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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Feb 15. 2022

2월 15일 전규진의 하루

전역

오늘 규진의 마음은 가볍게 무거웠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 했지만 피곤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잠을 푹 잔 느낌이었다.


아침 일찍 자리를 정리한 규진은 옆에서 자던 성지훈 병장을 깨웠다


“지훈아, 형 이제 간다!”


“아이.. 그냥 조용히 가라고”


규진은 그런 지훈에게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지훈과는 3달 정도 차이가 났지만 같이 막내 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에 더욱 특별한 감정이 들었다.


규진은 이부자리를 정리 중인 막내들의 등을 두들겨주며 고생이 많다고 격려를 해줬다.


그런 규진을 바라보던 다른 사람들은


저 악마가 갈 때가 되니 저렇게 사람이 되었다고 혀를 찼다.


그 지겹던 점호 시간도 규진에게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곧 규진의 마음은 허전함이 가득하기 시작했다.


주위 사람들이 규진에게 찾아와 전역을 축하한다는 말을 하며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규진은 새삼 이제 이 일상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기들도 없어 쓸쓸한 전역 신고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니 그러한 마음은 더더욱 커졌다.



‘왜 이리 허전할까?’



모든 것을 마무리하고 규진은 부대를 나왔다.


규진은 뒤를 돌아 부대 모습을 다시 바라보았다.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은 곳


분명 그런 곳이었는데 규진의 마음에는 아쉬움이라는 감정이 더 쌓여만 갔다.




밖을 나와 규진은 근처의 맛없기로 유명한 식당에 들렀다.


휴가에서 복귀할 때 이 식당에서 가끔 밥을 먹곤 했는데


그때마다 너무 맛없다는 느낀 식당이었다.


규진은 평범한 제육 덮밥을 시켜 밥을 먹었다.


식당에는 TV가 틀어져있었고 규진은 청년실업률을 이야기하는 뉴스를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이제 복학하면 3학년인데, 뭘 할 수 있을까?’


규진은 갑자기 두려운 감정이 들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부대에서 가장 자신만만하던 규진은


하루아침에 사회에 내던져진 훈련병과 같은 신세가 된 것만 같았다.



집으로 돌아온 규진은 집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했다.


부모님은 일을 하러 나가셨기 때문이다. 규진은 카톡으로 자신의 복귀를 알렸다.



‘수고했다’


라는 아버지의 짧은 대답이 돌아올 뿐이었다.



규진은 방으로 들어가 컴퓨터 게임을 했다.


재미는 있는데 재미는 없는 그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규진은 게임을 그만두고 밖으로 나와 산책을 하기 시작했다.


아직 군인의 습관이 몸이 남아있는 듯했지만


이내 규진은 자신이 군인의 행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했다.



집에 들어온 규진은 그제야 몰려온 피곤 때문에


잠을 청했다.




잠깐 자고 일어나니 밖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부모님이 돌아오셨고 어머니는 무사히 돌아온 아들을 반기며


맛있는 밥을 해주겠다고 하셨다.



모처럼의 저녁 시간, 규진은 부모님과 마주 앉아 밥을 먹으려 그간의 이야기를 했다.


사실 휴가를 나와 얼마 전에도 했던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그리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래서, 이제 바로 복학할 거니? 요새 취업이 어렵다고 하는구나. 너도 일찍 준비하는 게 좋을 거다”


아버지는 규진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말을 할 뿐이었다.



규진은 알았다고 대답은 했지만 오늘 같은 날은 피하고 싶은 주제의 이야기였다.



밥을 먹고 방으로 돌아온 규진은 컴퓨터 게임을 했다.


낮과는 다르게 집중력도 생겼고 게임의 재미도 붙였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목이 말라 방에서 나오니 어느새 모든 불이 꺼져있었다.


그러고 보니 어머니가 ‘먼저 잔다’라는 말을 했던 것 같기도 하다.


물을 마신 규진은 핸드폰을 봐 시간을 확인한다. 어느새 12시가 지났다.



이제 규진은 완전히 군인이 아니게 되었다.


이제 명백한 사회인, 복학생, 예비 취준생이 되었다.



규진은 마음이 홀가분하면서도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이제 하루 지났는데 벌써부터 이럴 필요는 없지’


규진은 오늘은 일찍 자기로 한다.


이제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내일이 너무나 두렵지만


어떻게든 흘러갈 것이라 규진은 굳게 믿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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