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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Sep 18. 2022

9월 18일 최준원의 하루

아파트 헬스장 

수요일에 이사를 왔지만 일요일이 되어서야 이삿짐을 모두 정리할 수 있었다. 사실 모든 것을 정리한 것은 아니었다. 새로 들여올 가구와 가전제품이 많았기 때문에 이사의 1막이 이제야 끝났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새로 들어온 집은 아주 마음에 든다. 신축 아파트에 여러 가지 편의 시설이 있는 곳이다. 작은 평수이지만 공간을 넓게 써서 집이 커 보이는 것도 좋았다. 이곳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대출금은 부담이 될 정도였지만 그래도 집에서라도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이점이 컸기 때문에 과감히 이번 이사를 결심했다. 아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흐뭇했다. 이제 큰 변수가 없다면 이곳은 우리 부부의 마지막 거주지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이도 없고 부동산으로 뭔가를 크게 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기에 이보다 더 큰 투자를 하는 것은 우리 부부 성향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일요일 오후를 맞이하여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아파트에 있는 헬스장에 갔다. 아내와 같이 가려고 했지만 아내는 피곤해서 잠을 자겠다고 했다. 나는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아파트 헬스장은 3층의 공용 공간에 위치하고 있었다. 내가 전에 다니던 헬스장보다 규모도 작고 운동 기구도 많지 않았지만 부담 없이 집에서 왔다 갔다 할 수 있다는 점은 좋았다. 운동 기구도 대단한 것은 없었지만 새것이라 마음에 들었다. 일요일 낮인데도 불구하고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전에 다니던 곳은 땀냄새가 진동하는 곳이었는데 이곳은 새 집 냄새가 더 났다. 

헬스장에는 인바디 측정기도 있었다. 다른 헬스장에 있는 것만큼 좋은 장비는 아니고 아주 간단한 것만 체크할 수 있는 정도였지만 그래도 이용하기엔 나쁘지 않았다. 간단히 측정을 마치고 러닝머신으로 가서 칼로리를 불태웠다. 

러닝머신 이용을 마치고 윗몸일으키기와 팔 굽혀 펴기를 했다. 몸에 적당히 열이 올라온 것을 느낀 나는 이제 운동 기구를 본격적으로 이용하려고 했다. 

그때, 갑자기 어떤 사람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관리 직원이었다. 그는 나에게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일요일에는 헬스장이 오후 3시까지만 운영한다고 말했다. 내가 놀라 시간을 확인해보니 어느새 오후 2시 50분이었다. 사실 헬스장이 몇 시까지 하는지 체크를 전혀 하지 않고 온 것이었고 일요일이라 일찍 끝나도 설마 3시에 문을 닫을지는 몰랐다. 

나는 매우 당황스러웠지만 직원에게 3시까지는 운동을 더 해도 되는지 물었다. 직원은 3시까지면 10분만 더 사용하는 것인데 괜찮냐고 나에게 물었다. 나는 괜찮다고 말하고 빠르게 운동 기구를 이용했다. 내가 생각했던 루틴을 바로 바꿔야 했고 아주 간단하면서도 효과가 좋은 운동을 2세트씩 빠르게 진행하기로 했다. 

10분이라는 시간은 굉장히 빨랐다. 이제야 운동을 할 열의가 생길 때쯤 약속의 3시가 되었고 나는 쓸쓸하게 헬스장을 퇴장해야 했다. 나가면서 헬스장의 운영 시간을 핸드폰 카메라로 찍었다. 헬스장은 평일은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토요일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요일은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가 운영 시간이었다. 평일이 그래도 넉넉하다는 것은 위안이 되었다. 퇴근을 하고 빠르게 집에 오거나 출근 전에 운동을 한다면 충분히 헬스장을 제대로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주말도 오전에 이용하면 괜찮을 것 같았다. 

헬스장 이용 시간을 체크한 나는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운동이 부족한 터라 집에서 매트를 깔고 맨몸 운동을 조금 더 하면서 땀을 뺐다. 잠에서 깬 아내가 헬스장을 이용 안 하냐고 물었다. 나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아내도 오후에 운동을 하려고 했는데 아쉽게 되었다며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남은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하러 화장실로 갔다.

지금 집에 이사 온 지, 5일째. 아파트 편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좋지만 이용 시간에 있어서는 다른 곳보다 아쉬움은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언제든지 바로 엘리베이터로 헬스장을 왔다 갔다 할 수 있다는 것은 충분한 장점이기에 이곳에 있는 동안 계속해서 헬스장을 이용할 생각이다. 이곳에 남은 평생 계속 있을 생각도 있으니 이 헬스장이 나의 마지막 헬스장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몇십 년이 지나도 계속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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