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주 작가 Sep 15. 2022

9월 15일 송주영의 하루

미루기

지난주 교수님은 우리에게 과제를 내줬다. 다음 수업까지 해야 하는 아주 간단한 과제였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여유로울 정도로 쉬운 과제였다. 나는 금방 하겠지라는 마음으로 과제를 전혀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

교수님이 내준 과제가 생각보다 해야 할 게 많다는 것을 알게 된 시점은 과제 제출 기간 2일이 남은 때였다. 같이 수업을 듣는 친구가 ‘너 그거 다 했어?’라고 물어봤을 때였다. 나는 과제를 다시 검토했다. 생각보다 약간 할 일이 많을 뿐 그래도 어려운 과제는 아니었다. 내가 생각했을 때 과제를 하는 데는 2시간 정도면 될 것 같았다. 그러니깐 과제 제출 하루 남았을 때 해도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과제 제출 하루가 남은 시점까지 놀았다.

과제 제출 하루 전. 나는 과제를 최대한 미뤘다. 2시간이면 할 수 있기 때문에 저녁에 하면 될 것 같았다. 나는 과제 말고 다른 일을 했다.

마침내 과제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을 때는 이미 0시가 지나 과제를 제출해야 하는 날이 되었을 때였다. 그래, 바로 오늘이다. 나는 오늘 안에 과제를 올려야 했다.

새벽이 되었지만 나는 핸드폰으로 계속 게임을 하고 있었다. 과제를 다시 검토해보니 빨리 하면 1시간 안에도 끝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새벽 2시까지 나는 과제를 전혀 손대지 않았다.

새벽 2시. 이제 드디어 과제를 해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너무 졸렸다. 내일은 아침부터 수업이 있었기 때문에 잠을 안 잘 수는 없었다. 교수님이 내준 과제는 수업 전까지만 제출하면 됐다. 교수님의 수업은 오후 3시. 교수님이 그래도 오후 2시까지는 올리라고 했기 때문에 아직 나에게는 12시간의 여유 시간이 있었다. 아침 수업은 9시부터 11시까지. 보통 11시까지 하지는 않으니까 점심을 빨리 먹고 하면 빠듯하지만 충분히 과제를 할 시간이 있었다. 머릿속으로 모든 계산을 마친 나는 그대로 잠들 준비를 했다. 하지만 바로 잔 것은 아니었다. 누워서 핸드폰으로 게임을 더 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마침내 잠이 든 시점은 새벽 3시에 가까워졌을 때였다.


아침 수업은 또 지각을 했다. 10분 정도. 어제 너무 늦게 잔 탓이었다. 나는 뒷자리에 앉아 잠에서 깨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수업을 들으며 몰래 핸드폰을 봤다. 오늘 바로 해야 하는 과제에 대한 생각을 그래도 정리해야 했다. 과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으러 핸드폰을 한 것이었지만 나는 쓸데없는 기사와 커뮤니티 글을 보고 있었다. 수업과 과제, 그 어떤 것에도 집중 못 하고 있었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교수님이 11시까지 수업을 꽉꽉 채워서 진행한 것이었다. 위기였다. 나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점심을 먹으러 갔다. 친구들이 같이 밥을 먹자고 해서 같이 떠들면서 밥을 먹다 보니 어느새 12시가 되어있었다.

이제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 나는 노트북을 들고 근처 카페에 앉아 부랴 부랴 과제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 무슨 말을 쓰고 있는지,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과제를 제출하는 게 중요했다. 수업 때는 그렇게 안 가던 시간이 지금은 엄청난 속도로 지나고 있었다.

어느새 1시 30분이 되었다. 과제를 정리해야 하는데 마음만 급했다. 머릿속으로 생각이 떠오르지 않기 시작했다. 그냥 이대로 포기하고 싶은 생각만 들었다.

이제 1시 50분. 10분 안에 업로드를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나는 대충 과제를 마무리하고 교수님이 지정해준 서버에 파일을 업로드했다. 과제를 한 건지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은 글을 제출한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일을 다 끝내는 데는 성공했다.

과제가 모두 올라간 후 시간을 확인해보니 1시 58분이었다. 2분 남기고 겨우 과제를 끝냈다. 나는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수업이고 뭐고 그냥 이대로 집에 가고 싶은 기분이었다.

과제를 미루지 않고 어제나 다른 날에 미리 끝냈으면 조금 편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보지만 나도 나를 안다. 나는 다음 과제도, 그리고 중간 고사도, 기말 고사도 최대한 미루다가 마지막에야 겨우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게 나고, 앞으로 변하지 않을 내 기질일 것이다. 아무렴 어떤가. 그래도 아예 안 하는 것보다야 마지막에 다 하는 게 어디야. 나는 긴장을 풀고 핸드폰을 하면서 다가올 수업을 기다렸다.

이전 19화 9월 14일 안재형의 하루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