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주 작가 May 02. 2022

5월 2일 신준혁의 하루

실외 마스크 해제

월요일 아침부터 너무 늦잠을 잤다. 어제 침대에서 뒤척이며 늦게 눈을 붙인 탓이었다. 나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동선을 짜서 최대한 빨리 출근 준비를 했다. 딱 20분. 20분 만에 채비를 마친 나는 마지막으로 마스크를 쓰고 밖으로 나왔다. 

오늘은 실외 마스크가 해제된 날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불안해서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혹시나 다른 사람들이 모두 벗고 다녀서 나만 눈치 보이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다. 그러나 정작 밖에 나가보니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나는 당황해서 밤새 마스크 해제 조치가 취소되었나 스마트폰으로 검색했다.

지난주 마스크 해제가 발표되었을 때 회사 사람들끼리 어떻게 행동할지를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계속 쓰고 다니겠다는 사람이 반, 마스크를 쓰지 않겠다는 사람이 반이었다. 그중에는 아예 마스크를 들고 다니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마스크를 쓰겠다는 사람들은 아직 불안한 것도 있고 미세먼지도 잘 막아주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고 쓰지 않겠다는 사람들은 이제 다 괜찮을 거라는 이유를 말했다. 어느 쪽이 옳다고는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나라에서 이제 실외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기 때문에 우리는 이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코로나 사태 동안 단 한 번도 확진이 된 적 없다. 흔히 아싸는 안 걸리고 인싸만 걸린다는 소리가 있었지만 나도 여러 모임도 나가고 미팅도 나가곤 했지만 코로나 확진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물론 내 주위에는 걸리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PCR과 자가진단키트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양성은 나오지 않았다. 지난 2년 간 안 걸렸다는 것에 약간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그래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지 않는다는 것은 나에게는 조금 불안한 조치였다. 정말 식당에서 밥 먹을 때 빼고는 마스크를 아예 벗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이것이 나를 지켜줬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오늘 출근 기간 내내 그래서 나는 계속 마스크를 썼다. 하지만 밖의 상황을 보니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회사에 출근하니 동료들은 실외 마스크 해제에 대한 저마다의 소감을 말하고 있었다.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출근했다고 한다. 당당하게 마스크를 벗고 다닐 준비를 했는데 정작 사람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다녀서 눈치 보여 계속 마스크를 썼다는 사람이 많았다. 마스크를 벗고 출근했다는 한 동료는 지하철을 탈 때는 마스크를 다시 써야 해서 조금 불편했고 지하철 밖으로 나올 때는 아예 마스크를 다시 쓴 상태로 회사까지 걸어왔다고 한다.


실외 마스크가 해제되었지만 사무실의 풍경은 바뀌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재택근무를 하지 않는 대신 사무실에서도 마스크를 쓰는 것을 권장했다. 그래서 우리는 잠시 동안의 재택근무 기간을 제외하고 지난 2년 동안 계속해서 마스크를 쓰고 근무했다. 처음에는 불편한 점이 많았지만 익숙해지니 괜찮았다. 그리고 그로 인해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마스크를 더 신뢰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회사에서는 실외 마스크가 해제되었지만 여전히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라는 공지가 올라왔다. 

점심시간이 되자 밖에 나가니 조금씩 마스크를 벗고 다니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오늘부터 일상이 완전히 돌아오는 줄 알았는데 아직 우리에게는 익숙지 않은 일상인 것 같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대학교 친구들이 있는 단톡방에 알림이 왔다. 확인해보니 자영업을 하는 친구가 짜증을 내는 메시지였다. 그 친구는 식당을 하고 있는데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계속 이야기하지만 오히려 손님들이 화를 내며 어차피 식당인데 마스크 안 써도 되는 거 아니냐고 소리를 질렀다는 것이었다. 나는 친구를 위로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일상을 회복하는 것이 어째 더 큰 혼란을 가져오는 것 같았다. 

오후 업무를 마치고 퇴근을 하며 조금 사람들이 없는 길로 일부러 걸었다. 그리고 잠시 마스크를 벗고 공기를 들이켰다. 매연냄새와 먼지 냄새가 가득한 서울 하늘이지만 2년 만에 제대로 맞는 바깥공기라 이마저도 소중했다. 거리의 사람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거리두기가 풀렸을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 식당에 빈 곳이 없을 정도로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아직 마스크 벗기는 그런 사람들에게도 익숙지 않은 것 같았다. 다시 돌아온 일상이 너무나 낯설게 느껴졌다. 이런저런 걱정이 들고 아직 마스크를 벗기에 조심스럽지만 이것이 다시 상식이 되고 일상이 되는 때가 올 것이다. 수많은 노력 끝에 다시 돌아온 일상의 첫날이다. 그리고 이런 일상이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이전 05화 5월 1일 임선재의 하루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