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기분 좋은 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오늘은 어째서인지 기분이 좋았다.
일어난 시간은 예상한 시간보다 30분 일찍.
평소 같으면 조금 더 자려고 했을 텐데 그러한 감정 자체가 들지 않았다.
몸은 가벼웠고 빨리 맞이한 하루를 조금이라도 더 만끽하고 싶었다.
이런 좋은 기분을 간직하고 나는 커피를 내리러 갔다.
오늘 커피 맛은 예전보다 더 좋은 느낌이었다.
커피를 마시고 출근 준비를 하는데 역시 가벼운 느낌이었다.
옷장을 보고 있는데 2주 전 사둔 예쁜 옷이 눈에 띄었다.
오늘은 이 옷을 입고 출근하기로 마음먹었다.
출근길,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답답한 지하철도 오늘은 어째서인지 좋은 느낌이었다.
아침에 듣는 라디오 채널에서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오늘은 정말 좋은 일이 생길 거 같네’
회사에 도착해서도 좋은 기분은 계속되었다.
오늘은 팀장이 없는 날이라 업무적으로 크게 압박을 받지 않아도 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오전에 할 일을 마치고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실 때도 역시 좋은 기분이 가득했다.
오후에도 여유롭게 근무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전화가 왔다.
다음 주에 발주 예정인 업체였다.
업체는 갑자기 공장에 사정이 생겼다며 일정에 차질이 있을 것이라 말했다.
갑자기 좋았던 기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서둘러 다른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공유하고 일정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늦어진 일정을 어떻게 하겠어, 그러니깐 진작에 체크 좀 하지”
누군가 투덜거리는 말이 들렸다. 본인은 작게 말한다고 하지만 다 들리거든!
나는 한숨을 쉬며 일을 수습하기 위한 처리를 하기 시작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타이핑을 할 때도 엔도르핀을 샘솟는 것 같았는데 갑자기 그런 기분이 완전히 사라졌다.
“지현 씨, 잠깐 커피나 마실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다른 동료가 나타나 나의 기분을 풀어주려는지 제안을 했다.
나는 동료와 함께 잠시 회사 근처 카페로 향했다.
향긋한 커피의 향이 나의 화를 누그러뜨렸다. 이대로 집에 가거나 다른 곳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현 씨 잘못은 아니니깐 너무 힘들어하지 마”
한참 말없이 있던 동료의 한 마디가 나에게 크게 다가왔다.
그리고 잠시 동료와 신나게 떠들고 나서 다시 회사로 향했다.
사무실로 복귀하자 안 좋았던 기분이 사라졌다.
이제 남은 일을 마치고 무사히 퇴근하면 된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정말 다행히도 그 이후로는 아무런 문제 없이 일을 마쳤다.
오늘은 굳이 야근을 해도 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에 퇴근 시간이 5분 정도 지났을 때 적당히 눈치 보고 회사를 나섰다.
오늘은 바로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친구를 만날 수도 없었다.
날은 제법 추웠지만 그저 걸어보기로 했다. 걷기에 좋은 날씨는 아니었다.
지하철 역까지 그리 멀지 않았지만 오늘은 걷고 싶은 기분이었다.
거리에는 퇴근하는 수많은 직장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누군가는 약속을 기다리고 있었고 누군가는 아직도 전화로 바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오늘은 3 정거장 거리를 걸어보기로 한다.
좀 걷던 나는 역 안에 있는 토스트 가게에 들렀다.
오늘은 달콤한 토스트가 끌렸다.
예전부터 자주 가던 프랜차이즈 토스트였는데 이곳의 맛은 무언가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항상 먹던 메뉴를 골라 가게 안에서 먹었다.
예전부터 좋아하던 그 맛 그대로였다.
이 작은 행복이 나는 너무나도 좋았다.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는 길에 나는 맥주 하나를 사기로 했다.
이미 밥은 먹었지만 오늘은 맥주 하나 먹고 잠을 자고 싶은 기분이었다.
맥주와 약간의 안주거리를 산 나는 집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씻고 넷플릭스를 보며 맥주를 마셨다.
시원한 느낌, 이것이 오늘 내가 살아온 이유인 것만 같았다.
오늘이 굉장히 대단한 하루였던 것은 아니다.
굉장히 운이 좋았던 하루도 아니었다.
아쉽게도 그런 것은 없었다.
그냥 기분만 좋은 하루였던 것 같다.
그냥 이대로, 그저 큰 탈 없이 끝난 평범한 하루였다.
그래도 나는 기분이 좋았다.
내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권리를 그대로 누릴 수 있었던 하루가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