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3일 이국도의 하루

은퇴 후

by 우주 작가

다시 아침이 밝아왔다.


아침이 되면 항상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막막함 속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평소와 같이 회사에 갈 준비를 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아내는 어디 나갈 때가 있냐고 물었다


넥타이를 매던 나는 순간 아차 싶었다.


아내에서 멋쩍은 미소를 보이며 나는 넥타이를 다시 풀었다.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수십 년을 살아온 생활을 그대로 하려고 하고 있었다.


얼마 전, 나는 은퇴를 했다.

공무원으로 일했던 나는 수십 년 간의 익숙한 일을 뒤로하고

익숙하지 않은 길로 갔다.


은퇴를 하는 날, 많은 사람들로부터 축하의 인사를 받았고

가족들은 그동안 수고 많았다며 나를 위해 작은 선물과 편지를 주었다.


인생에 있어서 그렇게 행복한 날이 또 있을까.


처음에는 은퇴를 하고 나니 홀가분한 기분이었다.

아내와 여행도 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요즘 시국에 어딜 돌아다닐 수가 없었기에 아내와 나는 무척이나 단조로운 생활을 이어갔다.

하루 종일 TV만 본 날이 있었다.

뉴스를 하루 종일 틀고 드라마도 보고, 좋아하는 노래 프로그램도 보고...


하루 종일 앞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기도 했다

가족들은 무슨 그런 고민을 하냐고 말했지만 정작 할 일이 하나도 없게 되자

내 마음속에는 헛헛한 마음만 있었을 뿐이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점심을 먹고 잠시 혼자 산책을 했다.

무척이나 추운 날씨였다.


하지만 운동삼아 계속 걸었다.

걷다가 우연히 기타 학원을 보게 되었다.


기타라...

그러고 보니 나는 젊은 시절에 악기를 배우고 싶어 했었다.

음악을 하는 사람을 동경하기도 했고

그들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던 것 같다.

기타를 배우고 싶어 했지만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그리고 회사 생활이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기타를 배우지 못했다.


옛 생각을 하던 나는 나도 모르게 학원으로 들어갔다.

학원은 꽤나 조용했지만 작게나마 들리는 악기 소리에 이곳이 음악을 배우는 공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누구 찾으러 오셨어요?"


카운터에 있던 어떤 청년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순간 나는 놀라 뒷걸음을 쳤다.


"아! 아니에요! 여기가 아니구나 하하... 미안해요"


나는 이 말을 하고 바로 학원을 나왔다.

갑자기 두려워졌고 부끄러워졌다.

이 나이에 무슨 이런 것을 배우나 싶은 마음이기도 했다.


나는 빠르게 집으로 돌아왔고

뭔가 쫓기듯 들아온 나를 보고 아내는 무슨 일이냐며 걱정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그대로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급하게 물을 끼얹으며 세수를 했다.


방으로 돌아온 나는 피곤해서 잠시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고 나니 어느새 저녁 시간이다.

오늘은 어째선지 밥을 먹고 싶지 않았다.


밥을 거른 나는 방에서 책을 봤다.

그리고 이제 같은 백수 처지인 친구들이 보내준 유튜브 영상을 보며 무료함을 달랬다.


유튜브를 보던 나는 갑자기 생각이 나서 기타와 관련된 영상들을 봤다.

기타로 멋진 곡을 연주하는 영상, 기타를 배우는 사람들을 위한 영상을 봤다.

그중에는 나처럼 나이 많은 사람도 기타를 배우는 영상도 있었고

엄청난 고수의 품격을 보이며 길거리에서 연주하는 노인의 영상도 있었다.


순간 마음속 무언가가 움직였다.


"그래... 이걸 하자"


밖에 있던 아내에게 가서 나는 내일부터 기타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아내는 그냥 노는 것보다 그게 훨씬 나을 거라며 나를 응원해줬다.

그러면서 자신도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고 나는 아내에게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말했다.


이제 해야 할 일을 하나 찾은 것 같다.

내일은 도망치지 말고 학원을 용기 있게 찾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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