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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Oct 02. 2022

10월 2일 조상준과 한나연의 하루

핫플

상준과 나연은 SNS를 통해 만난 사이였다. 상준의 말에 따르면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닌 상준은 어느 날, 나연의 SNS를 보고 반해서 그녀에게 개인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나연에게서 답은 없었다. 상준은 그럼 그렇지 하고 바로 포기했고 나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는 사실조차도 까먹게 되었다. 그리고 상준이 까먹게 되었을 때쯤, 나연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나연의 말에 따르면 나연 역시 그런 성격은 아닌데, 메시지를 보고 흥미가 생겨 상준의 SNS에 들어가 보았고 그가 마음에 들어 답변을 보냈다. 둘은 서로 처음 만난 날 자신들이 원래 그런 성격은 아니라고 변명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상관이 없을 정도로 그날 둘은 서로에게 진심으로 반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은 연애를 시작했다. 

상준과 나연은 서로의 친구들에게 SNS 중독자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많은 사진을 SNS에 올리는 사람들이었다. 여행을 가도, 맛집을 가도 둘은 항상 SNS에 자신들의 위치를 공유했다. 서로 팔로워도 많아서 광고도 은근히 들어오는 편이었다. 그런 둘이 만났기 때문에 둘은 더욱 SNS를 활발하게 활용했다. 둘은 각자의 SNS 뿐만 아니라 커플 SNS까지 만들었다. 상준과 나연은 하루에 한 번은 꼭 각자의 계정에 사진을 적어도 하나는 업로드했다.  이렇게 사진을 올리기 위해 다양한 소재가 필요했다. 그래서 둘은 항상 SNS에 올리기 좋은 데이트 장소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두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곳은 SNS에서 뜨고 있는 핫플이었다. 누구보다도 먼저 핫플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고 서로 찾은 정보를 공유해서 다음 날의 데이트 장소에 반영했다. 만약 가야 하는 곳이 서울이 아니라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라도 두 사람은 상관하지 않았다. 새벽에라도 차를 타고 가서 사진을 찍고 먹고 경험해야 직성이 풀리는 둘이었다. 두 사람의 핸드폰에는 핫플 혹은 맛집의 위치가 수백 개 이상 저장되어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준과 나연의 친구들은 어디 갈 일이 있으면 항상 상준과 나연에게 장소를 추천해달라고 했다. 

오늘도 상준과 나연은 SNS에서 뜨는 핫플에 왔다. 맛으로는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하지만 인테리어와 디저트의 데코 덕분에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이었다. 상준과 나연은 각자 먹고 싶은 것을 골라 주문했다. 둘이 먹을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은 것을 주문했는데 모두 사진을 찍기 위한 용도였다. 

두 사람은 자리에 앉자마자 각자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주문한 디저트가 나오기 전에 먼저 사진을 찍고 가게 인테리어 역시 핸드폰에 담았다. 주문한 것들이 나오자 두 사람은 바쁘게 자리를 세팅했다. 모든 것은 너무나 능숙했기에 빠르게 진행됐다. 상준이 디저트를 한 입 물려고 하자 나연은 오늘 협찬받은 물건도 같이 나와야 한다며 다시 자신만을 위한 세팅을 했다. 나연이 협찬을 받은 것은 화장품이었다. 상준은 자신도 광고받고 싶은데 요새 연락이 안 온다며 투덜거렸다. 

먹기 전의 모든 촬영은 끝났지만 오늘 SNS에 올릴 모든 사진 촬영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둘은 서로 디저트를 입에 넣는 것을 사진으로 담았고 웃고 있는 모습, 커플용 계정에 올릴 다정한 모습, 시크한 표정 등 다양한 것을 담았다. 사진을 찍고 나서는 서로 핸드폰으로 사진을 보정하느라 또 바빴다. 상준과 나연은 디저트가 나온 지 30분 이상이 지나서야 제대로 먹을 수 있었다. 

사진을 찍을 때와는 달리 입을 크게 벌리고 먹던 상준은 소문대로 맛은 별로라고 말했고 나연은 조금 먹더니 자기 스타일 아니라며 커피만 마시겠다고 했다. 둘은 가게에 대한 여러 가지 평가를 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이곳이 핫플이라고는 하지만 색다를 것이 없는 디자인에 맛도 별로인 곳이라 얼마 지나지 않아 인기가 없어질 것이라도 진단했다. 그래도 주변 경치가 한 몫하는 것이 있어서 적당히 인기가 있을만한 장소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상준은 나연에게 이곳에 또 올 생각이 있냐고 물었다. 나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상준도 그녀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의 솔직한 평가와는 달리 상준과 나연은 각자의 SNS에 사진을 올리면서 가게에 대한 좋은 평가의 글도 더했다. 안 좋은 이야기를 해봤자 가게한테 트집만 잡히고 팔로워도 좋아하지 않으며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SNS면 나중에 광고가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는 두 사람의 전략적인 판단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각자의 SNS에 업로드를 하자마자 팔로워들이 바로 좋아요와 댓글을 달았다. 상준과 나연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나연은 상준에게 1시간 동안 좋아요 수가 더 적은 사람이 저녁을 쏘는 내기를 하자고 제안했다. 팔로워 수가 상대적으로 더 적은 상준에게 불리한 제안이었지만 최근 팔로워 대비 좋아요 수가 많아 자신감이 생긴 상준은 ‘콜’을 외쳤다. 저녁을 무엇을 먹을 생각이냐는 상준의 물음에 나연은 집 근처에서 편한 차림으로 갈아입고 대충 때우자고 했다. 저녁까지 사진을 찍기 귀찮았던 상준도 흔쾌히 나연의 말에 동의했다. 둘은 잠깐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로의 핸드폰을 다시 쳐다봤다. 둘은 자신들의 SNS를 계속 체크하며 각자의 좋아요 수에 매우 집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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