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식적인 옛 상사
“미친….”
아침 운동을 준비하던 솔이는 잠시 핸드폰을 보다가 어느 글을 읽고 저절로 욕이 나왔다.
그리고 솔이는 크게 한숨을 쉬더니 그대로 밖에 나갔다.
솔이의 취미 중 하나는 아침 조깅이었다.
“화내지 말자… 화내지 말자”
솔이는 이렇게 말하며 달리기를 시작했다.
솔이는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잡념을 없애려고 했다.
하지만 오늘은 생각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어째선지 컨디션조차 좋지 않은 것 같았다.
솔이는 뛰면서 계속 생각했다.
‘자기가 뭐? 무슨 거짓말만 하고 있어. 웃겨 정말…’
솔이는 잠시 벤치에 앉아 다시 핸드폰을 봤다.
아침에 보던 글을 잠시 다시 보고 있었다.
솔이는 기가 막힌 문장이 나올 때마다 글을 캡처했다.
“어떻게 이렇게 거짓말만 하냐… 댓글은 또 어떻지?”
댓글을 보자 솔이는 더욱 기가 막혔다.
댓글에는 글을 쓴 사람을 응원하는 말만 가득했다.
솔이는 도저히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핸드폰을 잠시 내려놓고 하늘을 보았다.
오늘은 날씨가 그리 좋지 않았다. 미세먼지 때문인지 앞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솔이는 그냥 집으로 가기로 한다.
집으로 돌아온 솔이는 간단히 샤워만 하고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계속 봤다.
솔이가 이토록 화난 이유는 글을 쓴 사람 때문이었다.
글을 쓴 사람은 솔이의 예전 직장 상사였다.
이름은 윤희태.
희태는 그리 좋은 상사는 아니었다. 거짓말을 하는 습관이 있었고 그런 것 때문에 팀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였다.
하지만 솔이에게 큰 피해를 준 것은 아니었다. 희태에 대한 솔이의 생각은 ‘그냥 좋지도 싫지도 않은 상사’였다.
솔이가 입사하고 1년 후, 희태는 퇴사했다.
솔이의 기억 속에서 희태라는 이름은 잊혀지는 듯했다.
솔이가 희태의 소식을 다시 들은 것은 그로부터 5년 후였다.
희태는 회사를 나와 스타트업의 대표로 있었다.
솔이는 마케팅 직무 모임 자리에서 희태를 다시 만났다.
“아? 솔이 씨?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어요?”
“어? 윤 과장님? 안녕하세요!”
솔이는 웃으면서 그를 맞이했다.
솔이는 잘 몰랐지만 희태의 회사는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곳이었다.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은 희태와 말에 집중했고 모임이 끝날 때쯤에는 저마다 자기를 소개하며 희태와 명함을 교환하기 바빴다.
“솔이 씨, 아직 xx회사에 있어?”
명함 교환식이 끝날 때쯤 희태가 솔이에게 말을 걸었다.
“네, 근데 이직하려고 몇 군데 지원서 넣고 있어요.”
“그래? 솔이 씨라면 믿을만하지, 언제 내 회사 놀러 와요. 한번 구경시켜줄게. 먼저 갈게요! 잘 지내요.”
희태는 솔이에게 명함을 내밀며 자리를 떠났다.
희태의 말이 단순히 회사를 놀러 오라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에 솔이는 한참을 고민했다.
희태의 회사를 찾아봤고 어느새 희태가 운영하는 블로그의 글을 보기도 했다.
희태의 말에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고 무엇보다 희태가 만드는 서비스는 솔이의 경력을 넓히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며칠 후, 솔이는 희태의 회사를 찾았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희태와 희태의 회사 사람들과 대화를 했다. 다시 얼마 후 정식 오퍼가 왔고 한 번의 정식 면접을 진행했다. 면접이라고는 하지만 그 어떤 압박도 없고 오히려 웃고 떠드는 자리였다.
그렇게 솔이는 희태의 회사로 출근하게 되었다.
희태와 희태의 회사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마케팅 직군이었지만 스타트업이었기에 솔이가 커버해야 하는 업무는 굉장히 넓었다. 생각보다 직원은 적었고 해야 할 일은 너무도 많았다.
야근은 당연했고 저녁 식사조차 하지 못 하고 지나가는 날이 많았다.
일이 힘들기는 하지만 이것 때문에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동료들과는 재미있게 지냈고 배울 점도 많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고통스러운 것은 희태 때문이었다.
밖에서 보이는 희태의 모습과 안에서 보이는 희태의 모습은 매우 달랐다. 아예 다른 사람이었다.
자기중심적이고 아무런 계획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하고 어제 하기로 한 일을 오늘 뒤집기 일수였다. 또한 직원들에게 폭언을 일삼았고 자기 딴에는 장난이라고 하지만 비하하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소문에 의하면 더 한 짓도 하고 다닌다는 말까지 있었다.
솔이는 회사를 2달 다니고 나서부터는 희태를 피하고 싶어 했지만 모든 것을 대표를 통해서 일을 해야 했기에 하루라도 그와 말을 안 할 수는 없었다.
그나마 동료들이 있기에 버틸 수 있었다. 가끔 희태가 없을 때 희태의 험담을 하고 희태에게 상처를 받은 사람이 있으면 위로하며 회사를 다녔다.
그렇게 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회사는 계속해서 성장했지만 직원들은 계속해서 그만뒀고 저의 매달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왔다.
들어온 직원들도 오래 버티지는 못 했다.
어느새 솔이가 처음 들어왔을 때 있던 직원은 임원급 빼고는 없었다.
솔이는 이렇게 지내는 것이 맞나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정말 참을 수 없는 것은 희태가 직원끼리 이간질시키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직원에게 누명을 씌우고 자신만 억울하다는 태도로 나올 때는 정말 사람 취급도 해주기 싫었다.
그러다 어느 날 희태는 솔이를 향해서 물건을 던지며 크게 화를 냈다.
희태의 실수로 시작된 행동이었지만 솔이에게 책임을 전가했고 이제는 적반하장 화를 내기까지 했다.
그날 솔이는 집으로 돌아와 구직 사이트의 채용 공고를 미친 듯이 스크랩했다.
매일매일 좋은 회사의 구직공고가 나오면 지원을 했고 몇몇 회사에서 오퍼가 들어오기도 했다.
그렇게 3달을 더 버티고 솔이는 희태의 회사를 그만뒀다.
희태는 솔이의 속도 모르고 그만둬서 아쉽다고 말했지만
솔이는 그런 이중적인 희태의 모습에 이제 완전히 질렸다.
한 달 간의 인수인계 후, 솔이는 잠시 백수 생활을 즐기게 되었다.
새로운 회사로 가기까지 2주 정도의 자유 시간이 주어졌기에 솔이는 이참에 머리도 식히고 하고 싶었던 모든 일을 하기로 했다.
블로그 글을 보던 솔이는 과거를 생각하다가 크게 한숨을 쉬었다.
희태는 변한 것이 없었다.
여전히 가식적인 글을 썼고 자신의 잘못을 잘 포장해서 하나의 시련처럼 써서 사람들의 동정심을 유발했다.
겉으로 보는 희태의 모습은 여전히 멀쩡했고 고난을 이겨는 젊고 패기 있는 사업가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의 진짜 모습을 아는 솔이는 그저 콧방귀를 뀔 뿐이다.
블로그 글 중에는 솔이가 마지막으로 겪었던 그 사건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끝까지 자신이 잘못한 것은 전혀 없고 직원에 의해서 위기가 있었지만 자신이 잘 극복했다는 식의 글이었다.
솔이는 그저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이젠 분한 마음보다 희태가 가소로워 보일 뿐이었다.
솔이는 회사 평점을 기록하는 서비스에 접속해서 희태의 회사를 검색했다.
아니나 다를까 회사의 평점은 최악인 상황이었다.
‘블로그에서 칭송하는 사람들은 이런 건 검색 안 해보나.’
솔이는 오랜만에 평점에 적힌 솔직한 글을 보면 공감하며 때로는 웃기도 했다.
솔이 역시 회사의 평점을 남길까 한참 고민했다.
하지만 이젠 완전히 남인 회사…
이런 회사를 계속 신경 쓰는 것 역시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 솔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앱을 지웠다.
그리고 희태의 블로그에 대한 검색 기록도 지웠다.
이젠 앞으로의 좋은 일에 대해서만 생각하기로 하며 솔이는 스트레칭을 다시 하고 못다 한 조깅을 하러 다시 밖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