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무지게 짐 싸기
배낭을 가져갈 것인가 캐리어를 가져갈 것인가, 이것이 문제로다. 배낭은 가방의 무게를 온몸으로 감당하는 대신 두 손이 자유롭다. 단 짐을 아래부터 쌓아야 해서 짐 정리가 불편하다. 캐리어는 무게에 대한 부담이 없지만 한 손은 늘 캐리어를 챙겨야 한다. 대신 펼쳐놓는 형태라 짐정리는 간편하다. 배낭이냐 캐리어냐 하는 문제는 순전히 개인의 취향이므로 자기가 편한 걸로 선택하면 된다. 덧붙이자면 대부분의 여행지는 캐리어로도 충분히 여행이 가능하다.
배낭이건 캐리어건 여행자의 짐은 다음과 같은 3종 세트로 이루어져 있다. 큰 배낭이나 캐리어, 보조 배낭, 그리고 작은 크로스백. 큰 배낭이나 캐리어에는 대부분의 짐들이 들어가고, 보조 배낭에는 위탁 수하물로 부칠 수 없는 카메라・노트북이나 기타 전자기기들과 배터리들, 크로스백에는 현금이나 카드・여권 등 몸에 지녀야 할 귀중품이 자리한다.
여행 일정 중 시골이나 오지가 끼어 있는데 캐리어를 가져갔을 경우, 이 보조 배낭을 활용하면 된다. 캐리어는 맡겨두고 보조 배낭에 간단한 짐만 챙겨서 다녀오면 편리하다.
여자는 50L 내외, 남자는 60~70L. 일반적으로 여행자들이 이 정도의 배낭을 가지고 다니지만 정해진 것은 없다. 본인이 감당할 만큼의 용량이 정답이다. 배낭이 클수록 자꾸 짐을 채우게 되고 무거워진다. 무게가 10~15kg 정도라면 메고 다닐 만하다.
참고로 6개월의 세계여행 때 아들과 나는 둘 다 45L 배낭을 멨다. 장기 여행이 아니라면 30~40L 정도로도 충분하다. 당연히 겨울보다는 여름이, 여행기간이 짧을수록 배낭은 가벼워진다.
배낭은 인터넷으로 사기보다는 직접 착용해보고 사는 걸 권한다. 매장에서 메어보고 내 몸에 잘 맞는지, 등판이 편안한지 확인할 것. 배낭에는 등산용 배낭과 여행용 배낭이 있다. 어떤 것이든 고르는 기준은 가볍고 튼튼할 것.
배낭은 계단이나 언덕, 비포장 길이 많은 지역인 경우나 작은 버스로 이동할 때, 그리고 이동이 많은 자유여행에 적합하다.
짐이 적을 때는 기내용 캐리어(20인치, 21인치)가 적당하다. 또한 수하물로 부치지 않아도 되니 간편하다. 위탁 수하물로 부치는 경우는 22인치 이상일 때. 이때 항공사 규격을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겨울이거나 짐이 많은 경우, 휴양지나 대도시, 이동이 많지 않은 짧은 여행에서는 캐리어가 편하다. 캐리어를 고를 때는 바퀴가 튼튼한 것이 으뜸이다. 캐리어의 생명은 바퀴이므로 무엇보다 이 점에 유의할 것. 비슷한 캐리어가 많아 혼동하기 쉬우므로 평범한 것보다는 튀는 디자인과 색깔이 낫다. 다른 사람의 것과 바뀌거나 분실할 염려도 적고 도난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 캐리어 역시 배낭과 마찬가지로 가볍고 튼튼한 제품을 골라야 한다.
배낭에는 통상 커버가 달려 있지만 캐리어는 그렇지 않다. 캐리어 커버는 따로 사야 되는데 챙기지 않는 경우가 보통이다. 실제로 여행을 하다 보면 한 번쯤은 비를 만나게 된다. 특히 봄가을에 유럽을 가거나 여름・가을에 동남아를 간다면 비를 만날 가능성이 높다. 운이 좋아 사람은 비를 안 맞더라도 캐리어가 비를 맞을 수도 있다.
필리핀 어학연수를 떠났던 2014년 10월. 마닐라 공항에 내려 짐을 찾고 보니 캐리어가 흠뻑 젖어 있었다. 위탁 수하물을 내릴 때 비가 쏟아진 모양이었다. 하드케이스라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결과는 아니었다. 짐을 풀어 보니 지퍼 사이로 빗물이 스며들어 옷이 다 젖었다. 보슬보슬 오는 정도라면 하드케이스로 충분하지만 우기 때 억수같이 퍼붓는 비는 감당이 안 된다는 걸 알았다. 그 뒤로는 꼭 캐리어 커버를 챙긴다.
가방은 미리 싸라
A 타입: 여행을 떠나기 1주일 전부터 짐을 쌌다 풀었다 한다.
B 타입: 여행 전날 밤에서야 허겁지겁 짐을 싼다.
당신은 어떤 유형인가?
A는 좀 지나치다고? 그래도 B보다는 A가 낫다. 가방은 미리 싸보고 용량을 확인하자. 전날 밤 급하게 짐을 싸면 빼놓는 물건도 있고, 진즉에 샀어야 하는데 준비하지 못한 물건이 나올 수 있다. 수하물은 무게 제한이 있기 때문에 그에 맞추어야 한다. 공항에서 가방을 파헤쳐 짐을 빼내는 수고를 하고 싶지 않다면 미리 짐을 싸고 무게도 재어보길 권한다. 집집마다 하나씩은 있는 체중계에 올려놓으면 대략적인 무게를 파악할 수 있다.
안 써본 물건은 피한다
초보 여행자가 흔히 하는 실수는 한 번도 안 써본 새 물건을 가져가는 것이다. 사용해보지 않아서 그 유용성을 알 수 없는 물건은 여행지에서 무용지물이 되기 쉽다. 막상 사용해보니 별 쓸모가 없다거나, 또는 너무 무겁거나 부피가 커서 불편하다면 그것은 그냥 ‘귀찮은 짐’에 불과하다. 게다가 비싼 물건이라면 버리기도 아깝다. 쓰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계륵 신세. 무조건 비싼 물건은 가져가지 않는 게 마음이 편하다. 여행 중에는 항상 도난이나 분실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여행지에서는 쓰던 것, 익숙한 물건, 저렴한 것이 낫다. 평소에 사용해본 결과 여행지에서도 괜찮겠다 싶은 물건을 선택하자. 손에 익어서 쓰기 편한 것, 없어져도 아깝지 않은 저렴한 것이 여행에서는 알맞다.
옷에 대하여
당연한 말이지만 짐은 최대한 가볍게 싸야 한다. 가방이 가벼울수록 여행도 가벼워진다. 가방 안에서 가장 부피를 차지하는 것이 옷이다. 옷만 줄여도 가방이 한결 넉넉해진다. 민소매, 반소매, 셔츠, 카디건, 스카프 같은 기본적인 아이템을 활용하면 적은 옷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런 것들은 일단 여행 중 아무 때나 무난하게 입기 좋다. 게다가 더우면 하나씩 벗고, 추우면 하나씩 겹쳐서 입어도 된다. 커다란 스카프는 추울 때 목에 두르는 것뿐만 아니라 숄 대용으로도 사용하고 허리에 두르면 치마 대용으로도 쓸 수 있다.
더불어 많은 옷을 가져가지 않고도 멋을 부릴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공개하겠다. 바로 현지에서 옷을 사는 것. 이건 내가 애용하는 여행 꿀팁이다. 현지에서 옷을 사 입으면 좋은 점이 많다. 한국에서 옷을 준비하다 보면 현지 날씨를 정확히 알 수 없어서 난감하다. 기껏 준비했는데 변덕스러운 그곳 날씨와 맞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럴 땐 기본 아이템만 챙긴 뒤 현지에 가서 그때 파는 옷을 사 입는 거다. 그러면 고민 끝! 현지에서는 그 지역, 그 계절에 딱 맞는 옷을 팔기 때문이다. 주로 저렴한 옷을 사기 때문에 그다지 부담되지도 않는다.
어차피 여행자라면 적든 많든 쇼핑을 하게 되어 있다. 나는 다른 기념품은 거의 사지 않는 편이라 현지 옷이 실용적인 기념품이 된다. 현지인처럼 입고 다니면서 현지인 기분을 낼 수 있는 것은 덤이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그 옷들을 자주 입고 다닌다. 일상에서도 여행 기분을 내는 간단한 방법이다.
생리대 걱정 뚝
여자라면 여행갈 때 생리대 걱정을 하게 된다. 일단 비상용만 챙겨가도 괜찮다. 만일의 사태에는 현지에서 사면 되니까. 세계 어느 도시를 가도 생리대는 다 판다. 우리나라처럼 일반 슈퍼마켓에 가면 생리대 코너가 따로 있다. 생리대를 영어로 뭐라고 해야 하나 고민할 필요도 없다. 여자라면 누구라도 딱 보면 알게 되어 있다. 어느 나라나 생리대는 다 똑같이 생겼다. 걱정 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