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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6년차,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좋은 엄마를 꿈꿨지만, 아내로서의 나는 잊고 살았다

by 우주소방관

결혼 6년 차.

그리고 여섯 살 아들과 네 살 딸.


아주 어릴 때부터 나의 꿈은 ‘좋은 엄마’였다.

더 어렸을 때는 화가, 대통령, 선생님… 꿈이 수없이 바뀌었지만, 나이가 들면서부터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남았다.


좋은 엄마는 아이를 낳는 순간 저절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일찍 알았다. 그래서 오랫동안 공부했고, 준비했다. 대학교에서는 미술심리치료를, 대학원에서는 교육학을 전공했다.


대단한 교수가 되고 싶었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나 자신’을 위해 공부했던 것 같다.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남은 건 ‘영유아 시기의 부모와의 애착 형성’ 이론이다. 그걸 배우면서 내 어린 시절을 돌아봤다. 행복했던 순간도 있었겠지만,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건 밤마다 엄마를 애타게 찾으며 흐느껴 울던 어린 나였다. 약속을 안 지키는 엄마에게 화를 내던 아이였다. 이제는 안다. 부모에게도 이유가 있었다는 걸. 성인이 되고서야 이해가 갔다.


그래서 나는 선택했다. ‘역기능적 대물림 끊기.’

내 아이들에게만큼은, 엄마가 곁에 있고, 행복을 주고, 기쁨을 주고, 안정감을 주는 사람으로 기억되게 하자고. 완벽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부끄럽지 않은 엄마로 살아왔다.


그런데… 6년이 흐른 지금, 깨닫는다.

그 선택에도 단점이 있었다는 걸.


나는 아이들을 내 울타리 안에서만 키웠다. 부모님이나 시부모님께, 단 한 번도 온전히 맡긴 적이 없었다.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아이들만을 위해서라면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정작 내 곁에 늘 함께 있어야 할 한 사람, 남편을 놓치고 있었다.


그래서 6년 동안 남편과 단 한 번도 데이트를 하지 못했다. 미국에서 흔히 말하는 ‘데이트 나이트.’ 베이비시터나 조부모, 친구에게 아이를 맡기고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 결혼 전에는 함께 영화도 보고, 놀이공원도 가고, 여행도 가고… 시간은 넘쳐났다. 그런데 ‘웨딩문 베이비(결혼식날 밤에 생긴 아기)’가 생기자마자, 그 시간은 사라져 버렸다.


한국에선 늘 가족들과 북적북적했으니 괜찮았다. 그런데 이민을 오고, 우리끼리만 떨어져 살다 보니 비로소 숨어 있던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한 거다.


문제를 직감했을 때, 너무 속상했다.

남편과의 사랑이 식은 줄 알았다.

풋풋했던 우리 둘은 이제 없다고 느꼈다.

그렇다고 이렇게 시간만 흘려보내고 싶진 않았다.


귀여운 아이들을 매일 눈에 담고 싶다.

그리고 멋진 남편과도 매일 충분히 사랑하고 싶다.


그래서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문제가 뭔지, 해결책은 뭔지.


결국 하나를 찾았다.

그리고 큰 결심을 했다.


한 달에 한 번, 남편과 데이트하기.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사이.

남편과 손을 잡고 걷기.

맛있는 걸 먹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기.


이 시간을 만들기 위해 용기를 내어 직장 상사인 원장님께 부탁드렸다. 한 달에 하루, 휴가를 낼 수 있는지. 말을 꺼내는 순간, 울음부터 터졌지만 원장님은 가족을 위한 일이라면 이해한다고, 괜찮다고 하셨다.


그래서 이제는 바꾸려고 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일부 내려놓고, 앞으로의 날들을 위해 낯선 방식을 받아들이기로.


어린 시절의 나에서 시작해 남편과의 관계로 끝나는 이야기. 이렇게 보니, 인간은 정말 평생 연결된 고리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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