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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Jun 13. 2022

6월 13일 현우성의 하루

치맥

우성은 어린 시절에는 형은 우진과는 다르게 치킨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우성의 아버지는 한 달에 한번 치킨을 사 오곤 했는데 우성은 잘 먹지 않았다. 우선 형인 우진이 식욕이 넘쳤기 때문에 동생에게 치킨을 양보하려 하지 않아서 많이 먹을 수가 없었고 기름진 튀김이라 먹고 나면 배가 아팠기 때문에 우성은 한 두 조각 정도 먹는 것에 그쳤다. 우성이가 잘 먹지 않으니 아버지는 둘째 아들이 치킨을 별로 안 좋아한다고 생각했고 자연스레 우성이 치킨을 먹을 기회는 사라졌다.

우성은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치킨을 잘 먹지 않았다. 술자리를 가질 때 워낙 단골 메뉴라 한 두 조각 먹을 뿐 즐기지는 않았다. 친구들은 그런 우성을 특이하게 생각했다. 주변에 치킨을 별로 안 좋아하는 친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군대에서 휴가를 나왔을 때 우성은 처음으로 치킨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대에서 먹고 싶은 음식이 산더미 같았지만 그는 휴가를 나오자마자 자취방에서 치킨을 시켜 혼자 먹었다. 그러나 워낙에 잘 먹지 않던 음식이었기 때문에 반도 못 먹고 버렸다. 이 에피소드를 친구들에게 말하면 친구들은 ‘아깝다,’, ‘나 주지’라는 반응을 보였다. 우성은 오히려 친구들의 그런 반응이 재미있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우성의 입맛은 많이 바뀌었다. 치킨 말고도 못 먹는 음식들이 많았는데 직장에서 회식을 할 때 다양한 음식들 강제로 먹게 되면서 우성은 점차 그런 음식들이 맛있어졌다. 우성에게는 치킨도 그중 하나였다.

천엽이나 닭발, 내장탕 등의 음식은 그렇다 쳐도 치킨이 우성에게 불호 음식이었다는 것은 회사 동료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대부분 그런 사람을 처음 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반응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얼마 안 있어 우성은 치킨을 즐기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우성은 치킨을 엄청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맥주와 함께 들이키는 그 느낌만이 좋았다. 대부분의 안주가 그랬다. 안주가 맛있어서가 아니라 지친 일상을 위로해줄 술 한잔과 같이 먹을 먹을거리면 족했다. 그중에 튀긴 음식과 맥주가 어울렸기 때문에 우성은 이제 치킨을 멀리 하지 않게 된 것이었다.

우성은 최근 술이 늘었다. 우성의 집안은 간이 좋지 않았다. 술을 즐기는 집안 어른도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병에 걸렸고 일찍 숨을 거둔 사람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성은 술을 가급적 입에 대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최근 회사에서 벌어진 일은 술 없이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우성은 자신을 탓하며 혼자 술잔을 기울이며 하루를 마무리한 적이 많았다. 우성의 속도 모르는 동료들은 퇴근 후 술 한잔 하자는 우성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동료들 말고 친구들과의 술자리도 늘었다. 우성은 자신의 몸에 받지도 않는 술을 계속 마셨다.

오늘도 우성은 일이 너무 힘들었다. 월요일 밤부터 술을 마시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대로 집에 돌아가기는 싫었다. 그래서 친한 회사 후배에게 치맥을 하자고 제안했다. 원래 대학교 후배이기도 했기 때문에 워낙 사적으로 친한 사이였다. 후배는 우성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둘은 근처 호프집에서 치킨과 맥주를 시켰다.

우성은 답답한 마음에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후배는 우성이 요새 힘든 것을 알았기 때문에 같이 회사와 요즘 있는 일에 대해 불만을 표하며 같이 맥주를 마셨다.

오늘의 안주인 치킨이 도착했다. 우성은 치킨을 보니 토할 것 같았다. 특유의 니글니글 거리는 닭튀김이 싫었다. 하지만 맥주와 함께 넘기기에는 최고의 안주 중 하나였다. 우성은 싫은 반찬을 먹듯이 포크로 치킨 한 조각을 지어 입에 넣었다. 살보다 튀김이 더 많은 흔한 요즘 치킨이었다. 우성은 튀김옷을 먹는 느낌이 거슬렸다. 그리고 우성은 맥주를 들이키며 치킨의 느끼함을 없애려고 했다. 후배는 우성이 여전히 치킨을 싫어하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 역시 우성의 반응을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군말 없이 자신의 선배와 치맥을 즐겼다.

우성은 치킨이 여전히 싫었다. 술을 마셔야 하는 지금의 자신도 싫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매일 술을 마시는 자신도 싫었다. 우성은 이제 그만 마시고 먹고 싶었다. 하지만 세상은 우성의 뜻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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