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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Feb 13. 2022

2월 13일 김현성의 하루

주말 이직 준비

오늘은 원래 하루 종일 쉬려고 했었다.

그러나 우연히 핸드폰에서 이력서를 등록한 구직 앱에서 알림이 왔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오늘 바삐 움직이여야 하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내가 정말 가고 싶었던 회사의 제안이었다. 몇 년 전, 내가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회사이기도 했다. 

인사담당자가 직접 보낸 메시지였는데, 나와 가벼운 티타임이라도 하자는 가벼운 제안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제안을 보자마자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어떤 식으로 메시지를 다시 보낼지, 언제 만나고 할지 고민했다. 티타임이라도 내가 어느 정도 준비해야 하는 것은 아닐지, 이력서를 다시 정리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아무튼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답변을 달라는 시기는 바로 오늘까지였다. 메시지는 일주일 전에 온 것이었다. 아차…. 내가 이걸 왜 지금 봤을까? 나는 컴퓨터를 켜고 예전에 왔던 메일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혹시 이 회사 말고 다른 회사에서 제안이 들어왔는데 내가 바보같이 놓친 것은 없나를 체크하기 위해서였다. 

몇몇 회사와 헤드헌터에게서 제안이 오기는 했지만 구미가 당기는 곳들은 아니었다. 이미 너무 예전에 온 메일도 많았다. 그러고 보니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나는 이직을 하고 싶어서 이력서를 업데이트하고 ‘현재 구직 중’으로 내 상태도 바꿔놨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그때는 정말 이직하려고 여러모로 회사도 알아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직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까먹을 정도로 바쁘게 살았던 것이다. 

나는 내가 지금 이직을 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해봤다. 지금 회사의 대우는 나쁘지 않았고 내 입지 역시 괜찮았다. 회사의 비전과 모든 것들도 다 마음에 들었다. 회사 사람들과의 관계 역시 문제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고 싶었던 것은 고인물이 되고 싶지 않아서였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약간 다른 회사에 가면 또 다르게 살 수 있을 것 같고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회사 생활에 치이다 보니 나는 다시 회사에 고여가고 있었다. 이직을 해야한다는 사실마저 까먹을 정도가 되었으니 말이다. 어쩌면 회사를 떠나는 것이 두려웠을 수도 있다. 다른 곳으로 가서 지금처럼 잘 지낸다는 보장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배가 부른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이직을 할 이유를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오늘 내가 예전에 정말 가고 싶었던 회사의 이직 제안이 들어오자 다시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 회사는 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었고 항상 새로운 도전을 하고 혁신을 하는 곳으로 유명했다. 그곳에 가면 나 역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내 이력서를 다시 살펴봤다. 그리고 업데이트해야 할 것들을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다. 지금 보니 지금 이력서는 형편이 없었다. 정말 이력만 적어 놓은 것이었고 회사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조차 제대로 적지 않았다. 그래서 아마 내가 지금 다니는 회사를 보고 제안을 준 것 같았다. 

이렇게 생각하니 힘이 빠졌다. 그래, 생각해보면 그냥 가벼운 티타임 정도잖아? 정식 면접 자리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나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오버해서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준비를 했다고 하기도 그렇지만. 

나는 컴퓨터를 끄고 잠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산책을 나섰다. 집 뒤에 있는 공원을 잠시 걸어 다니며 나는 정말 내가 이직을 하고 싶은 것인지에 대해 고민했다. 고민을 하면 할수록 더욱더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계속 이렇게 생각을 하는 걸 보니 나 스스로 그리 이직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지는 않은 것 같았다.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산책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오히려 정신이 또렷해졌다.


“그래, 그냥 만나는 거잖아? 이야기라도 들어보자!”


이런 고민 자체가 의미가 없었다. 그냥 만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고 내가 궁금한 것을 물어보자. 서로 마음에 들면 그다음 단계가 있는 것이고, 만약 서로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각자의 길을 가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다음 단계로 가도 내가 합격한다는 보장도 없다. 무엇보다 나는 그 회사를 예전에 탈락한 경험이 있다. 회사와 내가 무언가 맞지 않는 것이 있었으니 면접을 봐도 합격할 확률보다는 탈락할 확률이 있다. 다만 그때와 다르게 나에게는 업무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다른 결혼이 나올 수도 있다. 아무튼 이건 지금 생각할 것은 아니고….

생각을 정리한 나는 구직 앱을 통해 인사담당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메시지만으로는 불안해서 담당자에게 정중히 메일을 보냈다. 답장을 보내고 나서 나는 몇 번이고 구직 앱과 메일을 체크했다. 주말에 답변이 올리가 없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이러는 것을 보니 내 마음속 어딘가에서 정말 이 회사를 가고 싶다는 마음이 있던 것 같기도 하다.

저녁밥을 먹고 나는 회사에 대한 정보를 찾고 정리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준비를 하고 싶었다. 정보를 찾아보면 볼수록 회사가 마음에 들었다. 이 회사에서 내가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하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지기 시작했다. 회사를 찾아보고 나서 나는 구직 사이트로 들어가 내가 또 이직할 수 있는 회사들을 정리하였다. 오늘은 하루 종일 쉬려고 했는데 뜻하지 않게 이직 준비를 하는 날이 되었다.

내일이 정말 기다려질 것 같다. 내일 하루 종일 마치 산타클로스의 선물을 기다리는 어린아이처럼 인사담당자의 답변을 기다릴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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