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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Apr 13. 2022

4월 13일 송동원의 하루

보도자료

동원은 출근하자마자 자리에 앉아 회사의 이름을 인터넷에 검색했다. 검색창에는 회사에 대한 별다른 내용은 없었다. 동원이 창업한 지 이제 반년이 지난 회사였기에 회사를 홍보하기 위해 올려놓은 블로그 글 정도가 전부였다. 나머지는 회사의 이름과 동일한 다른 단어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동원은 오늘 자신의 회사에 대한 기사가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동원은 회사의 대표다. 친구들과 함께 의기투합해서 차린 회사는 지난 반년 간, 밤낮없이 달려왔다. 영업 전문인 동원과 마케팅 전문인 친구 진수, 개발 겸 기획자인 송호, 그리고 일을 도와주는 성민이 회사 구성원의 전부였다. 회사를 외부에 알리는 일보다는 서비스를 만드는 일에만 집중했다. 블로그는 가끔 시간이 날 때 진수가 회사의 서비스가 무엇인지 소개하기 위해 작성해둔 정도였다. 회사의 이름은 다소 흔한 이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넷에 검색하면 동명의 회사가 꽤 많이 나왔고 해당 단어에 대한 다른 뉴스들이 더 많았다. 

몇 주전, 회사는 몇 달 동안 그토록 그리던 서비스의 프로토타입을 완성시켰다. 아직 원래 목표한 것에 비하면 초라했지만 동원의 회사 사람들은 이를 자랑스러워했다. 그래서 이를 기념하기 위해 아직은 이르지만 보도자료를 만들어 언론사에 뿌리기로 했다. 마케팅 업무가 주이긴 하지만 작은 대행사에서 보도자료를 쓰는 법을 잠깐 배웠던 진수가 초안을 잡았고 동원이 이에 첨언하는 형식으로 보도자료를 썼다. 송호는 아직 서비스가 미숙하다며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것을 반대했다. 하지만 동원은 이렇게 언론사에 뿌려야 다른 회사가 자신들을 찾아오고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송호는 동원의 말에 이상하게 과장해서 보도자료를 쓰지는 말라고 조언했다. 송호는 아직 서비스가 초기 단계라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보도가 잘 못 되어서 회사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동원과 진수는 송호에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송호는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며 일이나 하겠다고 했다. 

동원과 진수는 어제 하루 종일 보도자료를 검토했다. 정말 간단한 수준의 보도자료였지만 동원과 진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순간이었다. 그래서 오타가 없는지, 송호의 말대로 너무 과장되지는 않았는지, 혹시나 너무 과장을 하지 않아서 기자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요소가 빠지지는 않았는지 등을 면밀히 검토했다. 동원은 기사를 길고 최대한 자세히 쓰고 싶어 했지만 진수는 그러면 기자들이 써주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진수는 동원의 의욕을 조금 자제시키면서 보도자료를 작성했다. 

한편 성민은 보도자료를 배포할 언론사와 기자들의 주소록이 담긴 미디어 리스트를 수집하는 일을 했다. 따로 대행사를 쓰는 것도 아니고 홍보담당자가 있어 준비해둔 미리어리스트가 있는 것은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리스트를 작성하는 일부터 해야 했다. 성민은 동원의 회사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키워드를 검색해 관련 기사를 쓴 사람들의 명단을 엑셀 파일로 정리했다. 그리고 여기서 더 확장해 다른 영역이지만 회사의 아이템 와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 기사를 쓴 사람들의 이메일 주소도 수집했다. 그렇게 100명 내외의 미디어 리스트가 하루 만에 정리되었고 성민은 동원에게 보고했다. 

미디어 리스트와 보도자료까지 만들어지자 이제 메일을 보내는 것이 중요했다. 진수는 동원에게 보통 보도자료는 오전 8시 50분에서 오전 9시 사이에 보내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그래서 진수는 예약 메일을 작성하면서 메일의 발송 시점을 오전 8시 50분으로 예약해두었다. 이 시간에 보내면 기자들이 가장 많이 보기도 하지만 그만큼 다른 회사의 보도자료도 쏟아지는 시점이라 경쟁이 치열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진수는 처음이었기에 가장 정석으로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진수는 보도자료에 대한 내용 요약을 메일 바디에 녹이고 서비스를 소개할 이미지 자료를 첨부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디어 리스트를 검토하며 혹시나 리스트가 잘못되었는지를 마지막으로 체크했다. 그리고 메일 내용과 첨부 파일 등에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한 진수는 메일 발송 예약을 했다. 

동원은 진수에게 몇 번이나 확인하면서 이 정도면 되냐고 물었다. 진수는 보도자료의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단순히 서비스를 알리는 정도라면 인터넷 언론사에서는 조금 관심을 가지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수는 혹시나 메이저 언론에서 이 기사를 내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말라고 동원에게 말했다. 진수는 지금 규모의 회사라면 잘 모르는 언론사에서 보도를 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그렇게 보도자료는 오늘 아침에 배포되었다. 도원은 오전 내내 인터넷에 회사 이름을 검색하며 혹시나 기사가 나왔을까를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사는 보이지 않았다. 동원은 진수에게 혹시 내일 기사가 나오는 것이냐고 물었지만 진수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솔직히 이야기했다. 동원은 기사 한 줄 내주지 않는 언론사들이 미워졌다. 

그때, 성민이 큰 소리를 질렀다. 뉴스가 나왔다는 것이었다. 동원과 진수는 놀라 기사를 검색했다. 그토록 고대하던 회사의 첫 보도자료가 언론사에서 기사로 만들어준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한 동원은 순간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진수는 입꼬리가 오른 상태로 기사를 몇 번이나 봤다. 진수가 작성한 보도자료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기사였다. 거의 그대로 옮겨온 기사였다. 그래도 진수는 만족스러웠다.

조금 마음을 진정한 동원은 기사를 내준 언론사의 이름을 확인했다. 동원이 처음 들어보는 언론사였다. 동원은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었기 때문에 이 정도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동원은 이후 또 다른 기사가 나올 것을 기대했지만 더 이상의 기사는 없었다. 이름 모를 언론사에서 보도해준 기사가 회사의 유일한 기사였다. 

동원은 그래도 기쁜 마음으로 기사를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곧이어 동원의 팔로워들이 회사의 성장을 축하하는 댓글을 남겼다. 동원은 이게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다음번에는 서비스를 더욱 발전시켜서 더 많은 언론사에서 찾을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사무실 구석에 있던 송호 역시 기사가 나온 것을 보고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기사화를 반대했지만 막상 세상에 조금씩 알려지는 모습을 보니 송호 역시 기분이 좋았다. 송호는 핸드폰으로 한참 기사를 보다가 다시 핸드폰을 내려놓고 하던 일을 이어갔다. 

진수는 기사 내용을 정리하며 회사의 블로그에 올릴 글을 작성하고 있었다. 서비스를 다시 한번 소개하고 나중에 누군가 검색해서 찾아왔을 때 노출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성민은 부모님에게 기사 내용을 공유하면서 자신이 현재 다니는 회사가 어떤 곳인지 자랑했다. 부모님은 성민이 이름도 모르는 회사로 가서 고생한다고 생각했었지만 회사가 잘 성장하고 있고 언론 보도까지 나온 것을 보고 기뻐했다. 성민은 자신이 선택한 이 회사를 더욱 발전시켜 자신의 커리어를 잘 쌓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오늘은 동원, 진수, 송호, 성민의 회사가 힘찬 첫 발걸음을 시작한 날로 기억될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4명 모두 알 수는 없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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