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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Jun 05. 2022

6월 5일 정성우의 하루

만화책

주말에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정말 오랜만에 만화 카페를 찾았다. 코로나 전에는 자주 가던 것이 만화 카페였다. 할 일이 없을 때 라면 하나 시켜서 후후 불면서 만화책을 보는 것이 작은 행복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너무 졸리면 잠도 잘 수 있어 좋았다. 예전에 다니던 회사 근처에 만화 카페가 하나 있었는데 어쩌다 혼자 점심을 먹을 일이 생기면 카페로 가곤 했다. 자리를 잡자마자 라면을 하나 시키고 밥을 먹으며 만화책을 봤다. 그리고 20~30분 정도는 누워서 낮잠을 잤다. 그러면 아주 잠시라도 휴식을 취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 맛에 가는 것이 만화 카페였지만 이직을 하고 코로나가 겹치면서 만화 카페와는 멀어졌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는 어릴 적부터 만화책을 좋아했다. 친구들끼리 학교에서 만화책을 돌려보다가 혼나기도 했고 너무 많은 아이들의 손이 닿아 찢어지기 일보 직전인 만화책을 눈이 빠져라 본 적도 있었다. 그리고 학교가 끝나면 만화방에 가서 또 만화를 보는 것이 어린 날의 행복이었다. 그러다가 집에 가야 할 때가 되면 만화책을 빌려서 밤새 몇 번이고 좋아하는 장면을 반복해 보곤 했다. 

성인이 되어서도 만화방에서 책을 빌리는 것을 좋아했다. 웃긴 것은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만화책을 보기보다는 몇 번이고 봤던 만화책을 계속 빌려봤다는 것이다. 새로 연재되는 만화책들은 어째 시시해 보였다. 역시 만화는 고전 만화들이 명작이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어린 시절 용돈을 모아 사둔 만화책은 내가 성인이 되었을 때는 거추장스러운 물건이 되었다. 이사를 갈 때면 먼지가 수북이 쌓인 만화책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마지막 순간에 버리곤 했다. 더 이상 보지 않는 만화책을 다시 가질 이유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러다가 아주 우연히 그 만화가 다시 보고 싶어지는 시점이 오면 나는 후회했다. 그리고 만화방으로 가서 그 만화책을 봤다.


내 어린 시절의 만화방은 어느새 만화 카페라는 이름으로 바뀌고 굉장히 깔끔한 장소가 되어있었다. 한때 데이트 장소로도 주목받던 곳이라 사람이 너무 많아 발길을 돌린 적도 있었다. 그러나 세상에는 만화 카페보다 재미있는 곳이 많았는지 그리 오래 지내지 않아 만화 카페에는 사람이 많이 없어졌다. 사장님들께는 죄송하지만 나는 그래서 더 좋았다. 보다 여유롭게 나만의 공간에서 만화책을 언제든지 볼 수 있어서였다.


오늘 간 곳에는 꽤나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찾아보니 음료도 꽤나 잘 나오고 음식 솜씨도 괜찮은 곳이라 평도 좋았다. 나는 나만의 공간을 구해 아늑한 곳에서 만화를 보기로 했다. 어떤 만화책을 볼까 고민하다가 언제나 그렇듯이 익숙한 만화책을 찾고 있었다. 내가 어린 시절부터 연재한 만화책이었는데 30살이 훨씬 넘은 지금도 연재 중인 만화였다. 도대체 이 만화는 언제 어떻게 끝내려고 아직도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보는 만화책은 양반이었다. 더 예전부터 아직까지 연재되는 만화책들이 수두룩했다. 심지어 수년 째 휴재이기는 한데 아직 연재 중인 만화책도 있었다. 작가가 사망해 더 이상 연재할 수 없는 만화책도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꽤나 많은 세월이 지났는데 만화책만 보면 아직 예전으로 시계가 멈춰있는 것 같았다. 

예전에 보던 만화책을 보니 장면 하나하나마다 예전 추억이 떠올랐다. 한 장을 넘길 때마다 그때 누구와 만화를 같이 봤는지, 그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가 기억났다. 만화책이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그런 추억들이 재미있어 괜히 웃음이 나왔다. 내가 있는 곳은 순식간에 추억 여행을 하는 기차 안이된 것 같았다. 몇 번이고 봤던 장면이지만 덕분에 질리지가 않았다. 


모처럼 즐겁게 시간을 보내다 집으로 왔다. 요새는 웹툰이다 전자책이다 하여 만화를 볼 수 있는 수단이 다양해졌지만 종이로 된 책을 넘기는 감각만큼은 못 한 것 같다. 종이책 특유의 냄새와 만화 카페의 독특한 느낌이 주는 재미가 내가 만화 카페를 즐겨 가게 하는 요인이다. 최근 몇 년 간은 만화 카페를 찾지 못했지만 앞으로 시간이 되면 자주 만화 카페로 가서 추억 여향을 해야겠다. 그것이 내가 가진 주말의 행복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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