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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Jun 08. 2022

6월 8일 진현민의 하루

물리치료

현민은 최근 출근하면서 허리에 심각한 통증을 느꼈다. 잠시 주변에 있는 벤치에 앉아 10분 정도 쉬니 괜찮아진 것 같다고 생각한 현민은 다시 회사로 향했다. 그 이후로 며칠간 허리에 통증은 없었다. 하지만 일주일 정도 지나고 나니 허리에 다시 극심한 통증이 왔고 그럴 때마다 현민은 근처에서 잠시 쉬는 것으로 치료를 대신했다. 현민은 그렇게 잠시 쉬면 회복되었기 때문에 별 일 아닐 것이라고 현실을 외면했다. 하지만 고통은 계속되었고 결국 현민은 이대로 가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병원에 가기로 했다.

현민은 최근 굉장히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사실 병원에 갈 시간이 없을 정도였다. 점심 먹는 시간마저 아까워서 구운 계란과 바나나로 식사를 대신하는 적이 많았다. 게다가 아침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현민의 현재 생활 패턴 상 아침저녁에 병원을 가는 것도 어려웠다. 현민은 그래서 최대한 병원을 가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현민의 회사에는 반반차 제도가 있었기 때문에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현민은 병원 하나 가기 위해서 반반차를 쓰는 것이 아까웠다. 그렇게 며칠 동안 병원 가는 것을 미루던 현민은 허리 통증이 심해지자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결국 오전 반반 차를 사용하기로 했다. 현민은 이를 위해 반반차 전날 야근을 오랫동안 했다.

오늘 현민은 아침 일찍 일어나 회사 근처에 있는 정형외과로 갔다. 기껏 반반차를 쓰고 회사 근처로 가니 휴가를 쓰는 기분도 안 났다. 원래 이러라고 있는 것이 반반차라고 하지만 현민은 그리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 혹시나 자신이 잘못된 것은 아닐지가 더 걱정되었다. 현민은 떨리는 마음으로 회사 근처에서 가장 평이 좋은 병원으로 들어갔다.

처음 온 것이라 현민은 접수대에서 자신의 정보를 작성하고 제출했다. 무슨 일 때문에 왔냐는 간호사의 물음에 현민은 허리 통증 때문이라 대답했다. 그러자 간호사는 엑스레이 촬영을 먼저 해야 한다고 현민에게 말했다. 얼마 후 현민은 안내를 받아 엑스레이를 촬영했다.

촬영을 마치고 현민은 진료실로 갔다. 현민은 의사의 얼굴을 보고 안심했다. 현민이 보기에 꽤나 신뢰가 가는 인상을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마스크 때문에 그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현민은 의사가 자신을 잘 봐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의사는 엑스레이 사진을 살펴보더니 특별한 이상은 없다고 했다. 의사는 현민에게 최근에 무거운 것을 든 적이 있는지, 운동을 하고 있는지 등을 물어봤다. 현민은 최근에 회사에서 무거운 짐을 옮긴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의사는 큰 이상은 없고 단순한 근육통으로 보인다며 약 처방과 물리치료를 권유했다.

진료실에서 나온 현민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간호사는 오늘 진료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물리치료를 30분 정도 받게 될 것이라 말했다. 또한 가급적이면 매일 와서 30분 정도 물리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간호사는 덧붙였다. 현민은 오늘 하루 시간 내는 것도 어려웠는데 매일 나오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자 간호사는 물리치료는 병원 점심시간에 와도 할 수 있다고 현민을 설득시키려고 했다. 현민은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기 싫어서 알겠다고 말하고 물리치료를 받으러 갔다. 현민은 절대 추가로 물리치료를 받을 생각이 없었다. 무슨 문제가 있었다면 모를까 단순한 근육통이라면 병원의 말을 들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오늘은 도망칠 수가 없으니 물리치료를 받기로 한 것일 뿐이었다.


30분 정도의 치료를 마치고 현민은 병원을 도망치듯이 빠져나왔다. 치료를 하고 나니 조금은 허리가 괜찮아진 것 같았지만 현민은 굳이 시간을 더 내서 치료를 받고 싶지는 않았다. 현민은 약국으로 가서 처방전을 주고 약을 받아왔다. 시간을 보니 반반차도 1시간 남짓 남아있었다. 현민은 회사로 바로 가기는 싫어서 근처에 회사 사람들이 오지 않는 카페에서 커피를 시켰다. 그리고 핸드폰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40분 정도 있다가 현민은 회사로 갔다. 현민은 그냥 회사를 늦게 출근한 기분만 들었다. 별 것 아닌 걸로 자신의 시간이 사라진 것 같아 더 짜증 났다. 현민은 속으로 짜증 내며 자신의 자리에 앉아 오늘 할 업무를 하기 시작했다.


오후 6시. 현민이 퇴근할 수 있는 시간이 지났지만 퇴근할 수가 없었다.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오후 8시. 현민은 여전히 퇴근을 하지 못했다.

오후 10시. 현민은 야근을 계속하고 있어야 했다.

오후 11시. 마침내 오늘 할 일이 끝나고 현민은 퇴근할 수 있었다.


현민은 집으로 가며 반반차를 도대체 왜 썼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때 다시 허리 통증이 느껴졌다. 현민은 오늘 받은 약도 먹지 않고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현민은 잠시 근처에서 쉬다가 통증이 없어지자 다시 집으로 향했다. 현민은 허리 통증의 원인이 다름 아닌 회사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도착한 현민은 집에 남은 구운 계란을 한 개 먹고 약국에서 받아온 약을 꺼냈다. 그리고 ‘저녁’이라 적힌 약을 찾아 물과 함께 꿀꺽 삼켰다. 현민은 얼른 씻고 잠들기로 했다. 현민은 내일 병원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며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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