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지

by space b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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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하나가 하늘을 향해 홀로 솟아 있다.

이발 잘못한 것 같이 삐죽 튀어나와 있는 것이 보기에도 뜬금없다.

밑의 가지들은 가로누워 사과열매를 키워내느라 바쁠 때도 저 가지는 혼자 모로 서 있다.


뿌리에 머물러 있는 땅속의 에너지는 이 가지의 자극을 받아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온다.

줄기의 맨 위에 위치하며 에너지의 이동방향도 제시한다.

에너지의 주 흐름은 몸통 줄기를 따라 흐르게 하고, 중간의 가지에는 분배의 기준으로 나누어지도록 하여

하나의 가지로 쏠리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준다.

더하여 나무 세력에 대해 완급조절까지 한다.

나무의 힘이 넘치면 이 가지의 높이를 낮추거나 조금 작은 가지로 대체하고, 힘이 없을 때는 이 가지를 굵고 높게 키우는 방식이다.

그래서 이 가지는 전정할 때도 꼭 남겨둔다.

볼품없는 이 가지는 사과나무의 컨트롤 센서이며 사과재배 용어로는 연장 지라 한다.

사과나무의 몸체를 벗어난 위치에 있기에 그런 이름이 붙은 것 같다.

그러기에 자신을 돌아보고 피드백한다.


사람에게도 이런 좋은 가지 하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사람의 내면 저 밑에 웅크리고 있는, 미처 써먹어 볼 엄두도 내보지도 못한, 하지만 누구에게나 있는

그 엄청난 힘을 가슴과 머리까지 끄집어 올려 그 존재를, 그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 주었으면 좋겠다.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도 길을 잃지 않고 등대처럼 기어코 가야 할 곳을 안내해 주면 좋겠다.

마주치는 일들에 함몰되지 않고 인생이라는 큰 줄기를 살아가며 그러한 일들에 마음과 노력을 담담하게 분배해 낼 수 있게 해 주면 좋겠다.

나의 눈이 내 것이 아니게 하여 나를 물끄러미 바라볼 수도 있으면 좋겠다.

현실에 묻혀 하루밖에 보이지 않는다면 고개를 억지로라도 들어 작은 희망 하나 만들고,

희망이 욕심으로 변해 숨이 거칠어지면, 그때는 멈춰 서서 숨을 고를 수 있게 해 주면 좋겠다.

그래서 그 희망이 파란 하늘을 닮았으면 참 좋겠다.


사람에게도 이런 가지 하나 솟아 나와

자신의 울타리에 머무르지 않고 하늘을 향해, 불구하고 일으키는 마음 있게 해 준다면

나는 그 가지를 희망지라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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