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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May 01. 2022

5월 1일 임선재의 하루

음주 후 새벽 

선재는 어제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셨다. 대학교 때 만난 친구들은 어느새 아저씨가 되어있었고 예전처럼 오랫동안 술을 마실 체력도 되지 않았다. 그래도 선재와 친구들은 오랜만에 거리두기가 풀린 주말을 즐기고 싶었다. 그래서 조금 술을 천천히 마시며 선재와 친구들은 이야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결국 11시가 넘어가자 30대 중반을 이제 넘은 선재와 친구들은 더 이상 버틸 체력이 없었다. 특히 선재는 졸려서 미칠 것 같았다. 결국 선재와 친구들은 다음을 기약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누구는 막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뛰어갔고 누구는 택시를 잡으려고 했다. 선재 역시 택시를 불렀지만 잘 잡히지 않았다. 10분 동안 사투를 벌인 끝에 선재도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 이미 다른 친구들은 각자의 귀가 수단을 찾고 사라진 이후였다. 택시 뒷좌석에 앉은 선재는 잠이 쏟아졌다. 그래도 이성의 끈을 완전히 놓은 것은 아니라 택시 기사가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는지 지켜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얼마 안 지나 선재는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2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택시 기사는 선재를 깨웠다. 겨우 정신을 차린 선재는 주위를 확인해 지금 이곳이 선재의 집 앞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다음에는 자동으로 결제된 요금을 확인했다. 거리를 생각하면 딱 적당한 요금이었다. 선재는 택시 기사에게 인사하고 뒤틀거리며 집으로 갔다. 

도착하니 선재의 아내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 선재는 아내가 깨지 않게 조심하며 안방 문을 닫았다. 그리고 옷방에서 속옷과 잠옷을 꺼내 화장실 앞에 두고 바로 샤워를 했다. 샤워를 안 하고 바로 자고 싶었지만 몸에 나는 술과 고기 냄새를 어느 정도는 지우고 싶었다. 선재는 머리도 찝찝해서 샴푸를 짜내서 머리 위로 풀고 머리를 감았다. 

샤워를 마치고 나니 선재의 정신은 오히려 또렷해졌다. 술도 어느 정도 깬 것 같았다. 선재는 소파 위에 누워 근처에서 굴러다니는 태블릿을 들었다. 그리고 태블릿에 설치해둔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선재는 평소에는 게임을 잘 안 했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게임이 재미있고 집중이 잘 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선재는 약 2시간 정도 누워서 게임을 했다. 

어느새 새벽 2시가 되었다. 선재는 이제 방에 들어가서 잠을 자야 했지만 이제는 자고 싶은 생각이 완전히 사라졌다. 하지만 선재가 따로 할 일은 없었다. 선재는 그냥 이대로 방에 들어가서 눈을 감으면 그래도 잠이 오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친구들이 추천했던 드라마가 떠올랐다. 선재는 마침 잠도 안 오니 잠깐 드라마를 보기로 했다. 

TV에서 드라마를 검색한 선재는 리모컨으로 소리를 줄이고 1회를 보기 시작했다. 막상 TV를 보려고 하니 입이 심심해진 선재는 며칠 전 잔뜩 사둔 편의점 소시지를 하나 까서 먹었다. 입에 뭐가 들어가니 이젠 목이 말라진 선재는 냉장고에 넣어둔 콜라를 마시기 시작했다. 

드라마를 정말 잠깐 보려고 했던 선재였지만 의외로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빠져들었다. 그래서 1회를 통으로 다 봤다. 선재는 나중에 아내에게도 추천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2회를 보기 시작했다. 시간은 3시 20분쯤. 이제 선재는 잠을 자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렸다. 

2화까지 모두 보고 나니 새벽 4시 30분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선재의 정신은 말똥 말똥 했다. 물론 선재의 신체는 이제 잠을 자라고 다양한 방법으로 신호를 주고 있었지만 뇌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선재는 3회도 보고 싶었지만 일단 참기로 했다. 그리고 양치를 다시 했다. 

양치를 마친 선재는 다시 소파에 누워 태블릿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하루 동안 있었던 재미있는 이슈와 유머글을 확인했다. 선재가 보기에 재미있는 글이 많았다. 여러 글을 보던 선재는 갑자기 궁금한 내용이 생각나서 이번엔 위키에 접속해 해당 단어를 검색했다. 위키 글을 보며 재미있어하던 선재는 위키 본문 내용에 있는 다른 링크를 클릭했다. 그렇게 새벽에 선재는 처음에 무슨 단어를 검색했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끝없이 무언가를 찾아보게 되는 위키의 늪에 빠졌다. 

혼자 피식 웃으며 위키를 한참 보던 선재가 다시 시간을 확인했을 때는 새벽 5시 40분이었다. 선재는 여전히 잠이 오지 않았다. 이제 선재는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특히 라면이 너무 먹고 싶었다. 하지만 이 상태에서 잠도 안 자고 라면이나 끓이고 있는 것을 아내가 본다면 선재는 크게 혼날 가능성이 높았다. 결국 선재는 마지막 유혹을 이겨내고 조용히 안방으로 들어갔다. 선재의 아내는 여전히 편한 자세로 자고 있었다. 선재는 슬며시 침대에 누워 예전부터 자고 있었다는 모습이었다는 증명하려는 듯한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선재는 눈을 감았다. 잠은 절대 오지 않았다. 선재의 머릿속에 수많은 상상의 세계가 펼쳐졌다. 그 생각들은 어느 순간부터 실타래처럼 얽히기 시작했고 이제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이 되었다. 선재는 슬슬 꿈의 세계로 가고 있었다. 선재가 완전히 잠든 것은 새벽 6시 30분이었다. 그렇게 선재의 아주 길었던 토요일이 끝나고 아주 늦은 일요일이 시작되려고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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