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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Aug 23. 2022

8월 23일 이예준의 하루

애착 인형

예준이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팔을 뻗어 자신의 애착 인형을 찾았다. 하지만 손에 잡히는 곳에 인형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예준은 황급히 일어나 주위를 살폈다. 어디에도 인형은 보이지 않았다. 예준은 곧바로 엉엉 울면서 자신의 억울함을 엄마에게 알렸다. 아들이 일어났음을 알게 된 엄마는 대수롭지 않은 듯 일어났으면 나와서 밥을 먹으라고 했다. 하지만 예준은 엄마의 말을 듣지 않고 계속 울기만 했다.

아이의 울음이 끝나지 않자 엄마는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방에 들어왔다. 그리고 예준에게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다. 예준은 무엇 때문에 자신이 울고 있는지 설명하지 않고 계속 울었다. 엄마는 예준이가 말을 듣지 않으면 자신이 진심으로 예준이를 혼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예준이는 그런 엄마와 기싸움을 하려는 듯 더욱 성내서 울었다.

잠시 후, 아이의 울음소리 때문에 아빠도 방으로 들어왔다. 아빠는 아내와 아들이 쓸데없는 기싸움을 끝내기를 바라고 있었다. 아빠는 다 필요 없고 얼른 밥을 먹고 아이를 데리고 출근하는 것만 바라고 있었다.  아빠가 등장하자 예준은 자신의 애착 인형이 없어졌다고 울면서 말했다. 엄마는 자신에게는 말을 하지 않는 아들의 태도에 기가 막혀했다. 아빠는 겨우 이런 걸로 이제 7살이 되는 아들이 울고 있다는 사실을 어이없어했다. 아빠와 엄마는 한숨을 쉬고 방에 잔뜩 있는 장난감을 치우면서 예준이가 찾고 있는 인형이 어디 있는지 확인했다. 그렇게 한참을 찾던 엄마는 예준이에게 ‘엄마가 미리미리 장난감 치우랬지?’라며 성질을 냈다. 아빠는 아내를 말리면서 계속 예준이의 인형을 찾았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침대 밑에서 인형이 발견되었다. 그 인형이 왜 거기 있는지 세명 모두 알 수 없었지만 예준이의 부모님은 아들의 고약한 잠버릇 때문에 아마 그렇게 되었을 것이라 어림짐작하고 있었다. 애착 인형을 되찾은 예준이는 눈물을 뚝 그치고 웃으면서 인형과 아침 인사를 했다. 엄마는 그런 예준이에게 얼른 나와서 밥을 먹으라 했다. 예준이는 일어날 기세가 아니었지만 아빠는 예준이는 안고 더 이상의 쓸데없는 갈등이 일어나는 것을 막았다.

예준이의 애착 인형은 오리 형태의 인형이었다. 이 인형은 예준이가 3살 때 아빠가 사준 것으로 당시에는 예준이보다 더 큰 크기였다. 일종의 바디필로우라 예준이가 안고 자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예준이는 인형을 선물 받은 날부터 매일 인형을 안고 잤다. 예준이는 자기 전에 꼭 인형을 자신의 옆에 두었다. 그리고 인형에게 오늘 하루 잘 지냈는지를 묻고 무언가 대화를 나누다가 잠들었다. 예준이는 인형에게 리오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오리를 뒤집은 말이었다. 예준이에게 리오는 가장 친한 친구였다.

예준이가 항상 안고 잤기 때문에 원래 흰색이었던 리오는 군데군데 때가 타서 꼬질꼬질해졌다. 엄마는 처음에는 리오를 어떻게든 세탁하려고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마저도 잘 관리를 하지 않았다.  예준이는 리오의 얼굴에 낙서까지 했기 때문에 엄마는 더 이상 리오를 관리하는 것이 의미 없어졌다고 생각했다. 아주 가끔 혹시나 더러울까 봐 관리를 해주는 정도였다.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인형은 군데군데 손상이 되었다. 엄마는 예준이가 리오를 그만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예준이는 그때마다 리오와 헤어질 수 없다며 울고불고 난리였다. 엄마는 다른 장난감을 사줬지만 예준이의 애착 아이템은 절대 변하지 않았다. 아무리 좋은 것을 사줘도 예준이의 옆자리는 항상 리오였다.

아침의 사태가 겨우 진정되었지만 예준이는 식탁에까지 리오를 데려와서 밥을 먹었다. 원래 아무리 가지고 놀아도 밥 먹을 때까지 리오를 데려오는 경우는 없었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엄마가 리오를 방에 두고 밥을 먹는 게 어떤지 권유했지만 예준이는 오늘 리오가 많이 놀랐을 거라며 꼭 자신 옆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엄마는 아들의 고집을 더 이상 꺾지 않았다, 빨리 아침을 먹이고 아빠를 통해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었다. 그리고 엄마 본인도 출근을 해야 했기에 아이와 말싸움을 할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밥을 다 먹은 다음에도 어린이집에 리오를 데려가겠다는 예준이의 고집을 엄마는 참을 수가 없었다. 엄마가 리오를 어린이집에 데려갈 수 없다고 선언하자 예준이는 방바닥에 누워서 바닥을 발로 치며 저항했다. 이번에는 아빠도 화를 내며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부모님의 훈육은 지금 예준이에게 전혀 통하지 않았다. 한참 실랑이를 벌이던 부모님은 시계를 보더니 결국 예준이의 조건을 승낙하기로 했다. 아빠는 인형을 안고 있는 예준이를 데리고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아이가 아빠와 함께 나가자 엄마는 머리를 붙잡고 의자에 앉아 아침에 했던 자신의 행동들에 대해 반성했다. 엄마는 조금 더 친절한 부모가 되고 싶었지만 아이의 고집을 보면 참지 못하는 자신이 미웠다. 잠깐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겼던 엄마는 이제 출근할 시간임을 알고 주변을 대충 치우고 집을 나섰다.

인형을 들고 가는 예준이는 신난 표정으로 아빠를 따라갔다. 어린이집 차가 도착하자 아빠는 예준이에게 재밌게 보내라고 손을 흔들어줬다. 예준이는 환한 표정으로 아빠에게 손을 흔들었다. 아빠는 자신과 떨어지는 것은 전혀 개의치 않는 아들의 모습에 조금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예준이는 오늘 하루 종일 리오를 들고 어린이집을 누볐다. 리오는 더 더러워졌고 어디선가 솜이 빠지고 있었지만 예준이는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자신의 인생에 리오가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다. 예준이는 리오와 함께 씩씩하게 오늘 하루를 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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