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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Apr 30. 2022

4월 30일 이민혁의 하루

초보요리사

요새 토요일마다 하는 일은 요리는 배우는 것이다. 원래 나는 평소에 요리를 하지는 않았다.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항상 부모님이 해주시는 밥만 먹었고 내가 뭐를 제대로 차려드린 적은 없었다. 누구나 서툰 시간은 있지만 나는 아예 요리를 배울 생각조차 없었다. 

그러다가 자취를 하게 되었지만 요리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남들은 자취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요리를 배우게 된다는데 나는 그렇지 않았다. 해봤자 라면과 김치찌개 정도 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식사는 회사 근처에서 사 먹거나 아니면 집에 와서 배달을 시키는 것으로 해결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배달비에 들어가는 돈이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집에서 가급적 밥을 해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요리를 배워야겠다고 다짐했다. 

사실 요리를 할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없었다. 아침부터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평일에 요리를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주말만이라도 내가 차린 음식을 먹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주말마다 요리를 배우고 있다.

요리를 배운다고 하지만 정식으로 요리학원에서 하는 것은 아니었다. 남들과 함께 요리를 만드는 것은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나는 유튜브에서 요리를 배우고 있다. 워낙 다양한 전문가들이 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잘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배우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냥 그들이 하라는 데로 하기만 하면 맛이 어느 정도 보장이 되었기 때문에 나는 부담 없이 유튜브로 요리를 배우고 있다. 

일요일에는 보통 약속이 많아 토요일 점심때 하나의 요리를 해보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오늘은 오므라이스를 먹고 싶어서 오므라이스를 만드는 방법을 배워보기로 했다. 요리를 배운 지 이제 2달이 되었지만 나는 그새 자신감이 조금 붙어있었다. 그래서 오므라이스 정도는 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먼저 오늘 나의 요리 선생님이 되어줄 유튜브 채널을 찾았다. 기왕 만들어 먹는 거 식당에서 먹던 고급진 느낌의 오므라이스를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꽤나 괜찮은 영상이 있었다. 나는 영상을 한번 살짝 보고 어떤 재료가 필요한지를 살폈다. 그리고 모자란 재료가 있으면 마트에 가서 장을 보려고 했다. 영상을 2~3번 정도 본 나는 필요한 재료를 적어서 마트로 갔다. 간 김에 추가로 내일이나 주중에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재료도 추가로 샀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영상을 초단위로 멈추면서 나의 일일 요리 선생님이 하라는 그대로 따라 하려고 했다. 재료를 손질하는 것은 아직은 서툴렀다. 영상처럼 예쁘게 손질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제법 괜찮은 모양이었다. 오므라이스 속에 들어갈 재료를 준비한 나는 프라이팬에 볶기 시작했다. 요리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이 불을 조절하는 것이었다. 아직도 어떻게 해야 영상처럼 예쁘고 맛있게 할 수 있는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다음으로 밥을 같이 넣어 볶기 시작했다. 밥알 하나하나가 제대로 볶아지고 재료와 조화롭게 스며들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어느 정도 볶은 나는 영상에서처럼 예쁘게 데코 하기 위해 그릇을 준비했다. 밥그릇에 볶은밥을 담고 큰 그릇을 그 위에 얹은 다음 다시 뒤집어 밥그릇 모양대로 볶음밥이 예쁘게 보이게 했다. 약간은 어설펐지만 영상에서 보던 것과 제법 비슷했다.

다음은 계란이었다. 계란 만드는 것은 쉬웠지만 나는 오늘 조금 좋은 식당에서 나오는 것처럼 정갈한 모양의 계란을 원했다. 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조금 스킬이 필요했다. 나는 영상 내용을 몇 번이고 복습하며 내가 원하는 모양이 나올 수 있게 숙지하는 일을 먼저 했다. 미리 풀어놓은 계란을 프라이팬에 올리고 중불에서 기포가 약간 부풀어 오를 때 나는 젓가락을 이용해서 계란을 움직였다. 내가 만들려고 하는 모양은 회오리 모양이었다. 언젠가 식당에서 오므라이스를 먹었을 때 봤던 모양이 바로 이 회오리 모양이었다. 조심하면서 나는 영상에서 몇 번이고 봤던 것처럼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그런데…이런 계란이 찢어졌다. 아무래도 실패한 것 같다. 나는 어떻게든 살리려고 했다. 겨우 겨우 모양을 다시 잡았지만 내가 원하는 그림은 아니었다. 나는 다시 새로 해볼까 잠시 고민했지만 프라이팬도 다시 닦아야 했기에 그냥 이대로 먹기로 했다. 다만 내일 시간이 괜찮으면 다시 시도해볼 예정이다.

계란을 밥 위에 올린 다음 나는 소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사실 소스를 먼저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새 까먹고 계란부터 만든 것이다. 그런데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토마토소스와 물, 진간장, 설탕 등 놓고 끓이면서 간단하게 소스를 만들었다. 소스가 완성되자 나는 밥과 계란 주위에 뿌렸다. 그리고 파슬리를 마지막으로 올려 드디어 요리를 완성했다.

오므라이스라는 게 밖에서 먹으면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인데 막상 내가 하려고 하니깐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갔다.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모양대로 하려다 보니 더 노력이 많이 들어간 것 같다. 물론 결국 실패했지만 말이다. 나는 식탁에 오므라이스를 옮겼다. 자리에 앉은 나는 오므라이스를 먹기 시작했다.

와… 내가 만들었지만 정말 맛있었다. 시중에서 파는 것보다 내가 만드는 게 훨씬 괜찮은 것 같았다. 이대로 오므라이스 집을 내도 되는 것은 아닌가라는 착각에 빠졌다. 나는 스스로를 대견해하며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밥을 먹고 나니 이제 치워야 할 것이 한 트럭이었다. 요리를 해서 먹는 게 보람되고 좋은 일이었지만 치우는 순간이 되면 정말 하기가 싫었다. 이것 때문에 나는 매일 요리를 해서 먹는 것은 하지 않을 것 같다. 생각해보니 어머니는 어떻게 매일 나를 위해 요리를 해주시는가 싶었다. 나는 하루 해 먹는 것도 힘든데 말이다. 

여하튼 오늘 요리도 제법 만족스러웠다. 치우는 것만 어떻게 한다면 매일 요리하는 방법을 배워 밥을 먹고 싶은 기분이다. 그래서 요새 요리가 조금은 재밌어지고 있다. 다음 주에는 무슨 요리를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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