이랍니다.



안산이 왜 안산인지도 알았어요.

경기도 안산과 헷갈리잖아요.

산의 모양이 말 안장처럼 생겨 안산이래요.



데크로 길을 깔아서 주변의 숲을 훼손하지 않고 걸을 수 있어요.



제주올레처럼 화살표를 따라갑니다.

우리는 파란색 방향.


살짝 아쉬운 점도 있었죠.

길이 갈릴 때 화살표가 없는 곳들이 나와요.

이거 헛갈리고 어리둥절합니다.

두번 정도 되돌아왔어요.


프로와 아마추어는 디테일에서 차이가 난다는 말이 생각났어요.

조금만 더 세심했으면 좋으련만.


물론 칭찬할 게 훨씬 많았죠.

오른쪽 사진처럼 데크 중간에 끼인 나무를 잘라내지 않고 배려한 것 좀 보세요!

아주 인상적이더군요.

이런 나무가 종종 나타납니다.

한두 개가 아니에요.



메타세쿼이아 숲!

안산 자락길의 하이라이트라고 자부합니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 이토록 멋진 울창한 숲길이라니!


바쁘게 갈 거 없잖아요.

우리는 쉬엄쉬엄 앉아서 물고 마시고 이야기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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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입니다.

하얀 서울성곽길, 인수봉, 청와대(!)까지 보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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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켜켜이 내려앉은 저 옹이 좀 보세요.

자글자글 주름 가득한 백살 노인같아요.

저 자리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보았을까요?

서울둘레길 홈페이지에는

안산 자락길이 7km 2시간 거리라고 나와요.

우리는 쉬면서 천천히 갔더니

실제로는 3시간이 걸렸어요.

쉬지 않고 꼬박 걸으면 2시간이 되겠죠?


3시간이 우리에겐 딱 좋았어요.

길지도 짧지도 않고 적당히 배도 고프고 좀 걸었다 싶은 느낌?


20201012_132731.jpg


내려오니 서대문 독립공원이 있네요.

독립관도 있고요.



그 안에 독립문이 떡 하니 서 있어요!

전 처음 봤어요.

파리의 개선문이 생각나는 자태군요.


바로 앞의 유명하다는 영천시장 구경도 하고

점심을 먹고 헤어졌어요.




아 참으로,

충만한 시간이었어요.

멀리 가지 않아도 아름다운 길이 많고도 많습니다.

멀리 가야만 여행이 아닌 거지요.


이 풍진 코로나 시대.


내 동네, 내 지역, 내 주변에서 여행을 즐겨요,

걸.

으.

면.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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