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금지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처음 진행된 세션에서 나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는 감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을 유지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전했다. 그리고 내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더 이상의 치료도, 상담도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그날 세션은 그것으로 종료되었다.
다음날 제니 포울링이 회복실을 방문했다. 막 아침 식사를 끝냈을 때쯤이었다.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공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침대에 앉고 그녀는 내가 식사용으로 사용하는 식탁에 걸터앉았다. 그녀는 아주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외국어를 배우는 학생처럼 단어 하나하나를 천천히 내뱉었다.
“우리는 당신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어요.”
제니 포울링이 말했다.
“동시에 우리들이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도 당신이 알아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고도로 발전되고 정교한 25세기의 세계가 놀랍도록 연약하다는 사실을 내게 설명했다. 그리고 내가 의식을 찾은 사건이 무기력한 삶을 사는 많은 이들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주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신에게 우리의 법을 강요할 수는 없다는 것이 윗선의 판단이에요.”
결국 내게는 1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졌다. 정확히 365일이 지난 후에, 나는 삶의 후반전을 계속할 지에 대한 판단을 내리게 될 터였다. 내가 결정을 바꿀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리자, 제니 포울링이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한 가지. 이 건 개인적으로 약속해 주세요. 유예기간 동안에는 저희의 제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해 보겠다고요. 염치없지만, 저희들의 노력에 대한 답례라고 생각해 주세요.”
이 말을 할 때 그녀는 어딘가 절박해 보이는 느낌이 있어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