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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Oct 26. 2022

10월 26일 윤송빈의 하루

떡볶이

송빈은 떡볶이를 매우 좋아한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용돈을 받거나 친구들과 군것질을 할 때 꼭 떡볶이를 먹었다. 


“송빈아, 떡볶이가 왜 좋아?”


어린 시절 송빈의 아버지는 딸이 매워하면서도 떡볶이를 먹는 것을 보고 물었다. 


“그냥 맛있어! 쫄깃하고 달콤해, 좀 맵긴 하지만!”


송빈은 떡볶이를 물에 담가 먹으며 대답했다. 


어린 시절에는 매운 것을 잘 먹지 못 하는 송빈이었지만 그녀는 오직 떡볶이만 먹었다. 그렇게 어릴 때부터 매운 것에 단련이 되다 보니 성인이 된 지금은 웬만큼 매운 떡볶이는 문제없이 먹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어른이 되면서 먹을 수 있는 것들은 다양해졌고 매운 것이 땡기면 마라탕이나 다른 음식을 먹을 수 있었지만 송빈은 여전히 떡볶이를 좋아했다. 송빈이 이사를 가면 먼저 확인하는 것이 근처 떡볶이 맛집이었고 남자 친구와 데이트를 할 때도 우선순위로 고려하는 것이 떡볶이였다. 처음에 남자 친구는 데이트 날에도 떡볶이를 먹어야 하냐며 투정 부렸다. 그렇게 연애를 한 지 5년이 넘어가면서 남자 친구는 여자 친구의 취향에 익숙해졌다. 

송빈은 주로 스트레스를 받은 날에 떡볶이를 찾았다. 그녀가 ‘매운 게 땡겨!’라고 하면 남자 친구는 익숙한 듯 여자 친구의 집에 들어갈 때 떡볶이를 사 왔다. 만약 남자 친구를 못 만나는 날이면 송빈은 회사 동료 혹은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었다. 그들은 남자 친구보다는 떡볶이를 즐기는 사람들이라 송빈은 더욱 부담 없이 떡볶이를 즐길 수 있었다. 




“와 씨, 김부장님 진짜… 하아 저 사람 왜 안 짤리지?”


“에휴…. 어쩌겠어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진아 님 그만둘 거예요?”


“에이, 말이 그렇다는 거고. 그러고는 싶은 데 갈 데가 없네요.”


“저 사실 얼마 전에 헤드헌터가 연락 왔는데 고민하고 있어요.”


“진짜? 송빈 님. 한 번 연락해봐요. 그런데 회사가 어디래요?”


“000이라고 하더라고요? 포지션이 저랑 맞기는 해서 고민은 되는데….”


“000? 어휴, 거기라면 비추에요. 제 친구가 거기 있거든요. 우리랑 같은 포지션이고. 거기 가면 김부장 시즌 2 만나요.”


“헐?? 진짜요? 와… 대박이다…”


“에휴… 중이 떠나고 싶어 하는데 갈 수 있는 절이 없네. 우리 스트레스도 받는데 오늘 맥주나 할까요? 매운 게 땡기는데 마라탕? 아… 송빈 님은 떡볶이지….”


“어…. 그러면 떡볶이 괜찮으세요? 맥주 마실 거면 안주로 먹기 괜찮은데 있는데”


“송빈 님 추천이면 믿을만하지! 그러면 이따 봐요!”


송빈은 오늘도 직장 동료와 떡볶이를 먹기로 했다. 송빈은 대화에서 등장하는 김부장이라는 사람 때문에 술이나 떡볶이만 50번 이상 먹었다. 

퇴근 시간이 되자 송빈은 진아와 함께 근처 떡볶이집으로 갔다. 떡볶이집이라고 하기엔 호프집에 더 가까운 곳이었다. 일반 떡볶이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마늘, 깻잎, 치즈, 해물 떡볶이도 있었다. 무엇을 먹을까 고르던 송빈은 진아가 먹고 싶어 하는 마늘 떡볶이를 시키기로 했다. 그리고 그들은 오늘의 진짜 메인 메뉴가 될 맥주도 골랐다. 사이드 메뉴도 있었지만 일단 그들은 떡볶이와 맥주에 만족하기로 했다. 

송빈과 진아가 잠시 수다를 떨고 있을 때 마침내 떡볶이가 도착했다. 마늘 떡볶이는 이 집 특유의 레시피와 향이 들어간 인기 메뉴였다. 가격은 조금 있고 양은 그에 비해 적었지만 가게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맛 덕분에 근처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그래, 이 맛이지. 저는 진짜 평생 먹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떡 하나를 집어 그대로 입에 넣은 송빈은 감탄사를 연발하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 진짜 맛있네요. 약간 맵기는 한데 기분 나쁜 매움은 아니고, 오 여기 향 진짜 좋다.”


진아는 떡볶이를 씹으며 입을 가린 채 맛에 대한 소감을 말했다. 


“이게 사장님만의 특별한 뭔가가 들어갔다고 하더라고요. 유튜브에도 많이 나오는 곳이에요 여기.”


송빈은 핸드폰으로 이 가게가 나온 유튜브 목록을 진아에게 보여줬다. 


“와 여기 찐 맛집이구나. 자, 그럼 우리 맥주도 마시면서 먹을까요?”


송빈의 핸드폰을 살짝 확인한 진아는 맥주잔을 들며 말했다. 두 사람은 바로 잔을 부딪혔다. 평범한 맥주였지만 떡볶이와 먹으니 마치 둘이 원래부터 한 세트였던 것처럼 시원하면서 매콤하게 목에서 넘어갔다. 송빈과 진아는 기분이 좋아졌다. 


떡볶이를 마치 김부장이라고 생각하면서 포크로 찍으며, 맥주로 답답한 기분을 그대로 내리며, 두 사람은 한참 동안 대화했다. 가게 안에는 송빈과 진아 외에도 다양한 직장인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의 사정이 있었다. 좋은 일, 슬픈 일, 기쁜 일, 화가 나는 일 등. 그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떡볶이의 소스에 버무렸다. 직장인들의 평범한 수요일 밤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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