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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gwave Oct 26. 2019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좋다.

출근길 JOB 생각 .42


2018년이 끝나갈 무렵. 연말이 되자 회사에서는 실적 압박이 커져갔다. 12월 31일 마지막 날까지 모든 결과치를 더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팀성과가 깎이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이에 모든 팀원들은 마지막까지 최고의 결과를 위해 일을 해왔으며 나 역시 그에 맞춰 업무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가면 흘러갈수록 선임 상사는 불안했는지 자꾸 지난 계획을 수정하려고 했다.


12월의 둘째 주. 이제 고작 2주일 남았는데 마지막까지 막판 스퍼트를 해야 된다며 지난 몇 개월 동안 지속해오던 계획을 엎으려는 듯 한 이야기를 했다. 기존의 계획대로 일을 진행하는 것과 지금에 와서 모든 것을 뒤집는 것. 우리는 그 어느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할 수 없다. 아무도 그 결과를 모르기 때문이다.


기존의 계획이 부족했다거나 심각한 오류가 있다면 수정하는 것이 맞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완벽을 기했는데 단지 불안한 마음이 든다는 이유로 계획을 바꾼다는 것은 실무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전형적인 행동 편향적 상황이었다. 행동 편향은 결과가 예측되지 않을 때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이 낫다고 믿는 인지적 상황을 말한다.


예를 들면 축구 페널티 킥 상황에서 키커는 오른쪽, 왼쪽, 가온데로 1/3의 확률로 킥을 찬다. 이론대로라면 골티 퍼의 입장에서는 움직이지 않는 쪽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33프로의 확률이다. 하지만 연구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골키퍼들은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움직인다.


가만히 있는 것이 아무리 확률이 높다 하더라도 골키퍼의 입장에서는 움직이지 않으면 관객들의 야유를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쪽으로라도 움직여서 야유가 아닌 응원을 받고자 하는 것.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지라도 아무런 행동이라도 하고 보는 것.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이 행동 편향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예상되는 결과가 더 좋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부작용 등 위험을 회피하고자 하는 심리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이는 부작위 편향이라고 한다.


두 가지 행동의 가장 큰 차이는 결과에 대한 예측이다. 행동 편향은 결과가 전혀 예측되지 않을 때 나타나는 반면에 부작위 편향은 어느 정도 결과가 예측되는 상황에 나타나는 행동이다. 결과가 어느 정도 예측이 된다면 그에 맞는 행동을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 결과가 예측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가만히 있는 것도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

그러니 예측할 수 없는 결과 앞에서 가만히 있다고 불안해하지 말자. 어쩌면 그것이 베스트일 수 있으니. 자신의 노력을 믿고 운에 맡겨야 하는 경우도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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