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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Apr 17. 2022

4월 17일 이지호의 하루

주말 일상

지호는 오늘 한적한 곳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조금 늦은 아침에 일어난 지호는 차를 끌고 집에서 조금은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다. 미리 인터넷에서 조금 조용한 분위기에 자연을 바볼 수 있는 카페로 향했다. 지호가 찾은 곳은 생긴 지 얼마 안 된 곳이라 사람이 많이 없었다. 날이 너무 좋아 주위를 산책하기에도 좋았고 사람의 소리보다는 커피 머신 소리와 벌레 소리, 개울가 소리가 들리는 평화로운 공간이었다. 지호는 오늘 자신이 딱 알맞은 장소를 찾았다고 생각했다. 

커피를 주문한 지호는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오늘 지호는 커피를 마시면서 카페에서 영화를 보려고 했다. 지호는 영화광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 달에 2번 정도는 영화관을 찾았다. 보고 싶은 영화도 많았다. 영화 관련 커뮤니티에서 활동했고 시사회가 있으면 꼭 응모했다. 좋아하는 영화 평론가가 영화를 설명하는 행사에도 참여하려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 시기는 모든 것을 바꿔놨다. 지호는 좋아하는 영화관을 가지 못 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최신 영화도 볼 수 없었다. 지호는 처음에는 모든 것이 불편했지만 1년이 지나자 익숙해졌고 영화관이 아닌 넷플릭스나 다른 OTT 플랫폼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이 더 편해졌다. 그렇게 2년이 지났다.

작년에는 지호가 정말 보고 싶어 했던 영화가 개봉했다. 지호는 몇 번이나 영화관 앱에 들어가서 예매를 했다가 말았다 했지만 결국 걱정이 되어서 영화를 보지 못했다.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고 빠르게 OTT 플랫폼에 업로드되었다. 지호가 오늘 보려고 한 영화가 바로 이 영화였다. 작년에 꼭 보고 싶었던 영화, 하지만 보지 못했던 영화, 다행히 OTT 플랫폼에 올라와 이제 편하게 볼 수 있게 된 영화. 오늘 지호는 아주 한적한 곳에서 영화를 보기로 한 것이었다. 

지호는 얼마 전 아주 큰 크기의 태블릿을 구매했다. 집에서 영화를 많이 보게 된 이후에는 태블릿으로 보게 되는 경우가 많았고 기왕이면 큰 태블릿을 사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지호는 가방에서 태블릿을 꺼냈다. 태블릿에는 미리 집에서 OTT 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다운로드하여놓은 영화가 담겨 있었다. 노이즈 캔슬링이 탑재된 블루투스 이어폰을 귀에 꼽은 지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영화를 볼 준비를 마쳤다. 

영화가 시작되고 지호는 태블릿 화면에 집중했다. 다소 햇살이 강해서 화면이 잘 보이지 않자 지호는 조금 그늘진 자리로 이동했다. 그리고 다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지호는 영화를 보고 있으니 사운드가 아쉬워졌다. 블록버스터 영화라 사운드와 화면이 중요했는데 태블릿으로 블루투스 이어폰을 꼽고 들이니 이런 점에서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지호는 역시 영화관에서 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영화에 집중했다. 

30분 정도 지나자 지호의 영화 감상을 방해하는 요인이 나타났다. 어디선가 단체 손님이 등장한 것이다. 5~6명 되는 사람들이었는데 문제는 매우 시끄러웠다. 조용하던 카페는 어느 순간 혼란스러워졌고 소음은 지호의 블루투스 이어폰을 뚫고 들어왔다. 노이즈 캔슬링으로는 커버가 도저히 안 되는 소음이 된 것이었다. 지호는 영화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잠시 이어폰을 빼고 단체 무리에게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가 없었다. 지호는 그냥 볼륨을 조금 더 높이고 듣기로 했다. 그러나 조용한 카페를 찾아온 사람은 지호와 단체 손님뿐이 아니었다. 

점심시간이 지나자 더 다양한 사람들이 찾기 시작했다. 지호는 자신만의 아지트를 찾았다고 생각했지만 이곳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아지트였다. 저마다 공기 좋고 조용한 카페를 찾아왔고 어느 순간 카페는 공기만 좋은 시끄러운 카페가 되었다. 카페 사장님은 기분이 좋았겠지만 지호는 그렇지 못했다. 이제 볼륨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커버되지 않았다. 소음도 소음이었지만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발자국 소리도 들렸고 아이들이 우는 소리까지 지호의 영화 감상을 방해했다. 영화가 시작된 지 1시간 정도가 지났지만 지호는 이제 영화를 보는 것을 포기했다.

영화 자체가 생각보다 재미가 없기도 했고 주변에 지호를 방해하는 것이 너무 많았다. 결국 지호는 태블릿 화면을 끄고 앞에 있는 커피를 쪽쪽 빨았다. 지호는 남은 영화는 집에서 조용히 보기로 했다. 이럴 거면 그냥 집에서 볼 걸이라며 지호는 후회했다. 

지호는 짐을 챙겨 카페를 나와 주변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영화를 보는 것은 방해를 받았지만 평화로운 분위기는 여전히 느낄 수 있었기에 지호는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따스한 봄햇살과 개울가 소리를 들으며 지호는 한참 가만히 서있었다. 방금 전까지 짜증 나던 감정은 없어지고 지호에게는 온화한 마음만이 남았다. 지호는 눈을 감고 잠시 명상을 했다. 그렇게 지호는 약 30분 정도 주변을 돌아다니며 자연을 만끽했다. 

어느 정도 돌아다닌 지호는 다시 카페로 들어가 저녁에 먹을 빵을 몇 개 사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카페의 좁은 주차장은 어느새 다양한 차로 가득 찼다. 지호는 겨우 차를 빼고 집으로 돌아갔다. 오늘 지호의 주말은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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