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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Sep 06. 2022

9월 6일 최준필의 하루

속 좁은 사람 

준필은 아닌 척했지만 사람들의 말에 쉽게 상처받았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굉장히 신경 썼으며 어떤 행동을 할 때도 그로 인해 자신이 어떻게 평가를 받을지도 깊이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관대하게 보이고 싶었기 때문에 어떤 사람으로 인해 상처를 받아도 아닌 척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하지만 실제 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아 상처를 준 말을 계속해서 생각하느라 잠을 설친 적도 많았다. 

결국 준필은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에게 소심한 복수를 하기도 했다. 회사에서 만난 사람이면 업무를 트집 잡아 공격한다던지 어떤 것을 챙겨줘야 하는데 일부러 누락한다던지의 행동을 했다. 준필은 아닌 척했지만 상대방이 자신의 상처받은 마음을 알아줬으면 했다. 그러나 상대방은 준필의 이런 행동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준필의 행동에는 어떠한 전조 증상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준필이 그저 지랄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준필을 아는 사람들은 “원래 준필님이 조금 그래요. 속이 조금…”이라며 갑자기 공격을 당한 사람들을 위로했다. 준필은 자신이 관대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지만 그를 아는 상당 수의 사람은 준필이 굉장히 속이 좁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불만이 있으면 다 말해주세요. 저는 괜찮아요. 저는 여러분의 불만을 해결해주는 업무도 하고 있어요.”


준필은 부하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그러나 준필의 말은 군대에서의 ‘마음의 편지’와 같은 것이었다. 누군가 한 명이 불만을 이야기하면 준필은 굉장히 언짢아했다. 그리고 준필은 의견에 대해 기계적인 반박을 하고 상대방의 불만을 마치 하찮은 고민 정도로만 치부했다. 준필이 항상 이런 식으로 나오기 때문에 그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절대 불만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호기롭게 준필에게 불만을 말한 사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 준필의 복수 대상이 되었다. 준필은 시간이 날 때마다 상대방에서 ‘서운하다’라는 뉘앙스의 말을 반복했고 업무에 대한 지적도 많이 했다. 그때쯤 돼서야 상대방은 자신이 얼마나 무의미한 짓을 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준필의 이러한 면모는 회사 전반에 다 소문이 났고 준필과 자발적으로 같이 일하고 싶어 하는 직원들은 거의 없었다. 

준필은 친구 관계에 있어서도 속 좁은 면모를 계속 보여왔다. 친구가 답장이 없으면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친구가 자신의 말을 씹은 이유에 대해 고민했다. 친구는 그저 바빠서 답장을 안 한 것이었지만 친구가 답장을 보냈을 때는 이미 준필이 삐친 이후였다. 그런 준필의 태도가 익숙한 친구들은 “에이, 미안해”하면서 넘어갔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들은 준필과 더 이상 연락하고 싶지 않아 했다

연인 관계에서는 더더욱 심각했다. 준필은 항상 여자 친구한테 차이는 입장이었는데 모든 이유가 준필의 속 좁은 면 때문이었다. 그녀들은 준필을 질려했다. 하지만 준필은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어 했기 때문에 헤어진 이유를 묻는 친구들에게 자신이 여자 친구를 찼다고 자랑하고 다녔다. 그렇게 준필은 40살이 넘은 현재까지도 항상 실패의 연애를 반복하고 있었다. 

준필도 자신이 속 좁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자신도 어떻게든 성격을 고쳐보려고 했지만 40살이 넘게 산 준필의 기질을 바꾸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준필은 매일 아침 자신이 관대한 사람이라고 자기 최면을 걸었다. 하지만 준필은 단 하루도 관대하게 살아본 날이 없었다.

결국 준필은 최근 속 좁은 자신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마인드로 살기로 한 것이었다. 그는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했다. 자신이 속이 좀 좁고 조언을 해도 이상하게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들 말은 잘 안 듣는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을 대할 때 어려울 수 있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니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러는 한편 자신은 상처를 많이 받는 타입이라 그런 것도 감안해서 자신과 일해줬으면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준필의 부하 직원들은 새삼스러운 준필의 행동이 조금 당황스러웠다. 몇몇 사람들은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생각도 했다. 어떤 사람은 준필이 소시오패스 같다며 더 멀리하려고 했다. 아주 극히 일부의 사람은 그래도 준필이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하는 점을 약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준필이 솔직하게 자신을 인정하고 다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달라진 것은 없었다. 여전히 준필은 상처를 많이 받고 속 좁고, 자신을 공격한 사람들에게 복수하고 다녔다. 준필은 오늘도 그런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주위 사람들은 솔직하고 속 좁은 준필을 여전히 피하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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