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주 작가 Sep 16. 2022

9월 16일 최윤태의 하루

부상

처음 시작은 아주 사소한 곳이었다. 출근 준비를 하던 윤태는 형광등이 안 켜지는 것을 알아챘다. 윤태는 집에 오면 빛이 없는 상황이 걱정되어 출근 전에 형광등을 갈아 끼우기로 했다. 이럴 때를 대비해 미리 사둔 여분의 형광등이 있었다. 윤태는 형광등 밑에 의자를 두고 올라갔다. 형광등을 가는 행동은 매우 쉬운 것이었기 때문에 윤태는 자신에게 앞으로 닥칠 일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쿵!


윤태가 자신이 올라간 의자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은 때였다. 윤태가 가져온 의자는 망가져있었고 윤태가 올라가자마자 균형을 잃었다. 아슬아슬하게 버티던 의자는 윤태가 형광등을 갈기 위해 무게 중심을 위로 옮겼을 때 무너져버렸다. 윤태는 자신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리 높지 않은 곳이라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순간적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자신의 손에 형광등이 있다는 것이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 


윤태가 바닥에 넘어졌을 때, 윤태는 엉덩이가 너무 아팠다. 순간적으로 낙법을 하려고 했지만 실패해 엉덩이부터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형광등이었다. 윤태가 어설프게 손바닥으로 잡으려고 한 탓에 형광등에도 힘이 가해져 바닥과 충돌했다. 그리고 형광등의 파편은 집 안 곳곳으로 퍼졌다. 윤태는 엉덩이의 아픔보다 형광등의 파편으로 인한 상처로 더 괴로워했다. 


윤태의 손에서는 피가 흘러내렸다. 손뿐만 아니라 발바닥에도 파편이 일부 박혀있었다. 윤태는 고통 때문에 현재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안정을 되찾은 윤태는 지금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지 생각할 수 있었다. 


우선 피가 나는 것을 지혈해야 하고 더 이상 다치지 않게 파편을 한 곳에 모아놓아야 했다. 그리고 윤태는 병원에 가야 했다. 손만 다쳤으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발바닥에서도 피가 났기 때문에 윤태는 바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윤태는 조심스럽게 기어서 상황이 발생한 현장을 빠져나왔다. 


윤태는 우선 병원을 먼저 가기로 했다. 어차피 혼자 사는 집이라 다른 누군가 다칠 것도 없어서 치료를 받고 치우기로 한 것이었다. 윤태는 휴지로 피를 들어 막았으나 파편이 박혀있었기 때문에 압박까지 할 수는 없었다. 


윤태는 택시를 불러 병원에 가기로 했다. 이대로 걸어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윤태는 택시를 우선 부르고 회사에 전화해서 반차를 쓰기로 했다. 윤태가 다쳤다는 말에 상사는 아예 하루를 쉬라고 했지만 해야 할 일이 있던 윤태는 그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윤태는 근처에 있는 병원으로 갔다. 증상을 설명하고 윤태는 진료를 받았다. 의사는 다행히 깊숙한 곳에 파편이 박힌 것은 아니라 간단한 조치로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상처 부위를 째서 파편을 제거해야 했기에 윤태는 간단한 마취를 하고 치료를 받았다. 


치료를 하는 데는 윤태의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려서 반차만으로는 커버할 수 없을 정도의 시간이 되었다. 결국 윤태는 전체 연차를 쓰기로 했다. 상사는 윤태보고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자신이 일을 마무리할 테니 주말까지 푹 쉬고 있으라고 말했다.


병원을 다녀온 윤태는 형광등 파편을 모았다. 아주 잘게 부서져있었기 때문에 윤태는 땀을 뻘뻘 흘리며 꼼꼼하게 치우려고 했다. 빗자루로 먼저 청소를 하고 그다음에 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질까지 했다. 손과 발이 아픈 상태였기 때문에 윤태에게는 굉장히 힘든 일이었다. 


아주 천천히 모든 것을 정리하고 나니 어느새 4시가 되었다. 지친 윤태는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그대로 누웠다. 오늘 윤태가 하고 싶은 일은 산더미였지만 그는 오늘 갑자기 해야 할 일을 처리하느라 모든 기력을 쏟아야 했다. 여전히 형광등을 갈지 못해 오늘 밤 윤태는 책상과 화장실의 조명에만 의지한 체 지내야 했다. 


이전 20화 9월 15일 송주영의 하루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