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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Apr 07. 2022

4월 7일 전유상의 하루

혼자라서 서러운 날

혼자 자취를 하면서 가장 슬플 때는 몸이 아플 때다. 주변에 누군가 나를 챙겨주는 사람이 있다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많았다. 오늘도 그랬다. 새벽에 배가 너무 아파서 났다. 화장실에서 속이라도 비워야겠다고 생각하고 변기 위에 한참을 앉아있었지만 배 아픈 신호 외에는 다른 신호가 도저히 오지 않았다. 미칠 것 같았다. 배는 아파서 속에서 몸부림치는데 내뱉어지는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참을 변기에 앉아있으니 마침내 신호가 왔다. 그렇지만 시원하게 나오지는 않았다. 오히려 배만 더 아파지고 나아지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물을 내리고 화장실에서 나오려고 하니 이번엔 앞에서 신호가 왔다. 순간 역함을 느낀 나는 변기를 부여잡고 토를 하기 시작했다. 정말 괴로울 정도로 많은 양이 나왔다. 어제 먹은 것들이 모두 나왔지만 구역질이 멈추지 않아 계속해서 변기를 잡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는 산이 나와서 목이 아팠다. 눈에서는 자연스럽게 눈물이 나왔다. 

겨우 겨우 안정을 취한 나는 양치를 다시 하고 침대에 누웠다. 배는 여전히 아팠고 잠에 들 수가 없었다. 시간을 확인하니 5시였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웹툰을 보기로 했다. 좋아하는 웹툰의 최신화를 보고 있는데 배가 너무 아파서 집중할 수가 없었다. 식은땀이 났고 목에서는 여전히 불편함이 느껴졌다. 구토를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화장실로 다시 향했다. 그냥은 구토가 나오지 않았지만 나는 속의 불편함을 어떻게든 덜어내고 싶어서 일부러 손을 목에 넣어 헛구역질을 유도했다. 그러자 다시 목에서 엄청난 양의 구토가 쏟아져 나왔다. 다시 눈에서는 눈물이 났다. 

다시 한바탕을 하고 나니 몸이 조금 괜찮아지는 것 같았다. 나는 다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겨우 겨우 잠에 드는 데 성공했지만 그리 오랫동안 잠을 잘 수는 없었다. 배가 아파서 일어나서 화장실에 가는 것을 반복했다. 

어느새 시간은 7시가 되었다. 평소라면 출근을 하기 위해서 일어나야 하는 시간이었지만 여전히 몸이 좋지 않아서 출근을 할지 말지 고민이 되었다. 나는 조금 더 기다리면서 경과를 지켜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나아지지 않았다. 나는 결국 오늘 휴가를 쓰고 회사를 가지 않기로 정했다. 아직 회사에 보고하기엔 이른 시간이라 조금 있다가 전화하기로 했다.

현재 내 몸 상태를 보면 장염인 것이 거의 확실했다. 어제 먹은 음식 중에서 특별히 문제가 되는 것은 없는지 생각해봤다. 아무래도 어제 야근을 하고 와서 과식을 했던데 문제라면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김밥을 먹었는데 그게 아무래도 속에 무리를 준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장염이라 단정할 수는 없었다. 혹시나 코로나일 수도 있기 때문에 나는 인터넷을 검색하며 장염과 코로나의 상관관계를 찾으려고 했다. 찾아보니 상관관계가 없지는 않았다. 코로나로 인해 장염까지 이어질 수 있기는 했다. 그래서 나는 미리 준비해둔 자가진단키트로 검사를 했다. 목이 아프거나 감기 기운이 있는 것은 아니라 아닐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은 있었다. 약 15분이 지난 후, 결과를 보니 다행히 음성이었다. 자가진단키트를 완전히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증상이 없는 지금은 아무래도 장염으로 생각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8시가 조금 지나자 나는 상사에게 전화를 걸어 몸이 안 좋아 병가를 써야겠다고 보고했다. 상사는 나에게 건강 조심하라면서 장염이면 오전 반차만 쓰는 것은 어떠냐고 말했다. 순간 고민이 되었지만 설사 오전 중에 괜찮아진다고 해도 오늘은 집에 있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증상이 심해서 아무래도 오늘 하루는 휴가를 써야 한다고 말했고 상사는 알았다며 휴가계를 올리라고 말했다. 그리고 병원에 가면 진단서도 같이 올리라고 했다. 

이렇게 전화를 평소처럼 하기는 했지만 내 증상은 더욱 심각해져 있었다. 배가 너무 아파서 허리를 제대로 들 수가 없었다. 몸 곳곳이 성한 곳이 없어 몸을 움직이는 것도 힘들었다. 이럴 때 내 주변에 누군가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정말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고 싶은 날이었다.

아픈 몸을 이끌고 나는 대충 옷을 입고 근처 병원으로 갔다. 병원으로 가는데 정말 한세월이 걸렸다. 몸이 아파서 제대로 발을 뻗는 것도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겨우 병원에 도착하니 이제 오픈 시간이라 다행히 사람이 많이 있지는 않았다.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나는 진료실로 갔다. 의사는 내 상태를 보더니 급성 장염 같다며 약을 처방해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링거를 맞고 가라고 했다. 나도 그러는 것이 편했다. 링거를 맞으면 조금 나아질 것 같았다. 

링거를 맞고 누워있는데도 잠이 오지 않았다. 몸이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몸 어디도 성한 곳이 없었다. 누워있는 것도 힘들어서 나는 몸을 일으켜 세우고 병원 침대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링거를 맞고 나서 나는 병원에서 받은 처방전을 약국에 제출했다. 약을 챙기고 집으로 향했다. 병원으로 갈 때보다는 조금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 집에 가기 전 나는 편의점에 들러 이온음료와 즉석죽을 잔뜩 샀다. 비닐봉지에 담긴 이온음료와 죽이 무겁게 느껴졌다. 

집에 돌아온 나는 이온음료 하나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배가 다시 아픈 것 같았다. 기운이 또 없어진 나는 침대에 누웠다. 시간을 확인하니 10시 30분 정도가 되었다. 아프기도 아프지만 너무 서러웠다. 

나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장염에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엄마는 그렇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내가 장염을 워낙 달고 살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엄마는 퉁명스럽게 약 잘 챙겨 먹고 푹 자라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엄마도 바쁘기 때문에 그런 것이겠지만 엄마마저 나를 걱정해주지 않는 것 같아 조금 서운했다. 하긴 내가 아프다고 어리광을 부리기엔 내 나이가 이제 있고, 그런 내 응석을 받아주기엔 엄마도 나이가 이제 많으시다. 그런 것을 나도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곳에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버티다가 하루 몸이 아파서 괴로워하는데 아무도 걱정하지 않는 내 모습이 너무 서글펐다. 그렇게 고통에 괴로워하는데 잠이 오기 시작했다. 나는 눈을 감았다. 드디어 잠에 들 수 있을 것 같다. 눈을 뜨면 여전히 나는 혼자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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