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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Sep 03. 2022

9월 3일 신민재의 하루

동생의 결혼식

오늘은 동생의 결혼식이다. 주말에는 원래 점심때쯤 일어났지만 오늘은 그럴 수가 없었다. 아내와 나는 아침 일찍부터 동생의 결혼식에 갈 준비를 했다. 나도 나였지만 아내는 더욱 신경 쓰는 결혼이었다. 아내와 동생은 원래 친한 사이였기 때문이었다.

아내와 동생은 학교 선후배 사이였다. 나와 세 살 터울인 동생은 3년 전 아내를 나에게 소개해줬다. 동생이 자의적으로 소개를 시켜준 것은 아니었고 내가 일방적으로 소개해달라고 한 덕분이었다. 우연히 본 동생의 사진첩에서 보게 된 사람이 바로 아내였고 나는 동생에게 사정하듯이 부탁해 아내를 만날 수 있었다. 물론 동생은 오빠에게 자신이 정말 아끼는 언니를 소개해주는 것을 굉장히 싫어했다.

아무튼 내가 진상 짓을 버린 끝에 아내를 만났고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 아내와 결혼을 하기로 결정된 날, 나는 동생에게 평소 가지고 싶다고 말했던 가방을 하나 사줬다. 동생은 굉장히 복잡한 표정을 나를 쳐다봤다. 동생 말로는 내가 결혼까지 할 줄은 몰랐다나? 동생은 우리의 결혼을 그리 탐탁지 않게 생각했지만 아내 하고는 계속해서 사이좋게 지냈다. 아내는 어른들이 있을 때는 동생을 아가씨라고 부르고 둘이 있을 때는 평소처럼 친하게 이름을 불렀다. 나중에 아내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동생이 아내에게 나를 잘 부탁한다는 이야기도 했다고 한다. 나를 걱정하는 말투였다나 뭐라나. 아내는 동생이 나를 진심으로 아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동생은 그런 마음을 내 앞에서는 티 내지는 않았다. 하긴 나도 동생과는 틱틱거리기만 하지 오빠다운 모습을 보인적은 많이 없던 것 같다.

여느 남매들처럼 우리는 어릴 적부터 많이 싸웠다. 나는 동생을 이뻐하는 마음이 더 컸지만 언젠가부터 다툼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무엇 때문에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굉장히 사소한 것부터 예민한 것, 그리고 심한 것까지…. 우리가 싸우는 이유는 무궁무진했다. 

어른이 되어서는 싸우는 일은 줄었지만 우리는 친한 남매 사이가 될 수는 없었다. 특히 내가 자취를 시작하면서 동생과 만날 일은 많이 없어졌다. 아주 가끔 집에 갈 때나 보는 사이 정도가 되었다. 

그러다가 4년 정도 전부터 동생과의 사이가 많이 회복되었다. 특별한 계기가 있던 것은 아니었다. 서로 고민이 생기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주는 때가 많아졌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우리는 가까워졌다. 이제 나이가 든 마당에 어릴 때처럼 싸울 이유도 없었다. 

그것과는 별개로 동생이 아내를 소개해주기 싫어했던 이유는 아내를 정말 아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내와 동생은 한 살 차이로 아내가 사정 상 1년 정도 휴학을 했기 때문에 수업을 같이 들을 일이 많아 대학교 때 항상 붙어 다녔다고 한다. 서로 개인적인 일이나 연애사 등등 별의별 이야기를 다 알고 있다 보니 오빠인 내가 그 사이에 끼면 사이가 어색해질 것이라고 동생은 판단했던 것 같다. 게다가 아내와 내가 만약 연인 관계에서 헤어졌다면 동생은 가장 친한 친구 하나를 잃게 되는 것이라 더더욱 나를 반기지 않은 것 같다. 다행히 나는 아내와 결혼까지 이어졌지만 그것 자체도 동생에게는 복잡한 의미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다. 

결혼을 하고 6개월 후, 동생은 우리 부부와 밥을 같이 먹고 싶다고 연락했다. 동생과 밥을 먹는 평범한 자리라고 생각해 편한 마음으로 식당에 갔다. 하지만 식당에 가니 어떤 남자가 동생과 함께 앉아 있었다. 남자는 나를 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깍듯이 인사했다. 바로 동생의 남자 친구였다. 아내는 동생의 남자 친구를 보자마자 이름을 부르며 반가워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동생의 남자 친구는 아내가 잘 알고 있는 학교 후배이자, 동생의 학교 후배였다. 아내는 둘을 원래 알고 있었지만 사귀는지도 몰랐다고 했다. 동생의 말을 들어보니 동생이 남자와 사귀기 시작한 것은 이제 1년이 되지 않았다. 서로 아는 사이라서 식사 자리리는 생각보다 더 가벼워졌고 셋은 학교 이야기를 많이 했다. 갑자기 동문회가 되어버린 자리에서 나는 말없이 동생의 남자 친구만 계속 바라봤다. 괜찮은 사람인지, 동생을 울리는 나쁜 사람은 아닌지, 결혼을 해도 성실하게 동생을 보살필 것인지 등을 살피고 있었다. 나는 남자의 행동 하나하나를 굉장히 엄격하게 체크하고 있었다. 뭔가 마음에 안 드는 것도 있기는 했지만 큰 흠은 아니었기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식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나는 아내에게 남자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지를 물었다. 아내의 말에 따르면 남자는 성실하고 착한 애였다고 했다. 약간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내 얼굴을 보던 아내는 남자가 정말 좋은 사람이니 표정 풀고 동생을 축복해달라고 말했다. 나는 말없이 아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동생도 나와 아내가 사귀거나 결혼을 한다고 했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 부모님은 동생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내게 알렸다. 한 달 정도 지난 후, 상견례가 있었고 동생의 결혼은 빠르게 준비되었다. 그 사이 동생의 예비 신랑을 몇 번 더 만났고 나와 따로 밥을 먹은 적도 있었다. 몇 번 그렇게 만나고 나니 나는 동생의 남자 친구가 굉장히 괜찮은 사람이고 동생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마침내 동생의 결혼식이 열리는 날이 되었다. 아내와 나는 가장 멋진 모습으로 동생의 결혼식장에 갔다. 동생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신부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우리는 웃으면서 동생을 축복해줬다. 

결혼식이 끝나고 가족 촬영을 했다. 아버지와 어머니, 동생 부부, 그리고 우리 부부까지…. 우리는 새로운 우리 가족의 첫 가족사진을 찍었다. 아내와 동생, 그리고 동생의 남편까지 모두 아는 사이라는 조금 신기한 가족 구성이 된 것 같다. 나는 동생의 어깨를 두들기며 잘 살라고 했다. 동생은 아주 조그만 목소리로 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결혼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뭔가 시원섭섭한 기분이 들었다. 동생과 떨어져 산지 오래되기는 했지만 막상 동생이 결혼하니 허전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모두 아는 사이이기 때문에 우리 부부와 동생 부부는 앞으로도 많이 보기는 할 것 같다. 동생에게 새로운 출발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동생의 답변은 그날 저녁이 되어서야 도착했다. 동생은 나에게 축복해줘서 진심으로 고맙고 앞으로도 자주 만나 사이좋은 남매로 지내자고 했다. 나는 동생의 메시지에 가볍게 이모티콘 하나를 남기며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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