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줄이다니, 가능한 일인가 일단 곰곰이 따져본다. 요즘 가장 화가 날 때는 저녁에 하는 아이와의 공부시간이다. 공부를 하다 보면 당연히 틀릴 수 있지. 그래도 열심히는 해야지, 해보려고 시도는 해야지.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엄마들의 공통된 마음일듯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화가 난다. 아이에게 잔소리를 잔뜩 하려다 제동을 건다. 잔소리한다고 사람이 바뀌면 이 세상에 위인만 있을 거라고 누가 그랬다. 그래, 바꾸지도 못하는 잔소리는 해서 뭐 하나. 내 입만 아프지. 네 기분만 상하지. 체념한 것 같지만 안 하자니까 내 속이 아프다. 공책을 펼쳤다. 열심히 글을 퍼붓는다. 아이에게 할 말을 적는다. 글로 쓰고 보니 심한 말들이다. 글자가 활활 타오르고 있다. 넘치는 내 화가 글자에게 생명을 부여했다. 표정과 눈빛에서 나오는 화야 어쩔 수 없다지만 거친 말들이라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아 다행이다. 화를 줄이는 방법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유니콘 같은 존재다. 다만 빨리 식히는 방법은 확실히 알게 되었다. 화났을 때 할 말을 글로 옮기면 강력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뉴스에서 접했다면 굉장히 분개했을 말 혹은 낯 뜨거웠을 말들이 적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순간의 화를 참고 종이가 찢어지도록 글로 옮기다 보면 유니콘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