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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Oct 01. 2022

10월 1일 류동욱의 하루

운전 연수

스무 살이 되던 겨울, 동욱은 친구들을 따라서 운전면허를 땄다. 동욱은 자신이 성인이 되면 자동차를 몰며 여행을 다닐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스무 살의 동욱을 차를 살 수 있는 여력이 되지 않았고 평범하게 집에서 지하철을 타고 학교를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운전을 할 일이 없었다. 여자 친구가 생긴 이후에도 운전을 할 일은 없었다. 여자 친구와 여행을 가도 버스나 기차를 타고 가는 것이 더 편했다. 동욱의 아버지는 동욱에게 운전할 일이 있으면 자신의 차를 가지고 가라고 했지만 동욱은 아버지에게 필요 없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 직장에 가서도 동욱은 차를 몰 일이 없었다. 특히 회사 근처에서 자취를 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였다. 20대의 동욱에게는 자동차 없는 삶이 더 편했다.

하지만 30대 정도가 되자 동욱은 차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 번은 여자 친구와 여행을 갔었는데 동네를 돌아다닐 때 차가 필요했다. 지역 렌트카를 빌리는 방법인 있었지만 동욱은 장롱면허라 자신이 없었다. 결국 운전을 할 줄 아는 여자 친구가 여행 내내 운전을 하면서 동욱을 데리고 다녔다. 여자 친구는 동욱에게 진지하게 차는 없어도 상관없는데 운전은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행 내내 운전을 못 하는 자신이 부끄러웠던 동욱은 서울에 가면 반드시 운전 연습을 해서 다음에는 여자 친구를 차에 태워 돌아다니겠다고 여자 친구에게 호언장담했다. 

서울로 돌아온 동욱은 운전 연수를 해줄 수 있는 곳들을 알아봤다. 당장 동욱에게 차가 없었기 때문에 차를 가져올 수 있는 강사가 필요했다. 동욱은 후기를 몇 개 살피면서 가장 평가가 좋은 곳을 찾아 연락했다. 

그리고 오늘, 동욱은 거의 10년 만에 처음 운전대를 잡게 되었다. 동욱의 옆에는 운전 연수를 가르쳐줄 강사가 있었다. 강사는 날카로운 인상의 사내였으며 조금 거칠게 말하는 성격이었다. 강사는 동욱에게 운전면허를 언제 땄는지, 가장 최근에 운전을 한 게 언제인지를 물었다. 동욱이 아예 생초보라는 것을 안 강사는 껄렁한 말투로 일단 전진하는 것을 해보라고 동욱에게 시켰다. 동욱은 긴장한 나머지 후진인 상태에서 엑셀을 밟았다. 그러자 강사는 바로 동욱에게 소리를 질렀다. 동욱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강사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강사는 한참 짜증 내더니 동욱에게 내리라고 했다. 동욱과 자리를 바꾸자는 뜻이었다. 운전대를 잡은 강사는 능숙한 실력으로 차를 몰고 어딘가로 향했다.

강사가 간 곳은 동욱이 사는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마트였다. 강사는 동욱에게 이곳의 주차장이 넓어서 연습하기에 좋다고 했다. 다시 운전대를 잡은 동욱은 강사의 지시에 따라 차근차근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강사는 시종일관 목소리 톤이 올라간 상태에서 동욱을 몰아치면서 가르쳤다. 동욱은 그런 강사의 태도가 짜증 났지만 화를 참으며 운전에만 집중했다.

1시간 넘게 주차장만 돌다가 강사는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자고 했다. 강사는 동욱에게 담배를 피우냐고 물었다. 동욱도 담배를 피우는 것을 확인한 강사는 자신의 담배 하나를 동욱에게 내밀었다. 강사는 자신이 소리를 질러서 미안하다고 동욱에게 말했다. 자신의 원래 성격도 그렇지만 초보에게는 작은 것도 큰 위험이 될 수 있으니 자신이 더 다그치는 것이라고 했다. 동욱은 그래도 조금은 친절하게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지만 강사에게 말하지는 않았다. 

쉬는 시간을 마치고 강사는 이번에는 마트에서 동욱의 집이 있는 곳까지 한번 운전해보자고 했다. 동욱은 걱정이 되었지만 자신이 잘못하면 화부터 내는 강사의 목소리를 듣기 싫어 최대한 잘하려고 노력하며 천천히 차를 운전했다. 동욱의 운전은 무난했다. 속도가 느리기는 했지만 초보이기에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강사는 계속해서 동욱에게 뭐라 뭐라 했지만 동욱은 최대한 강사의 말을 무시하고 자신의 페이스로 운전했다. 

겨우 동욱의 집이 있는 곳에 도착하자 동욱은 모든 기가 빠지는 것 같았다. 강사는 동욱에게 잘했다며 다음 수업 때는 오늘 배운 것을 복습하고 다른 루트로 운전하는 것을 가르치겠다고 했다. 동욱은 다음에 또 이런 스트레스를 받으며 운전을 해야 한다는 게 짜증 났지만 돈은 냈으니 어쩔 수 없이 다음 수업 시간을 잡았다. 강사는 동욱에게 운전에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영상 링크를 같이 보내겠다고 했다. 강사는 운전을 안 하는 날도 영상을 보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을 남기고 동욱의 동네를 떠났다. 동욱은 강사가 말은 좀 그렇지만 은근히 친절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집에 들어온 동욱은 강사가 보내준 수많은 영상들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운전을 더 잘할 수 있는지를 살폈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했다. 동욱은 10년 만의 첫 운전치 고는 자신이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몇 번만 더 하면 운전을 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약간의 자만심이 생긴 동욱은 인터넷에서 자동차 회사 사이트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첫 차로 무엇을 할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것이었다. 동욱은 아직은 운전 실력도, 돈도 없지만 내년에는 차를 한 대 장만해서 부모님 또는 여자 친구와 함께 여행을 다니는 상상을 했다. 상상 속의 동욱은 마치 F1 선수 같이 자동차를 능숙하게 몰고 있었다. 동욱은 그런 자신을 상상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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