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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Feb 08. 2022

2월 8일 박병호의 하루

저녁 금식

병호가 저녁 금식을 시작한 지도 어느새 일주일이 되어간다. 병호는 누구보다 저녁 식사를 중요하게 여겼다. 오히려 '점심은 굶더라도 저녁만은 든든하게'가 그의 원칙이었다. 그러다 보니 늦은 저녁에 밥을 먹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다 최근 건강검진을 한 후 건강에 대한 염려가 커졌다. 특별히 이상이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나이가 드니 몸이 안 좋아진 것도 있었고 이러다가 검진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오면 어쩌나 걱정을 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괜찮았지만 다음에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병호는 일단 저녁 금식을 시도하기로 하였다. 아침과 점심만 먹고 그 이후는 공복을 유지하기로 한 것이었다.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병호는 저녁 식사를 따로 챙기지 않기로 했다.

첫 금식을 한 날, 병호는 자기도 모르게 냉장고를 여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내 병호는 정신을 차리고 다른 일을 하면서 배고픔을 달랬다. 배고픔을 이기기 위해 잠을 일찍 자기도 했다. 너무 배고파서 일어나는 경우도 있었다.

평일은 어떻게든 버텼지만 연휴 후 바로 찾아온 주말은 참기가 어려웠다. 토요일에는 아예 늦은 점심을 먹어 공복을 최소화하려고 했다. 일요일에는 아침을 일찍 먹고 이른 점심을 먹고 다시 간식을 빙자한 늦은 2차 점심을 먹었다. 병호가 점심이라 주장하는 늦은 점심을 먹은 시간은 오후 5시였다.

어찌 되었건 저녁을 굶었다고 정신 승리한 병호는 다시 찾아온 월요일도 괴로워하며 저녁을 굶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오늘 화요일이 되었다.

어찌 되었건 저녁을 굶으니 뭔가 몸이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주변 사람들은 정말 기분 탓이라고 병호의 말을 웃음으로 넘겼다. 하지만 병호는 최근 배가 아픈 것도 사라졌다며 주변 사람에게 밥을 굶어보라고 권했다. 병호와 가장 친한 동료는 병호가 한 달 금식하는 데 성공하면 자신도 따라 하겠다고 말했다. 병호는 두고 보라며 꼭 성공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오늘 병호는 야근을 해야 했다. 당장 이번 주까지 끝내야 하는 일이 있는데 속도를 보니 며칠은 야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었다. 퇴근 시간을 훌쩍 지나자 같이 야근하는 동료들은 밥을 시키려고 하는데 병호도 먹겠냐며 권했다. 병호는 순간 흔들릴뻔했지만 참았다. 병호는 물로 배고픔을 달랬다. 하지만 일은 길어졌고 배가 고파 이제 머리가 안 도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겨우 퇴근을 한 병호는 퇴근하는 길에 자신과 같은 저녁 금식을 하는 사람들의 후기를 핸드폰으로 검색했다. 분명 효과가 좋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병호는 며칠 만에 살이 빠지는 느낌이라는 후기를 보며 스스로 공감하며 이 금식이 자신을 더 건강하게 해 줄 것이라 굳게 믿기 시작했다.

집에 돌아오니 어느새 11시가 되었다. 병호는 벽에 걸인 달력을 보더니 오늘 날짜에 엑스표를 크게 그렸다. 오늘도 금식에 성공했다는 표시였다. 순간순간 괴로울 때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할만하다고 병호는 생각했다.

병호는 씻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면서 내일 아침과 점심에 무엇을 먹을지 머릿속에 그렸다. 아침을 누구보다 더 기대하며 병호는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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