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섹스 일기]
요즘 나는 ‘섹스’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용감해졌다. 지난달 섹스와 관련된 도서들을 상호대차로 도서관에서 빌리려다 의외로 도서관에는 섹스 관련 도서들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공공도서관에서 ‘섹스’라는 제목의 도서를 찾기 힘든 것은 아마도 연령 전체에게 읽힐 수 없는 19금 주제이거나, 여전히 사적 영역에 속하는 비밀스러움 때문이 아닐까 싶다. 도서관에 없는 신간 섹스 관련 도서들은 인터넷 서점으로 주문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터넷에 ‘섹스’라는 키워드를 넣는 것만으로도 부끄러워 주변을 둘러보곤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밤새는 줄도 모르고 다양한 연관 검색어와 주제어로 ‘섹스’를 검색해보기도 한다. 자료를 찾다가 내가 한때 호감 가졌던 일명 '교회 오빠'가 유명한 산부인과 원장으로 '갱년기 성과 사랑'을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관심이 통하면 이렇게도 어디선가 만나게 되는구나. 잘 살아야 되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아, 참 구글 알리미로 ‘섹스’와 관련된 구체적인 정보를 받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처음 시작하기가 힘들었을 뿐, 막상 시작해보니 섹스에 관한 정보는 유익하고 내 생활에 활력을 던져주는 것이어서 스스로 당당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섹스와 관련된 자료들이 방대하고 많다. 또한 양질의 정보들에 놀라게 된다.
요즘 나는 책으로 섹스를 공부하는 중이다. 지난달만 해도 남편이 내가 주문한 섹스 관련 도서들을 나보다 먼저 받아보면 어쩌지 걱정을 했었다. 남편이 먼저 본다면 아마도 ‘이 여자가 요즘 왜 이렇게 섹스에 꽂힌 거야?’ 속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다행히 내가 먼저 섹스 책들을 받았고 읽기 시작했다. 이제는 집안 곳곳에 섹스 책들을 두고 읽을 정도로 아무렇지도 않다.
처음에는 잘 눈에 띄지 않는 노트북 책상 아래에 몰래 섹스 책들을 쌓아 두었었다. 아이들이 보기라도 하면 '우리 엄마 좀 이상해'라고 생각할 거 같아서였다. 그런데 지금은 아예 안방 머리맡에 두고 읽는다. 아이들이 엄마가 섹스에 관한 책을 읽고 있는 걸 보게 된다면 "아빠랑 더 사랑하고 살기 위해서 엄마가 노력하는 거야"라고 말해주려고 한다. 섹스도 공부도 하고 노력도 해야 더 잘할 수 있는 거니까 말이다.
요즘엔 자기 전에 손을 뻗어 책을 읽기도 하고, 남편에게 읽어주기도 한다. 요즘 머리맡에 두고 읽고 있는 책은 독일 성 전문가가 쓴 <굿바이, 섹스리스>라는 책이다. 남편도 별다른 이질감 없이 섹스 책을 받아들이는 중이다.
"우리 둘 다 뱃살이 많이 늘었어. 운동 좀 같이 하자. 배드민턴 어때?"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나와 남편 몸과 건강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나눌 수 있어서 좋다. 잠들기 직전에는 고요해서 집중이 잘 되고 읽다가 잠이 솔솔 와서 잠 속으로 빠져들기도 한다. 이게 바로 내가 전부터 꿈꿔왔던 부부 잠자리 토크가 아닌가!
하지만, 중년의 섹스는 여전히 어렵고 힘들다. 섹스가 없다가 다시 불붙듯 활활 타오르는 것도 아니다. 그런 것을 기대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섹스를 공부하는 지금 이 시간의 고요와 상상의 시간들이, 빈털터리 같았던 내 삶을 따뜻하게 데워줄 조그만 불씨라도 되지 않을까 살짝 미소 지어 본다.
[요즘 내가 읽고 있는 섹스 책]
그 여자의 섹스
그 남자의 섹스
인생학교-섹스
화성남자 금성 여자 침실 가꾸기
부부에서 다시 연인으로, 굿바이 섹스리스
[보고 싶은 사랑 영화]
호프 스프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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