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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Mar 17. 2022

3월 17일 한주형의 하루

정전

이른 새벽, 나는 일찍 잠에서 깼다. 아직은 매우 어두운 새벽이었다. 졸리긴 졸린데 이대로 다시 잠들면 제시간에 출근을 하지 못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잠도 깰 겸, 샤워를 하기로 했다. 아직은 쌀쌀한 새벽이라 뜨거운 물을 틀고 샤워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화장실 등이 나갔다. 그때 나는 머리에 샴푸를 묻힌 상태였다. 어렴풋이 보이는 어둠에 놀라 나는 서둘러 손을 뻗어 물로 씻었다. 겨우 겨우 눈을 뜨니 아주 깜깜했다. 나는 대충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며 밖으로 나왔다. 아까 분명 거실 불을 켜고 샤워를 하러 화장실에 간 것 같았는데 불이 꺼져있었다. 혹시나 해서 전등 스위치를 몇 번 건드렸는데 불이 도저히 켜지지 않았다. 나는 그때서야 집이 정전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서둘어 나는 핸드폰을 찾아 손전등 기능을 켜고 두꺼비집이 있는 곳으로 갔다. 차단기가 내려가 있었고 나는 서둘러 차단기를 올렸다. 그러나 차단기는 바로 다시 내려갔다. 나는 당황해서 다시 차단기를 올렸지만 바로 내려갔고 이렇게 몇 번을 반복하니 나는 생각보다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창밖을 보고 주위도 혹시 정전인지를 확인했다. 새벽이라 아직 불을 켠 집이 많이 없었지만 그래도 몇몇 집에서 불이 켜진 것을 보니 우리 집에만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나는 집 안에 있는 모든 콘센트를 우선 뽑았다. 혹시나 하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핸드폰으로 정전이 되었을 때의 대처 요령을 검색했다.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해결할 수 있는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검색을 계속하다 보니 우리 집의 차단기가 고장 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아침 일찍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집은 계속해서 전기가 나간 상태로 있어야 했다. 내가 어떻게 해결하면 좋겠지만 그러기엔 손재주와 전기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에 결국 전문가를 일찍부터 찾아야만 했다. 

다행히 해가 뜨기 시작했고 전기가 없는 아침 햇살은 어두운 집을 다시 비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출근 시간도 다가오기 시작했다. 다행히 지금 다니는 회사는 유연근무제라 아침에 늦게 출근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마저도 언제까지는 와야 한다는 제약이 있었지만 아침에 급한 업무를 해결할 수는 있는 시간은 있었다. 

아침 일찍, 나는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혹시 차단기를 수리할 수 있는 곳의 연락처를 얻을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 일찍 출근하신 관리사무소 직원 덕분에 나는 기사님의 연락처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조금 일렀지만 전화를 드려 수리를 부탁드리려고 했다. 그러나 너무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전화를 잘 받지 않으셨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드디어 기사님과 연락이 닿았고 기사님은 바쁘실 텐데도 빠르게 우리 집으로 오실 수 있다고 했다. 

집에 마침 병 음료수가 있어서 기사님께 드리기 위해 준비를 해두었다. 생각해보니 전기를 못 쓰니 냉장고도 사용할 수가 없었다. 약속한 시간보다 살짝 늦은 시간에 기사님이 찾아오셨고 누전차단기 상태를 보더니 집이 오래되어서 차단기도 오래되어서 교체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기사님은 미리 준비한 장비를 가지고 차단기를 교체하기 시작했다. 나는 약간 마음이 급해서 시계를 봤다. 아직 출근까지는 30분 정도 여유로웠다. 물론 그렇게 여유로운 것은 아니었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기사님은 다 끝났다고 말씀하셨고 나는 전기가 들어오는지를 확인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기사님께 음료수를 드렸다. 그리고 바로 기사님께 수리비를 입금해드렸다. 그는 정말 나의 기사님이었다. 휴우….

기계를 보니 이제 출근을 하면 늦지 않게 회사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만약 조금만 늦었으면 오전 반차를 쓰던가 해야 했고 그렇지 못할 사정이라면 내일까지 어둠 속에서 지내야 했다. 그냥 회사에서 밤샘을 하는 것이 더 이득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내가 오늘 조금 일찍 일어났으니 망정이지 늦잠을 잤으면 정말 큰일 날 뻔한 것 같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연신 쉬며 집을 나와 회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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