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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Mar 16. 2022

3월 16일 최인철의 하루

아침 식사

인철은 점심이나 저녁은 걸러도 아침 식사만은 꼭 하려고 하는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30세가 된 지금까지 인철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아침 식사를 챙겼다. 잠이 많은 인철이었지만 아주 적은 양이라도 음식을 찾아서 꼭 먹어야 했다. 

인철이 아침 식사를 꼭 먹으려고 하는 이유는 먹지 않으면 도저히 힘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점심은 아침을 먹었기에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고 저녁은 조금 일찍 자서 아침을 먹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예 아침을 먹지 않으면 점심까지 버틸 수가 없었고 아예 아침에 학교나 회사를 갈 기운이 나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는 것처럼 아침 식사를 하는 것은 그에게 너무나도 당연한 습관이었다. 

사실 인철은 식욕이 왕성한 편은 아니었다. 점심은 있으면 먹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학교를 다닐 때도 그랬다. 점심시간이 되면 식당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리던 친구들과 달리 인철은 아주 천천히 사람이 없는 시간대를 골라 식당으로 향했다. 점심도 깨작깨작거리다가 어느 정도 먹으면 음식을 버리고 식당을 나왔다. 성장기에도 인철은 잘 먹지를 않아 부모님이 걱정할 정도였다. 그러나 아침만은 언제나 예외였다. 아침에만 이상하게 식성이 살아났고 인철의 부모님은 인철을 이때야 말로 먹일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해서 남들이 저녁을 먹는 수준의 반찬을 준비해 인철에게 밥을 먹였다. 덕분에 인철의 가족들은 아침이 진수성찬을 먹을 수 있었다. 

저녁 시간이 되어도 인철은 그리 배고파하지는 않았다. 청소년기에 군것질을 조금 좋아한 것 빼고는 저녁도 많이 먹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늦은 밤, 학원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인철은 편의점에서 물을 사서 그것만 벌컥벌컥 들이켰다. 인철도 배가 고팠지만 밤에 뭘 먹으면 속이 안 좋았기 때문에 야식을 즐겨하지는 않았다. 

이런 습관은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되었다. 학창 시절처럼 진수성찬으로 아침을 맞이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인철은 가급적 아침밥은 잘 챙겨 먹으려고 했다. 점심은 회사 사람들과 같이 먹거나 그 시간에 잠을 자며 건너뛰는 경우가 많았고 저녁은 아예 먹지 않았다. 가끔 약속이나 회식이 있으면 과식을 하는 정도였다. 그래서 인철이 실제로 먹는 양은 매우 적었고 주변에서는 인철의 식습관을 지적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인철은 하루 한 끼만 먹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설명했다. 인철은 단지 자신은 아침을 많이 먹는 것일 뿐이라고 주변에게 말하곤 했다.

오늘도 인철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아침 식사 준비를 했다. 오늘은 과일 위주로 된 식단을 마련했다. 인철은 최근에 과일을 잘 먹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일주일에 1~2번은 의식적으로 과일 위주로 된 식단을 준비했다. 식사 준비를 마친 인철은 먼저 유튜브를 틀고 간단하게 요가를 했다. 인철이 거의 유일하게 하는 운동이었다. 몸을 깨우는 요가를 마친 인철은 준비한 과일을 먹으며 지난밤에 있었던 뉴스들을 봤다. 과일을 다 먹은 인철은 전날 미리 준비한 구운 계란 3개를 까서 입에 넣었다. 그리고 우유와 함께 계란을 삼켰다. 대충 아침 식사를 마친 인철은 서둘러 출근 준비를 마치고 회사로 향했다. 

오전 업무가 빠르게 지나고 동료들은 인철에게 오늘 점심 식사를 먹는지를 물었다. 인철은 오랜만에 짜장면이 당겼지만 뼈해장국을 먹으러 간다는 동료들의 반응에 그냥 밥을 먹지 않기로 했다. 그는 점심시간을 낮잠을 자는데 쓰기로 했다. 

오후 업무가 끝나고 약간의 야근을 마친 인철은 집으로 향했다. 인철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인철은 잠시 멈칫하고 저녁밥을 먹을까 고민을 했다. 인철은 점심에 먹고 싶었던 짜장면을 지금 먹을까 한참을 고민하며 회사 근처에 있는 중국집 앞에서 서성였다. 그렇게 20분 동안 고민하던 인철은 너무 늦었으니 그냥 집에 가서 빨리 자는 게 좋다고 생각하여 발걸음을 돌렸다.

집으로 가는 길, 여전히 짜장면 생각이 나던 인철은 편의점에 들려 짜장 라면 3 봉지를 손에 쥐었다. 지금 먹을 것은 아니고 내일 아침에 먹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인철은 평소처럼 구운 계란과 우유를 함께 골라 계산하고 집으로 향했다. 짜장라면 3 봉지와 구운 계란, 우유, 그리고 집에 있는 김치. 인철이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먹을 음식들이었다. 집에 도착한 인철은 배가 고파 지금 당장이라도 먹고 싶었지만 그 마음을 겨우 진정하며 샤워를 하러 갔다. 인철은 오늘도 빨리 잠들 것이다. 아침을 즐기는 인철에게 늦잠을 자는 것은 정말 괴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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