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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그게 최선이었다

여행작가와 함께하는 달팽이윤독 후기

by 소율


달팽이윤독의 운영자 여행작가 소율입니다. 서둘러 가방을 메고 나왔는데 빼놓은 게 있었어요. 모임 할 때 하얀 칠판이 허전해서 만든 현. 수. 막. 이런 이런 멋지게 짜잔 하고 붙이려고 했구만. 저는 무엇이든 시간을 두고 차분히 준비해야 하는 사람. 늦었다고 급하다고 달려가면 꼭 중요한 걸 두고 나오거든요.



소설 <시선으로부터,> 6차시 중 벌써 중반입니다. 지난주엔 한 명이 못 오셨어요. 뉴질랜드로 결혼 30주년 기념 여행을 가셨답니다. 전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빠진 부분 읽으시고 다음날 참석하셨어요. 캬, 이 정도면 열혈 회원 아닙니까?! 선물로 목이 시원해지는 멘토스를 나눠주셨어요. 무려 일찍 도착해서 빵까지 사 오셨군요. 어제 뉴질랜드에서 돌아온 사람이 이렇게 부지런해도 되는 겁니꽈??



그런데 그림을 그리는 회원님이 또 선물을 꺼내셨어요. 이 분은 보태니컬 아트를 하십니다. 강사전 모음집이 나왔다고 두꺼운 화보집을 보여주십니다. 제가 15년 전쯤 처음 그림을 배운 게 생태 세밀화, 요즘 말로 '보태니컬 아트'였어요. 제법 그럴듯하게 그려서 액자에 담아 벽에 걸어놓곤 했지요. 지금도 기회가 되면 다시 도전하고 싶어요.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꽃 그림들, 우울할 때마다 한 장씩 천천히 들여다봐야겠어요.




선물을 두 개나 받고 드디어 책 읽기를 시작했어요. 이날의 특별 활동은 '필사'였어요. 맘에 드는 구절이 나오면 노트에 필사를 하기로 했지요. 하와이에서 제사 아닌 제사를 지내기 위해 주인공 '시선'의 딸과 손녀들이 각자의 미션을 하는 이야기.


잠깐 쉬는 시간에 갑자기 방언이 터지는 바람에 필사고 뭐고... 우린 그냥 자신의 결혼생활에 대해 털어놓기 시작했답니다. 저를 포함한 네 명이 모두 다른 색깔의 삶을 살아왔더라고요. 소설도 재밌지만 실제 인생이 어쩌면 더 파란만장하잖아요? 현직 싱글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아직까지 결혼이라는 제도 아래 머무는가?'라는 질문과 현직 유부녀들의 답변. 적게는 10여 년부터 길게는 30년까지 노련한 경험자들이었으니까요. 예전엔 왜 그리 바보같이 살았나, 자책도 이어졌지요. 하지만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다.'에 모두 합의했어요. 맞아요, 지금 우리의 모습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온 결과 값이죠.




할머니 그래서 갔구나. 여기를 떠나서 독일로. 이렇게 좋은 데를 두고도 배우려고. 뭐라도 배우려고.

94 p


엄마 나는 죽지 않았어. 죽지 않았으니까 사는 것처럼 살아야지.

100 p


목소리가 있다는 것, 의견이 있다는 것을 숨기고 싶어서였다고......

117 p


누구에게나 공격성은 있지만, 그것이 희미한 사람과 모공에서 화약 냄새가 나는 사람들의 차이는 컸다.

125 p


폭력은 사람의 인격을 조각한다. 조각하다가 아예 부숴버리기도 하지만.

126 p




제가 줄쳐 놓은 부분입니다. 포스팅으로 대신 필사한 셈이군요. 목표 지점까지 조금 덜 읽었어도 서로의 마음을 나누었으므로 만족! 책은 다음주에 바짝 더 읽으면 되죠. 주차가 더해질수록 우리들 간의 거리가 팍팍 좁혀지는 느낌입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달팽이윤독. 3월 2기에 함께하실 분은 후기를 계속 주목해 주세요. 그럼 안녕.^^



책 소개

<달팽이윤독> 첫 날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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