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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May 13. 2022

5월 13일 오지훈의 하루

사내 인터뷰

최근 지훈의 회사에는 외부에 공유할 수 있는 채용 사이트가 생겼다. 회사가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지, 어떤 포지션을 채용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용도로 만들어진 홈페이지였다.

채용 사이트가 생기면서 회사 홍보팀은 매달 직원 중 한 명을 선정해서 그들과 인터뷰하는 콘텐츠를 올리기 시작했다. 예비 지원자들에게 각각의 포지션이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를 알리기 위함이었다. 홍보팀장을 시작으로 영업팀, 재무팀, 영상제작팀 등등 다양한 팀의 인터뷰 콘텐츠가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오늘은 인사팀에서 지훈을 인터뷰하는 날이었다. 지훈은 피플팀에서 일하고 있는 신입이었다. 이제 겨우 수습 기간이 지나 정식 직원으로 합류한 지훈이었지만 사내에서 워낙 일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았기에 이번 인터뷰 대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처음 인터뷰 제안을 받았을 때 지훈은 자신보다 경력이 훨씬 많은 사수나 팀장이 하는 것이 좋다며 거절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제 수습이 끝난 지훈이 거절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 또한 피플팀의 팀장은 지훈이라면 믿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훈은 오늘의 인터뷰를 위해 미리 준비된 질문에 대한 답변을 달달 외웠다. 혹시나 말실수를 하면 큰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준비하는 지훈의 모습을 본 팀장은 생방송도 아니고 영상으로 찍는 것도 아니라서 틀려도 문제없다고 했지만 지훈은 소홀히 할 수가 없었다. 지훈은 어젯밤에도 계속해서 인터뷰를 시뮬레이션하며 어떻게 하면 예비 지원자들에게 피플팀 및 회사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을지 계속해서 연습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이 되었다. 사진 촬영도 있었기 때문에 지훈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깔끔한 옷을 준비해 갔다. 인터뷰는 오전에 1시간 정도 진행될 예정이었다. 지훈은 사무실에 출근하자마자 팀장에게 오늘 자신이 답변할 내용에 대해 확인받았다. 팀장은 자신도 따라갈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지훈의 어깨를 두드렸다.

잠시 후, 홍보팀에서 지훈에게 4층 로비로 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지훈은 심호흡을 크게 하고 4층 로비로 향했다. 오늘 인터뷰를 담당할 홍보팀의 정인은 지훈을 보자마자 손을 흔들었다, 지훈은 어색하게 인사하고 쭈뼛쭈뼛 서있었다. 지훈의 팀장은 정인에게 웃으면 악수를 청하며 오늘 잘 부탁한다고 했다.

정인은 오늘 인터뷰는 먼저 로비에서 진행하다가 이따가 피플팀의 자리에서 잠시 촬영을 예정이라고 했다. 정인은 피플팀 자리에서 촬영할 때는 지훈뿐만 아니라 피플팀 전원이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아직도 긴장하고 있는 지훈에게 그냥 편하게 하면 된다고 말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정인은 지훈을 자리에 앉힌 후 자연스럽게 질문을 시작했다.


“자아..지훈님. 이거 영상 인터뷰도 아니니까. 그냥 저랑 이야기한다고 생각하고 말씀해주세요. 어차피 인터뷰는 제가 가공할 것이니 걱정 말아요.”


“아…. 네 감사합니다.”


여전히 긴장한 지훈의 모습을 보고 정인은 묘한 미소를 짓고 질문을 본격적으로 던졌다.


“먼저 피플팀이 뭐하는 곳인가요?”


“네! 저희!! 아… 약간 힘이 들어갔었죠?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편하게 말씀하세요.”


“저희 피플팀은 쉽게 말하면 사내 복지와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곳이라 봐주시면 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피플은 우리 회사의 직원들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흠.. 직원들의 행복을 찾아주는 부서라고 할까요?”


“그렇군요. 피플팀이라 하면 다른 곳에서는 인사팀을 의미하기도 해요. 여기는 인사팀의 역할은 하지 않는 것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채용이나 지금 보고 계실 사이트를 전반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곳이 바로 인사팀입니다. 흔히 인사와 복지를 모두 담당하는 곳이 많지만 저희는 완전히 구분하고 있습니다.”


“지훈님도 올해 입사하신 분이고, 이곳이 정식 첫 직장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왜 우리 회사에 들어오게 되었고 그 많은 부서 중 피플팀을 선택하신 것일까요?”


“사실 저희 회사는 언론 보도를 통해서 너무 잘 알고 있었습니다. 사족이지만 정인님이 홍보를 잘해주신 덕분인 것도 같습니다. 이 회사가 가진 비전과 방향성이 너무 좋았고 너무 이곳에 합류하고 싶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대기업에 지원하고 다니고 있긴 하지만 저는 우리 회사도 충분히 크고 좋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피플팀의 경우는…. 어….. 음…. 제가 대학 시절 동아리 회장을 했었는데요. 그때 동아리 구성원들이 어떻게 하면 동아리에서 즐겁게 활동하고 더 나아가서 도움이 되는 곳이 될 수 있는가를 항상 고민했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이벤트와 행사를 만들기도 했는데 다들 좋아했습니다. 또 대학교 시절 여기 말고 다른 곳에서 인턴을 할 때도 사내 행사와 문화를 만드는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회사의 피플팀 채용 공고를 보자마자 제가 정말 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아 네 좋아요. 저희 녹음하고는 있는데 약간 천천히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럼 다음 질문으로 가볼게요!”


그 이후로도 지훈은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쉴 새 없이 이야기했다. 정인은 지훈이 약간 질문에서 엇나가려고 할 때는 다시 바로 잡으면서 그의 답변을 유도했다. 어느 정도 원하는 답변이 나오자 정인은 이제 마무리 질문을 던졌다.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 이제 마지막 질문이에요. 이건 정확히 말하면 질문은 아니지만…. 앞으로 피플팀에서 일할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회사에 지원할 사람들을 위해 한 말씀해주세요”


“먼저 저희 팀은 항상 즐겁습니다. 누군가에게 기억이 남는 일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우리 회사만의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도 즐겁습니다. 그리고 제가 시작한 일이 결과적으로 회사에 대한 소속감을 가지게 할 수 있는 것이 저에게는 굉장히 보람찬 일이었어요. 저는 제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요. 저와 같은 성향을 가지신 분이라면 지금 피플팀에 지원하시면 정말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희 팀은 성격 상 회사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밖에 없어요. 우리 회사에는 일을 굉장히 잘하고 배울만한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한마디로 동료가 정말 좋은 곳이에요. 그들과 함께 일하는 것만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고 실제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회사에 지원하는 것을 정말 추천합니다. 꼭 지원해주세요.”


지훈의 말이 끝나자 정인은 너무 좋다며 박수를 쳤다. 듣고 있던 팀장도 지훈에게 굉장히 잘했다고 칭찬했다. 지훈은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모든 힘이 풀려있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정인이 이제 사진을 찍자고 했기 때문이었다. 정인이 사진 촬영을 준비하는 동안 지훈은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회사 안은 빵빵한 에어컨 덕분에 오히려 추웠지만 지훈은 긴장한 탓인지 계속해서 땀이 나오고 있었다. 정인은 그런 지훈에게 물을 가져다줬고 목이 말랐던 지훈은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수분이 빠르게 보충되니 지훈의 몸은 더욱 뜨거워졌다. 땀은 계속해서 났고 지훈은 주머니 안에 있던 손수건을 꺼내 이마를 닦았다. 오늘 위해 멋지게 세팅해둔 머리가 땀 때문에 조금씩 망가지고 있었다.


정인이 사진을 찍기 시작하자 지훈은 굉장히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손이나 다리를 어떻게 할지 몰라 불안해했다. 정인은 최대한 자연스러운 자세로 있으라고 했고 그래도 잘 안 되자 자세를 따로 제시해줬다. 그래도 지훈의 어색한 미소는 어쩔 수 없었다.

1차 촬영이 끝나고 이번엔 피플팀의 자리로 이동했다. 자신도 사진이 찍힌다는 것을 모르고 있던 성민은 사진을 촬영하러 온 정인을 보자 화들짝 놀랐다. 피플팀의 팀장은 성민에게 “친한척하자 우리” 라며 장난을 치며 자연스럽게 어깨동무를 했다. 지훈도 이 어색한 무리 사이에 꼈다. 정인은 지금 자세가 제일 좋다며 세 남자가 어깨동무하고 있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몇몇 포즈를 주문하며 10분 정도 추가로 촬영했다.

모든 촬영과 인터뷰가 끝나자 정인은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했고 지훈을 비롯한 피플팀은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팀장은 정인에게 “지훈이가 조금 긴장했지만 그래도 잘했으니 적당히 괜찮게 예쁘게 기사를 써줘”라고 넌지시 말했다. 정인은 팀장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인터뷰가 끝나고 지훈은 모든 힘이 빠졌다. 팀장은 지훈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을 걸었다.


“너무 잘했어 지훈님. 우리 둘보다 말 잘하고 이제 어디 대외 커뮤니케이션할 일 있으면 지훈님 시켜도 되겠어요.”


“오 그랬어요? 지훈님 대단하네요. 고생했어요.”


팀장이 말하자 옆에 있던 성민이 지훈의 칭찬에 한마디 거들었다.


“아닙니다. 다 팀장님과 성민님이 도와주셔서 그렇죠. 오히려 횡설수설했던 것 같아 죄송하네요.”


지훈이 손사래 치며 말했다. 지훈은 오늘 자신의 답변이 그리 좋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에이 무슨. 여태 인터뷰한 다른 직원들보다 더 지훈님이 잘했어요. 오늘은 지훈님이 고생했으니까 점심은 내가 살게요. 우리 고기나 먹으러 갈까요?”


“와우! 지훈님 덕분에 고기를 오랜만에 먹네요. 감사합니다. 팀장님!”


“감사합니다. 다들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고맙다는 말은 그만하고요. 이제 식사하러 갑시다!”


팀장은 지훈의 어깨를 한 번 더 두드리고 사무실을 나갈 준비를 했다. 준비를 마친 피플팀은 엘리베이터를 타러 갔다. 엘리베이터에는 위층 개발팀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그중의 한 명이 오늘 지훈이 인터뷰를 하는 날이라는 것을 말고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지훈님! 오늘 인터뷰 어떠셨어요?”


“안녕하세요. 경태님. 잘 모르겠어요.”


“하하 경태님. 우리 팀은 아주 잘했죠. 아 다음 주는 경태님이 인터뷰 대상자 아니에요?”


팀장이 지훈과 경태의 대화에 불쑥 끼어들며 말했다.


“맞아요. 에휴…지훈님 오늘 우리 잠깐 따로 음료수 마시면서 이야기 좀 해요!”


“아 네. 이제 1층이네요. 식사 맛있게 하세요.”


“네 식사 맛있게 하세요.”


1층에 도착한 직원들은 각자 무리를 따라 오늘 점심 먹을 장소로 향했다. 피플팀은 그들의 모습을 잠깐 보더니 오늘의 목적지인 고깃집으로 향했다. 지훈은 오늘 걱정은 이제 완전히 덜게 되었다. 긴장이 조금 덜어지고 나니 지훈은 4개월 조금 넘은 기간 동안 회사에서 인정받아 인터뷰까지 하게 된 자신이 조금 자랑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다다음주면 인터뷰가 공개되는데 지훈은 친구들과 가족에게 자랑할 예정이다. 지훈은 이제 그날이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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