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배운 사람 vs 눈으로 배운 사람
[부부 섹스 일기]
요즘 내 관심사는 어이없게도 섹스다. 한동안 사용하지 않던 내 몸 구석구석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고, 한 번도 자세히 들여다본 적 없는 나의 안스리움도 거울 대고 들여다보았다. 내 몸의 감각을 깨우는 것, 그리고 몸으로 교감을 나눈다는 것이 어떤 것일까? 진정한 오르가슴은 언제쯤 느끼게 될까? 여전히 무궁무진하게 올라오는 나의 속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오십 평생을 살아오면서 최근 어이없게도 나는 내 몸과 내 감각을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았고, 활용하지도 않았다는 반성을 하게 됐다. 느낌이란 것을 ‘제대로 느낄 틈’이 없이 살아온 거였다. 그리고 남편에게 섹스 없음을 탓했고, 이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 했다.
10 년 전, 나는 다섯 명의 여자들로 구성된 북클럽 ‘얼터너티브’ 모임에서 <네 방의 아마존을 키워라 >라는 책을 읽고 토론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나는 이 책의 저자 베티 도슨에게 경의를 표할 정도로 감사함을 느꼈다. 나 자신의 감각을 깨우는 것이 절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 여성들의 자위 또한 스스로를 알아가는 방법 중의 하나임을 알게 해 줬기 때문이다. 그 당시 나는 이 책을 통해 자위에 대한 금기를 깨뜨릴 수 있었고, 나 스스로의 감각을 일깨우는 것이 먼저라는 것, 그리고 그것을 통해 자신감을 얻게 됐다. 금기로 여겼던 것에 도전하는 용기와 자유를 얻었다.
하지만 그 후로도 나는 남편을 두고 자위를 한다는 것이 뭔가 잘못 끼워진 단추인 것처럼 내내 불편했고, 죄의식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물론 남편 모르게 나 혼자 내 욕구를 알고 찾아간다는 것이 나를 불편하게 했던 가장 큰 이유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도 나 혼자 느끼는 느낌 그 자체만으로도 자유로워지기도 했다. 내가 나 자신을 쓰다듬고 어루만진다는 것, 혼자서 최고의 극치에 도달한다는 것이 영화 속에서 묘사되는 몽환적이고 에로틱한 자위 장면처럼 멋있지는 않다. 하지만, 현실에선 내 욕구를 스스로 알아가고 감당했다는 점에서 지금도 후회는 없다. 다만, 이러한 내 욕구를 남편에게 말하는 것이 여전히 쑥스러웠고,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감당하려고 했기 때문에 썩 유쾌한 느낌은 아니었다. 외롭기도 했다.
두 번의 출산 후 나는 오히려 성욕이 강해졌다고 느낀다. 하지만 성욕만 강해졌을 뿐 내 감각을 섬세하게 느끼지는 못했다. 반대로 남편은 오히려 출산 후 나와의 관계가 뜸해졌고, 성욕도 사그라든 것처럼 보일 때도 많았다. 1 년 전 여름 남편과 산책을 하면서 남편에게 “연애 때 그 성욕은 다 어디로 사라진 거야?”하며 물었던 기억이 난다. 남편은 웃음으로 회피하려 했지만, 나와 나누는 솔직한 성 이야기가 싫지 않았던 것 같다. 그 후로 1 년이 다시 지나면서 첫 책 카페 나눔 칼럼을 통해서 나 스스로 잘 드러내지 않았던 섹스에 대한 욕망이 분출되었고, 글로 정리하면서 나는 남편과 오랜만에 섹스를 통해 성적인 친밀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적인 나의 욕망을 꺼내보이고, 사생활을 까발려야 한다는 것이 많이 부담스럽고 긴장되는 일이었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섹스는 사적인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글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나 스스로도 계속 섹스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계속 섹스만 생각하는 이상한 여자’라는 딱지를 붙이게 될 것 같아서 두렵기도 했다.
그렇게 두려운 일 앞에서 고민을 거듭하다 보니 눈도 아프고 몸도 아프고 손도 아팠다. 그래도 그렇게 고통 속에 태어난 조각 글들을 보면서 멈추었던 성적 욕망에 대한 실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글은 참 위대하다. 점점 솔직해졌고 대담해졌다. 그리고 행동으로도 나 자신을 바꾸어나가는 데도 한몫을 단단히 했다.
요즘엔 남편과 툭툭 성적인 주제의 이야기도 나눈다. 나는 책으로 섹스를 배운 사람이라서, 상상할 때 너무 재밌다. 문학작품 속에서 묘사된 섹스 장면은 뭔지도 잘 모르게 야릇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그게 뭘까 궁금함으로 이어졌고, 상상하게 된다. 요즘에도 눈을 감고 상상을 하는 게 더 좋고 짜릿할 때가 있다. 남편은 많은 남자들이 그렇듯 중학교 때 ‘야동’으로 섹스를 처음 접했고, 지금도 보는 것에서 많은 흥분을 느낀다고 했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에 대해서도 점점 더 깊은 이해를 하게 된다.
한때 <섹스 앤 더 시티>라는 미국 드라마에 빠졌던 적이 있었다. 미국 뉴욕의 전문직 여성과 친구들의 성과 삶을 다룬 드라마여서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다. 우리도 우리 삶에서 재밌는 드라마 한 편 찍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해보자. 현실에서는 짠내 나는 남자와 아주 소심한 여자가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떠랴! 한국스러운, 그러나 확실히 다른 재밌고 해학이 담긴 성 이야기가 펼쳐질지도 모른다. 삶이란 모른다. 정답도 없다. 그저 우리만의 고유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표출되기를 바랄 뿐이다.
분명한 것은 섹스는 부부의 친밀한 관계를 돕는 훌륭한 비타민이라는 것. 길고 긴 부부의 인생길에 섹스라는 활력소가 있어서 그래도 살만 하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