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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Apr 20. 2022

4월 20일 최재성의 하루

수요일 연차

주 4일제가 가능하다면 언제 쉬는 것이 가장 좋은가?

수요일 vs 금요일


언젠가 이런 질문을 본 적이 있다. 만약 주 4일제가 된다면 당연히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만 일하는 형식이 될 것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수요일에 쉬는 것이 더 좋다.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출근이 싫은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딱 이틀만 출근하면 쉬는 날이 바로 있고 목요일에 출근하면 다시 이틀만 일하면 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는 이 편이 더 괜찮은 것 같았다. 가끔 공휴일로 인해 수요일에 쉬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일주일을 잘게 쪼개서 사는 것 같은 기분도 좋았다. 올해에도 선거가 2번이나 있어 수요일에 쉬는 것이 참 좋았다. 

물론 주 4일제는 실제 나하고는 절대 상관없는 일이며 아마 실제로 우리나라에 적용되는 것은 한참 많이 남았을 것이다. 지금이야 금요일까지만 일하는 것이 상식이 되었지만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주 5일은 상식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항상 토요일에도 출근하셨고 나 역시 토요일에 학교를 가야 했다. 그러나 그것이 특별히 힘든 것은 아니었다. 토요일에 그렇게 일하거나 공부를 하는 것이 너무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주 5일 근무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다. 아버지 역시 주 6일 어떻게 일했나 싶다고 하실 정도가 되었다. 나 역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을 때는 주 5일 근무제가 정착된 상황이었기에 토요일에 일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아주 가끔 주말 근무를 해야 할 때가 있기는 했지만….

주 5일 체제로 가는데도 말이 많았다고 하는데 요새 이야기되는 주 4일제가 과연 가능할까 싶다. 정치권에서 이야기만 하지 실제로 기업의 입장에서는 손해 보는 것이 분명히 있고 결국 정치인들은 기업의 손을 들어주는 법이니까 주 4일은 내가 은퇴할 때쯤에나 본격적으로 이야기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니, 그전에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체해서 주 4일이라도 일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해야 하는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정말로 만약 주 4일제가 도입된다면 나는 수요일에 쉬고 싶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나는 연차를 쓰고 싶을 때는 가급적 수요일에 쉬려고 하고 있다. 어디 여행 간다거나 할 때는 금요일이나 월요일 연차를 쓰지만 중간에 쉬는 타이밍을 마련하고 싶을 때는 꼭 수요일 연차를 썼다. 회사 사람들은 왜 금요일에 연차를 안 쓰냐고 물어보긴 했지만 나는 오히려 이 날 쉬는 것이 정신이나 몸을 쉬게 하는데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오늘도 나는 수요일 연차를 썼다. 특별히 할 일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특별히 어디를 갈 일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여자 친구와 데이트를 하려고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지 않아도 여자 친구는 금요일에 쉬면 자기랑 어디 놀러라도 갈 텐데 어정쩡하게 수요일에 내가 휴가를 써서 자기랑 휴가도 겹치기 어렵다고 투정을 부렸다. 나는 여자 친구에게 “너도 수요일에 쉬자”라고 했지만 여자 친구 일이 바빠 주중에 쓰기가 매우 어렵다고 했다. 나도 물론 여자 친구랑 놀면 더 좋기는 하지만 그것 때문에 수요일 휴가라는 달콤한 휴식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나는 이번 주 금요일 저녁에 속초라도 놀러 가서 2박 3일 동안 맛있는 것이나 먹자며 여자 친구를 달랬다. 

어찌 되었건 나는 오늘 완전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아침에 좀 늦게 일어나서 헬스장 가서 운동도 하고 점심에는 카페에서 책이나 읽으면서 휴가를 즐겼다. 몇몇 중요한 연락처만 제외하고 다른 연락처로는 전화가 오지 못하도록 핸드폰 방해금지도 설정해두었다. 가급적 쓸데없는 전화 때문에 내 휴식을 방해받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나는 오후 일과를 카페에서 계속해서 보냈다. 

저녁 시간이 되자 집 근처에 새로 생긴 샐러드 집에서 간략하게 밥을 챙겨 먹었다. 오늘 수요일 휴식은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완전히 느슨한 마음으로 보내려고 했다. 막상 휴가가 끝나갈 때쯤에는 이런 것을 할걸이라고 후회가 몰려오기는 하지만 오늘은 그래도 괜찮았다. 

집에 들어와 컴퓨터를 켜고 게임을 하려고 하는데 내일 해야 할 일들이 갑자기 생각났다. 해야 할 일은 꽤 많은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흔들면서 가급적 이런 생각들도 하지 않으려고 했다. 이런 생각을 하면 달라지는 것도 없는데 무슨 소용이 있나. 그냥 내일 최선을 다하자. 내일 하면 된다.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이렇게 생각한 나는 게임에 집중했다. 

내일은 다시 나에게 월요일 같은 목요일이다. 그래도 괜찮다. 내일만 지나면 다시 금요일이 오고 조금만 일하면 다시 주말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역시 수요일에 쉬는 것이 최고다. 길게 3일 쉬는 것보다 이렇게 나눠서 쉬는 것이 더 좋다. 내가 회사를 다니는 동안 주 4일제가 정착이 될지 절대 알 수 없지만 만약 나라에서 쉬는 날을 투표하라 하면 나는 반드시 수요일에 투표할 것이다. 매주 수요일마다 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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