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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Sep 02. 2022

9월 2일 송성오의 하루

좋아하는 음료

성오가 다니는 회사 탕비실에는 매주 새로운 과자와 음료들이 들어왔다. 과자와 음료는 회사 직원들이 넉넉하게 먹을 만큼 들어왔지만 목요일 정도가 되면 거의 다 동이 났다. 음료는 보통 탄산수와 콜라, 사이다 등 탄산이 들어간 것들로 채워졌고 과자는 종류가 다양했다. 탕비실에는 직원들이 원하는 과자나 음료를 적을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직원들이 먹고 싶은 것을 적어서 통 안에 넣으면 담당자가 와서 그다음 주나 다다음주, 혹은 한 달 정도 안에 원하는 것으로 채워줬다. 담당자는 매주 금요일마다 남은 과자와 음료를 체크해서 어떤 과자를 들여올지, 어떤 과자를 뺄지를 결정했다. 

대부분의 간식거리를 목요일에 동이 났지만 인기 없는 것들은 금요일 저녁이 될 때까지 남아있었다. 그렇다고 남아있는 것을 버릴 수는 없기에 담당자는 한편에 따로 정리했다. 담당자는 남아있는 간식거리를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준비했기 때문에 몇 주가 지나도 남아있는 과자나 음료수가 존재했다. 

과자는 어떻게든 직원들이 먹었지만 직원들이 거의 마시지 않는 음료수는 있었다. 이른바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음료수였다. 누군가는 굉장히 좋아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워낙 소수라 거의 의미가 없는 것이 있었다. 그렇게 남은 음료수는 한 달이 지나도 냉장고 한편을 차지했기에 이를 싫어하는 직원도 있었다. 

성오는 호불호가 갈리는 음료수를 대부분 좋아했다. 오히려 콜라나 사이다 등은 좋아하지 않고 특이한 스타일의 음료수만 좋아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오히려 호불호가 갈리는 음료수가 나오면 좋아했다. 

2달 전 들어온 음료수 역시 성오가 좋아하는 것이었다. 보리 맛의 탄산이었는데 성오는 이것을 왜 다른 사람들이 싫어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특히 성오는 주변에 그 음료수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기에 호불호가 갈리는 음료수 인지도 몰랐었다. 처음 음료수가 들어온 날 성오는 신나서 2캔 이상을 마셨다. 하지만 성오 외 다른 사람들은 그 음료수를 건드리지도 않았다. 성오는 자신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직원들의 시선을 느끼고 나서야 자신이 좋아하는 음료수가 호불호 음료 중 하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도 사람들이 자신이 음료수를 먹을 때마다 물어보니 성오는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일부러 그 음료수를 싫어하는 척도 해보고 일부러 마시지도 않았다. 성오 외에 마시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음료수는 1주, 2주, 3주를 살아남았고 지금까지 2달 동안도 계속 냉장고를 차지하고 있었다. 성오는 마음 같아서는 자신이 다 가져가고 싶었다. 


“이거 그냥 버리거나 다들 강제로 나눠주죠.”


결국 담당자는 냉장고에서 그 음료수를 퇴출하기로 했다. 성오는 자신이 다 가져가겠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담당자는 사무실을 돌면서 음료수를 하나 씩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직원들은 고맙다고는 표현했지만 거의 대부분 캔을 따지 않았다. 어떤 직원은 한 모금을 하고 자기 스타일이 아니라며 다시 책상 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성오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음료수를 마셨다. 성오가 마시는 것을 본 주변 직원들은 “제 것도 드세요”라며 음료수를 성오의 책상에 올렸다. 그렇게 10캔이 넘게 성오의 책상에 쌓였다. 

성오는 오늘 퇴근하면서 자신이 받은 음료수를 백팩에 넣었다. 가방이 무거워졌지만 10캔은 문제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성오는 음료수를 자신의 냉장고로 옮길 생각이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동료들이 음료수를 추가로 줬지만 성오는 일단 책상 위에 올려달라고 했다. 

성오가 퇴근하려고 하는데 조용히 한 직원이 그를 찾았다. 그는 자신도 그 음료수를 좋아한다며 몇 개 가져가도 되냐고 물었다. 성오는 전혀 문제없다고 대답했다. 오히려 자신과 취향이 같은 사람을 만나 반가워했다. 성오는 이렇게까지 불호가 심한 음료이지는 않냐며 동료에게 공감을 유도했고 성오와 취향이 같은 사람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퇴근을 마치고 집에 도착한 성오는 냉장고를 음료수로 채워 넣었다. 공짜로 자신이 좋아하는 음료가 생기니 성오는 기분이 좋아졌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샤워를 마친 성오는 바로 냉장고에서 음료를 꺼내 마치 맥주처럼 벌컥벌컥 마셨다. 그에게는 맥주 그 이상의 맛이 있는 음료였다. 성오는 기분 좋은 청량감을 느끼며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친구 역시 그 음료수를 좋아하는 사람이었기에 성오에게서 이야기를 듣자마자 매우 부러워했다. 성오는 친구와 왜 사람들이 이 음료수를 싫어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했고 둘은 꽤나 오랫동안 진지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성오는 냉장고에서 한 캔을 더 따서 마시면서 친구와 더 오랫동안 대화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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