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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Aug 25. 2022

8월 25일 손고은의 하루

안경 

오랫동안 사용하던 안경이 망가졌다. 아직 더 사용해도 될 정도로 튼튼한 안경이었는데 내 부주의로 그대로 망가져버렸다. 안경다리에 손상이 간 것이라 참고 낄 수도 없었다. 지금 안경을 대신할 예비 안경도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당분간은 렌즈를 끼고 살아야 할 것 같다.

사실 나는 렌즈를 많이 끼지 않는다. 눈에 낄 때의 감각 자체도 별로고 오래 끼고 있으면 눈이 너무 아팠다. 데이트를 하거나 중요한 자리에 가는 경우에만 아주 가끔 렌즈를 꼈고 그마저도 요새는 거의 끼지 않았다. 오랜만에 렌즈를 끼우려고 하니 어색했다.

안경을 더 선호한다면서 예비 안경을 준비하지 않은 내가 바보였다. 예전에 쓰던 안경은 도수가 맞지 않아 무용지물이었다. 귀찮고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새로운 안경을 맞추지 않고 있었는데 이번에 새로 맞출 때 일부러 안경을 2개를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렌즈를 끼우니 괜히 화장을 더 해야 할 것 같았다. 분명 이대로 회사에 간다면 오늘 데이트가 있냐고 사람들이 물어볼 텐데…. 정말 신경 쓰이는 게 한 둘이 아니었다. 남이 안경을 끼고 가든 렌즈를 끼든 시술을 받든 자기들이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 

출근 준비를 마친 나는 부러진 안경을 들고 갔다. 퇴근할 때 시간이 맞으면 안경점에 들러 새로운 안경을 맞출 예정인데 가급적이면 지금 스타일과 비슷한 안경을 고르고 싶었다. 지금 안경도 맞출 때 여러 번 고민하면서 고른 것이었고 내 얼굴형에도 맞았다. 당시에 조금 비싼 안경점에서 맞춘 것이었는데 지금은 그곳까지 갈 시간이 없었다. 어떻게든 새로운 안경을 빨리 받아야 했다.

출근을 하고 나니 내 예상대로 내 외모를 평가하는 집단이 나타났다.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이 빨리 물러나기를 속으로 기도했다. 제발 남의 일에 신경 좀 쓰지 마세요. 나는 어서 퇴근 시간이 오기를 기다렸다. 오늘따라 시간이 더 안 가는 것 같았다. 

드디어 퇴근 시간이 되자 나는 칼퇴를 했다. 그리고 회사 근처에서 그나마 평가가 좋은 안경점으로 바로 달려갔다. 점원에게 새로운 안경을 찾고 있다고 말하니 먼저 도수를 측정해야 한다고 했다. 요새 눈이 조금 안 좋아진 것 같아 조금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내 시력은 크게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약간은 더 좋아졌다고 하는데 어차피 시력이 굉장히 안 좋은 편이라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 같았다. 도수를 측정하고 나는 마음에 드는 안경이 있는지 찾아봤다. 하지만 여기 봐도 저기 봐도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나는 내 안경을 꺼내어서 혹시 이런 스타일의 안경이 있는지 물어봤다. 안경점에서는 몇 개 안경을 추천해줬지만 역시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서브용 안경을 먼저 맞추기로 했다. 나한테 엄청 어울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무난하게 쓰고 다닐 수 있는 안경이었다. 가격도 적당했다. 워낙에 내 눈이 안 좋아서 안경 렌즈를 맞추는데 더 돈이 들기 때문에 테는 가급적 저렴한 것으로 맞추는 것이 좋았다. 

내 렌즈는 주문 렌즈였기 때문에 실제로 안경을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는 영업일 기준으로 5일 정도가 더 걸렸다. 오늘인 목요일이기 때문에 넉넉하게 다음 주 목요일 정도에나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앞으로 일주일은 더 렌즈를 끼고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 나는 안경점에 온 김에 1회용 렌즈도 몇 개 더 구매했다. 

안경이나 렌즈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길 때마다 수술을 받고 싶은 생각이 든다. 먼저 수술을 한 친구들은 나에게 라식이나 라섹 등을 권했었다. 하지만 막상 수술을 고민하면 걱정이 되는데 너무 많아서 계속 포기했었다. 워낙 걱정이 많은 성격이라 더 그런 것 같다. 오늘도 수술을 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이번에도 수술까지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오늘은 일단 예비용 안경을 맞추고 주말에는 예전에 안경을 샀던 가게로 가서 내 얼굴형에 맞는 안경을 고를 예정이다. 안경을 두 개나 맞추느라 예상치 못 한 지출이 생겨서 당분간은 타격이 클 것 같다. 새로 옷이나 가방을 사려고 돈을 모으고 있었는데 아쉽지만 안경 때문에 그럴 수 없게 되었다. 어쩔 수 없지…. 다음에는 안경을 망가뜨리지 않도록 더욱 조심해야겠다. 안경 때문에 신경 쓰고 싶지도 렌즈를 끼고 싶지도 내 모습을 평가하는 이상한 사람들의 시선도 더 이상 느끼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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