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겠다. 새벽 3시까지 잠이 들지 않았다. 기세를 보아하니 뜬눈으로 아침까지 갈 것 같다. 그냥 버틸 것이냐, 수면제라도 먹고 조금 잘 것이냐. 나는 망설이다가 수면제를 선택했다. 그래봤자 내가 얻은 수면시간은 겨우 3시간. 수면제는 비상용으로 처방해 준 것이다. 정 괴로울 때만 먹으라고. 수면제를 복용하고도 세 시간밖에 못 자는 건 당연히 정상이 아니다. 즉 나는 수면제가 별로 소용없는 체질인 것이다.
이번 여름 새벽에 깨는 일이 3주일째 이어진다. 처음엔 열대야 때문이라 생각했다. 급기야 내 방에 벽걸이형 에어컨을 달았다. 덕분에 이삼일은 잘 잤다. 시원해서 살 것 같았다. 그런데 다시 원상태. 이유가 뭘까. 나는 밤에 25도로 온도를 낮춘 뒤 잘 땐 에어컨을 껐다. 새벽 네다섯 시에 깨는 건 아마 다시 방이 더워졌기 때문일 터였다.
다음엔 잠들기 전 에어컨을 송풍으로 유지했다. 이번엔 금방 잠이 들지 않는다. 머리 위 바람 소리가 시끄러웠나? 새벽 서너시에 간신히 잠들어 여섯 시에 깨었다. 12시쯤 잠들어서 네다섯 시에 깨는 거나 새벽 서너시에 잠들어서 여섯 시에 깨는 거나, 도긴개긴 아니냐고요. 피곤하긴 매한가지라고요.
하루는 송풍 기능 대신 선풍기를 멀리서 틀어놓았다. 선풍기 소리나 에어컨 송풍 소리나 비슷하구만. 에효, 밤을 꼴딱 새우고 아침까지 깨어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전날 늦은 오후에 마신 커피가 생각난다. 그래도 그렇지 10시간 이상 카페인이 작용한다고? 평소엔 멀쩡했다. 고로 커피에겐 죄가 없다. 하지만 이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커피는 멀리해야겠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는 거다.
혹시 잠자는 약 중 리보트릴을 줄였기 때문인가. 리보트릴을 사분의 삼 개에서 이분의 일 개로 줄인 지 17일 차. 잠을 못 자기 시작한 시기와 딱 맞아떨어진다. 처음부터 그게 원인이었나? 보통 약을 줄이면 일주일 정도는 고생하지만 이후엔 적응을 한다. 17일이면 적응을 하다못해 넘칠 기간이다.
뭐가 원인인지 사실 정확히 파악하기는 힘들다. 이건가 저건가 하면서 대책을 찾으려고 할 뿐. 이 여름이 참으로 괴롭구나. 졸리다. 벌건 아침 열 시에 절대 다시 잠들 수 있을 리가 없다. 다만 무지하게 졸릴 뿐이다. 내 몸은 그런 식으로 작용한다. 유사 고문에 가깝다.
아이고, 원인이고 대책이고 다 귀찮다! 그저 여름이 빨리 지나갔으면. 9월이면 시원해지려나, 편하게 잘 수 있으려나. 정신이 혼미하여 더 이상 글을 쓸 수가 없습니다요. 누군가는 이런 이야기를 읽고 일기는 일기장에나 쓰라던데. 또 그 소리를 듣게 생겼다. 양희은 가수가 쓴 책 제목이 떠오른다. 그러라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