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소소한 바다, 주민만 아는 바다

한동리 바다를 아시나요?

by 소율


일요일, 비가 오지 않았다. 저건 분명 하얀 구름과 햇빛이 아닌가. 오늘은 맑으려나 보다. 바람도 분다. 근처 오름을 하나 찍고 와야지. 성읍리의 좌보미 오름과 종달리의 동거문이 오름 중에서 고민했다. 앗따, 좌보미 너다!


약 16km, 23분. 거리는 양호하네. 송당리에 왔을 때 시커먼 구름이 하늘을 뒤덮었다. 안개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 예감이 좋지 않다. 송당리를 거쳐 성읍리에 도착. 안개비는 가는 비가 되었다. 지난주 걷기 모임에서 물영아리 오름을 갔을 때와 같은 날씨였다. 아니 이것보다 열 배쯤 심한 습기와 안개 바람이 몰아쳤지. 물기를 잔뜩 머금은 공기 속을 걷는 일은 자주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과감히 차를 돌렸다. 송당리의 아부 오름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그러나 마찬가지였다. 오늘은 안 되겠다. 옆 동네 날씨가 정반대라니. 나는 다시 우리 동네로 돌아왔다. 뭐야, 여긴 또 해가 쨍쨍? 하얀 구름이 파란 하늘에 두둥실, 그림책 같았다. 이대로 집에 가긴 날씨가 아깝다. 바다가 정답이지.


지도를 들여다보았다. 어디에 괜찮은 해변 카페가 있을까? 지도를 늘려서 카페를 찾았다. 한동리에 있는 '비수기애호가'란 곳이 눈에 띄었다. 후기는 극찬 일색이었으나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유형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근처 바다는 김녕이나 월정, 세화가 유명하다. 한동리는 가본 적이 없었다.



아름답지만 소문나지 않은 바다와 카페. 관광객이 아닌 주민으로서 환영할 만한 조건이었다. 카페는 바다 바로 앞에 서있었다. 계단을 올라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절로 감탄이 터져 나왔다. 이야, 이건 내가 가본 카페 중 최고의 전경이다! 세화리의 '카페 텐더럽'도 바다를 내려다보기 좋지만 여긴 그냥 좋은 정도가 아니었다. 급이 다르다. 소위 차이 나는 클래스.



정면과 양 측면, 모두 3면으로 바다가 들어온다. 메뉴에 커피와 주스는 물론이고 상그리아, 띤또 데 베라노, 모히또까지? 밤엔 바로 변신한단다. 스페인 여행이 생각났다. 저 세 가지를 한 달 내 즐겼었지.


나는 일단 브루 커피를 시켰다. 핸드드립은 아니지만 맛은 합격. 아마도 자주 올 예정. 오늘처럼 파란 바다도 예쁘지만 비바람 거세게 불고 번개 치는 날도 굉장할 듯. 10여 년 전 서귀포 바다로 번개가 내리 꽂히는 장면을 보았다. 장관이었다. 지금까지 잊히질 않는다.



정면의 풍경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카페를 나와 바다 끝까지 걸었다. 한동리 바다가 유명하지 않은 이유는 모래 해변이 아주 작기 때문일 것이다. 행원리 바다도 마찬가지다. 작고 소소해서 관광객이 찾아오지 않는 바다. 해수욕장이 아닌 바다. 아는 사람만 아는 곳. 굳이 몸까지 적시기 않고 발만 담가도 좋을 곳. 수건과 두꺼운 우산을 들고 다시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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