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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Sep 19. 2022

9월 19일 송승민의 하루

저장

승민은 월요일 아침부터 바쁘게 일을 하고 있었다. 주말 사이 처리해야 할 일이 워낙 많았고 오늘은 저녁 약속이 있어 칼퇴를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아침잠이 많은 승민이었지만 그는 오늘 30분 일찍 출근해서 일을 빨리 마무리하려고 했다.

승민은 오전 안에 보고서를 써야 했다. 분량이 많지는 않았고 상사가 약식으로 써도 된다고 했지만 시간적으로는 여전히 부담이 되는 업무였다. 승민은 자리에 앉자마자 미리 사온 커피를 마시면서 빠르게 문서를 정리했다. 

승민은 오직 문서에만 신경 쓰고 있었기 때문에 회사 메신저를 전혀 보지 못하고 있었다. 메신저로도 중요한 이야기가 오갈 수 있었지만 승민은 그런 것보다 지금 닥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리고 그는 정말 급한 일이라면 옆에 있는 동료가 말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승민의 회사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일하는 곳이었다. 모든 파일은 회사 내 클라우드로 자동으로 업로드되었다. 그리고 업무 파일에 대한 접근 권한은 부서마다 달랐다. 승민이 지금 작업하고 있는 문서도 승민의 부서에 올라가는 파일이었다. 승민은 실시간으로 자신의 작업 내용을 본다는 것이 부담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파일이 자동으로 저장된다는 점은 좋았다.

승민이 열심히 문서를 정리하고 있는데 옆자리 동료가 한참을 승민이 일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승민은 동료의 시선이 신경 쓰이기는 했지만 무시하고 일에만 몰두했다. 


“승민님. 그 공지 못 보셨어요?”



승민은 타자를 빠르게 치느라 동료가 하는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네? 저 죄송한데 나중에 이야기해도 될까요?”



승민은 동료를 쳐다보지 않고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에만 집중한 체 대답했다. 



“승민님. 지금 서버가 닫혀있어서 파일이 저장이 안 돼요.”



승민이 동료의 말을 제대로 알아들었을 때는 동료가 말을 한 후 1분 정도가 지난 시점이었다.



“……. 네??? 자... 잠깐 설마!!”



승민은 파일을 다시 확인했다. 언젠가부터 승민이 작업하던 파일은 저장이 전혀 되지 않고 있었다. 승민은 아연실색했다.



“뭐라고요? 공지가 뭐였는데요?”



승민은 다급히 동료에게 물었다. 



“오늘 서버 문제가 생겨서 오전 동안 파일을 저장 못 하니 작업하는 내용은 컴퓨터에서 따로 작업해서 저장하고 있으라고…..”



“언제 올라왔어요?”



“어제… 밤에 급하게….”



승민은 손으로 얼굴을 만지더니 이내 머리를 쥐어뜯었다. 오전 내내 작업했던 내용이 날아갔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저…승민님. 괜찮을 거예요. 이거 글 복사하시고 워드에 옮기시면 되지 않을까요?”



동료의 말에 깨달음을 얻은 승민은 글을 복사해서 워드에 옮겼다. 파일 표현 방식이 달라서 자간과 폰트가 달라졌지만 다듬으면 그래도 어느 정도 쓸 수 있을 정도였다. 다만 이미지는 불러와지지 않았다. 승민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미지는 그래도 컴퓨터에 저장되어있고 글만 다시 다듬으면 괜찮을 것 같았다. 


“고마워요. 휴우… 다행이다.”



“다행이네요. 오전까지 다 하셔야 하는 거죠?”



“네…. 갑자기 기운이 빠지네요. 그래도 살릴 수 있어 진짜 다행이에요. 말씀해주셔서 감사해요.”



승민은 안경을 고쳐 쓰고 다시 하던 일에 집중했다. 예기치 못 한 일로 작업이 조금 더 늘었지만 데드라인은 무리 없이 지킬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침내 모든 일을 마무리한 승민은 잠시 옛 생각을 했다. 승민은 대학교 시절 포토샵으로 과제를 만들었을 때, 저장을 안 했는데 갑자기 집 안이 정전이 되어 몇 시간 동안 만든 것이 사라진 기억이 있었다. 그때, 승민은 망연자실해서 하루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가 과제를 제대로 하지 못해 F학점을 받았었다. 승민은 그 시절을 떠올리면서 그래도 오늘은 파일이 완전히 안 날라가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12시가 되었을 때, 서버가 돌아왔음을 알리는 메시지가 공지로 올라왔다. 승민은 이제 워드 파일을 다시 서버에 올릴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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