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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Apr 06. 2022

4월 6일 서예진의 하루

마트

예진은 장보기를 자주 하는 편이다. 특별히 장보기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대형 마트가 예진의 집에서 워낙 가까운 곳에 있었기 때문에 퇴근을 할 때 종종 마트에 들러 먹을거리를 사 왔다. 많이 먹는 편도 아니었기 때문에 한번 장 볼 때 대량으로 사기보다는 그때그때 필요한 음식이나 재료를 샀다. 워낙에 음식 재료가 남는 것을 싫어하는 예진의 성격 탓에 예진은 한번 장을 볼 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일주일 안에 해치울 수 있는 양만 샀다. 그래서 예진이 장을 보는 날은 대부분 매주 수요일이었다. 특히 퇴근길에 가면 딱 마감 세일을 하는 시간이라 예진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찬거리를 구매할 수 있었다.

오늘도 예진은 퇴근길에 마트에 들렀다. 정확히 말하면 바로 마트에 가는 것이 아니라 집에 먼저 들러 장바구니를 챙기고 마트에 가는 것이었다.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데 10분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예진의 집에서 마트는 매우 가까웠다. 

예진은 전날 미리 적어둔 리스트를 점검하며 필요한 것들을 카트에 담기 시작했다. 먼저 골라야 하는 것은 은이 매일 점심에 먹을 도시락 재료였다. 이를 위해 예진은 제철 과일과 채소를 골랐다. 재료는 간단했다. 매일 점심에 먹을 계란과 토마토, 바나나와 같은 과일, 파프리카, 당근, 샐러리가 기본이었고 예진의 눈에 띄는 과일 종류를 고르면 그만이었다. 손질도 간단하고 딱히 준비할 것도 없어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조금만 챙기면 되는 구성이었다. 예진은 매일 점심을 이렇게 간단하게 챙긴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있다. 아침도 삶은 계란으로 해결하기 때문에 계란은 꽤나 많이 필요했다. 

그다음으로 예진은 저녁거리를 골랐다. 예진은 건강한 점심 식단과 다르게 저녁은 즉석식품에 많이 의존했다. 쉽게 만들 수 있는 카레와 즉석 국이 예진이 저녁 식사를 해결하는 방법이었다. 저녁에 바로 먹을 수 있는 밥만 3~4인분 미리 만들어놓고 퇴근하자마자 끓이거나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바로 해결할 수 있는 식단이었다. 아주 가끔 예진은 저녁도 챙겨 먹지 않으니 이 정도면 일주일의 식단을 해결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정말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을 때는 배달을 시켜먹으면 되니 예진은 쓸데없이 먹지도 않을 재료를 사서 음식물 쓰레기를 만들 필요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예진은 밀 키트를 구매했다. 이것은 배달 음식 자체가 싫어질 때를 대비한 것으로 밀키 트는 1개만 사는 것이 예진의 원칙이었다. 어차피 여러 개 산다고 해서 일주일 안에 먹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하면 예진의 장보기는 대부분 끝이 났다. 여기에 추가로 가끔 필요한 소스나 음식 재료를 추가로 사는 정도였다. 이러면 일주일의 식단이 대부분 해결될 수 있었다. 예진은 마감 세일을 하고 있는 초밥이나 족발, 매운탕 등의 재료 앞에서 잠시 입맛을 다셨지만 저걸 먹으면 쓸데없는 돈을 지출하는 것이고 과식을 한다는 생각에 카트를 돌려 계산대로 향했다.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려고 보니 예진의 생각보다 꽤 많은 돈이 나왔다. 예진은 필요한 것만 샀는데 가격이 꽤 나와서 조금 당황했지만 이왕 담은 것을 버릴 수는 없었다. 예진은 아무래도 과일 값이 큰 몫을 차지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계산을 마친 예진은 장바구니에 오늘 구매한 재료들을 담았다. 꽤나 무거운 무게였지만 집은 매우 가까웠기 때문에 심호흡을 하고 장바구니를 들어 집으로 향했다. 

예진은 집으로 돌아와 장바구니를 정리했다. 그리고 영수증을 다시 보며 다음 주에 어떤 부분을 줄여야 더 아낄 수 있을지를 생각해봤다. 즉석식품을 조금 줄이고 차라리 저녁 식사량을 줄이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는 예진이었다. 예진은 마트를 가는 비중을 조금 줄이는 방법도 고민했다. 예진이 지금 사는 집에 이사를 올 때는 마트가 가까워 좋은 점만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예진은 마트를 그만큼 자주 가고 그만큼 오히려 소비 패턴과 먹는 습관이 변해서 그에 맞춰서 돈을 더 많이 쓰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먹는 것을 완전히 줄일 수도 없는 일이라 예진은 점차 무섭게 오르는 물가가 두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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